
아무 설명도 없던 진수식의 장면
장보고-III 배치-II 1번함 장영실함 진수식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행사였다. 잠수함이 모습을 드러내고 관계자와 취재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몰렸다. 그런데 잠수함 앞에 놓인 몇 개의 원통형 캐니스터가 눈에 띄었다. 캐니스터 외부에는 단 하나의 표기만 붙어 있었다. 해성-5. 별도의 설명도, 제원 공개도 없었다. 미사일 본체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장면은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군이 굳이 이 자리에 캐니스터를 올려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메시지였다.

보여주지 않았다는 선택이 주는 신호
군은 시험 단계 무기를 공개 행사 전면에 세우지 않는다. 캐니스터만 공개하는 방식은 이미 실전 운용 단계에 들어갔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잠수함 바로 앞에 배치했다는 점은 운용 플랫폼을 분명히 드러낸다. 해성-5는 오랫동안 비닉 사업으로 분류돼 왔다. 해군 전력뿐 아니라 공개하기 어려운 부대에서도 운용된다는 언급이 함께 나왔다. 그래서 이 공개는 더 조심스러워 보였다. 말을 아낀 대신 위치로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보여주지 않았지만, 어디에 쓰이는지는 명확했다.

20년을 지나온 초음속 미사일의 흔적
해성-5의 이야기는 최근에 시작되지 않았다. 2000년대 초, 국방과학연구소는 초음속 대함미사일 엔진 연구에 착수했다. 액체 램제트 기반 초음속 추진이 목표였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NPO 마쉬와의 기술 협력 이력이 거론됐다. 야혼트 관련 기술 자료가 참고됐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하지만 목표는 복제가 아니었다. 잠수함 어뢰발사관에서 운용 가능한 크기가 전제였다. 직경은 약 530mm 수준으로 제한됐다. 길이와 중량도 강하게 묶였다. 이 조건이 개발 기간을 길게 만들었다. 그래서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속도와 잠수함이 만든 전술 변화
해성-5가 주목받는 이유는 마하 3급이라는 속도 때문이다. 이 속도는 요격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인다. 함정 방공 체계의 대응 여유를 크게 압박한다. 아음속 대함미사일과는 접근 자체가 다르다. 여기에 잠수함 발사라는 조건이 더해진다. 발사 징후 탐지가 늦어진다. 대응 시간은 더 짧아진다. 알려진 사거리는 250에서 300km 수준이다. 수직발사관 없이 운용 가능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 조합은 해상 전장의 계산식을 바꾼다.

후기
이번 공개는 성능 과시보다 타이밍이 먼저 보였다. 20년을 숨긴 무기는 아무 때나 나오지 않는다. 잠수함 앞에 캐니스터를 세운 선택이 모든 걸 설명했다. 해성-5는 미사일 하나가 아니라 방향을 보여주는 카드였다. 한국 해군 전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조용히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공부해야 할 점
- 초음속 대함미사일과 아음속 미사일의 요격 구조 차이
- 램제트 엔진 소형화가 요구하는 핵심 기술
- 잠수함 어뢰발사관 운용 무장의 설계 제약
- 비닉 사업 해제가 수출 전략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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