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대공 전투기에서 전장 감시 플랫폼으로의 전환
KF-21 보라매는 그동안 ‘영공 방어 전투기’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개발 초기부터 공대공 교전 능력, 즉 제공권 확보가 핵심 임무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KF-21에 탑재되는 A4 AESA 레이더 역시 공대공 모드를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돼 왔고, 수년간의 시험 비행을 통해 다수 표적 동시 탐지와 추적 성능을 검증해 왔다.
하지만 최근 국방과학연구소가 착수한 시험은 KF-21의 성격을 한 단계 확장시키는 작업이다. 공대지·공대해 모드 성능 검증은 단순한 옵션 추가가 아니라, KF-21을 ‘하늘에서 싸우는 전투기’에서 ‘전장을 내려다보는 센서 플랫폼’으로 바꾸는 과정에 가깝다. 이제 KF-21은 공중 표적만 쫓는 존재가 아니라, 지상과 해상까지 함께 읽는 전투기로 진화하고 있다.

A4 AESA 레이더가 바꾸는 탐지 방식
AESA 레이더의 본질은 물리적 회전이 없는 전자식 제어에 있다. 기계식 레이더처럼 안테나를 돌리지 않고, 수백~수천 개의 송수신 모듈을 전자적으로 제어해 빔을 쏘고 거두는 방식이다. 이 구조 덕분에 여러 방향을 거의 동시에 감시할 수 있고, 탐지·추적·교란 대응을 병행할 수 있다.
이번 시험의 핵심은 공대공과 공대지·공대해 모드를 따로 쓰는 것이 아니라, 이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느냐에 있다. 예를 들어 공중 표적을 추적하면서도, 지상 차량이나 해상 함정을 병행 탐지하는 능력이 검증 대상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 통합 운용 능력이 실제 작전 환경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 탐지 성능을 넘어, 전투기 한 대가 전장 정보를 얼마나 많이 끌어올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이다.

지상과 해상까지 읽는 전투기의 의미
공대지·공대해 모드가 완성되면 KF-21의 역할은 분명히 달라진다. 전투기는 더 이상 미사일만 쏘는 플랫폼이 아니라, 타격의 출발점이 된다. 해상에서는 함정의 위치와 이동을 포착하고, 지상에서는 차량 집결이나 주요 표적을 식별하는 눈 역할을 수행한다. 이 정보는 전투기 자체 무장뿐 아니라, 다른 자산과의 연동에도 활용된다.
특히 한반도처럼 육지와 바다가 밀접하게 얽힌 환경에서는 이런 능력이 중요하다. 공중·지상·해상이 분리된 전장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공간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KF-21이 이 영역을 동시에 다룰 수 있게 되면, 공군 전력은 독립된 제공권 전력이 아니라 합동 작전의 중심 축으로 기능하게 된다.

수출과 기술 자립 측면에서의 파급력
이번 A4 레이더 성능 검증은 국내 운용만을 위한 작업이 아니다. 수출 시장에서 전투기를 평가할 때, 레이더의 다목적 운용 능력은 핵심 요소로 꼽힌다. 공대공만 강한 전투기와, 공대지·공대해까지 커버하는 전투기의 시장 평가는 분명히 다르다.
더 중요한 점은 이 레이더가 국내 기술로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외 레이더에 의존하지 않고 성능 개량과 운용 개념을 스스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은, 무장 통합과 업그레이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뜻이다. 2028년까지 이어질 시험이 마무리되면, KF-21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다영역 작전을 염두에 둔 전투기로 자리 잡게 된다.

후기
KF-21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기체가 처음부터 ‘한 번에 완성된 전투기’가 아니라는 점이 더 잘 보인다. 공대공에서 시작해, 지상과 해상으로 눈을 넓혀 가는 과정 자체가 이 전투기의 정체성처럼 느껴진다.
공부해야 할 점
- AESA 레이더의 공대지·공대해 모드 운용 원리
- 공대공·공대지 동시 운용이 전술에 미치는 영향
- 센서 플랫폼으로서 전투기의 역할 변화
- 레이더 국산화가 무장 통합에 주는 의미
- KF-21의 합동 작전 개념에서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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