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유전질환은 현재까지 약 5,000~8,000종이 보고돼 있으며, 대부분 유전적 변이가 질환 발생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증상이 다양하고 원인 유전자가 방대해 정확한 진단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기존에 활용돼 온 엑솜 시퀀싱이나 유전자 패널 검사는 유전체 일부만을 분석하기 때문에, 구조 변이나 비암호화 영역 변이 등 중요한 원인을 놓칠 수 있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채종희·이승복·김수연 교수 연구팀과 유전체 분석 기업 쓰리빌리언 서고훈 박사 연구팀은 전장 유전체 분석을 기반으로 희귀 유전질환의 진단 성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했다. 연구팀은 희귀 유전질환이 의심돼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국내 1,452가구, 총 3,317명을 대상으로 전장 유전체 분석을 시행하고, 그 임상적 유용성을 분석했다.
전장 유전체 분석은 유전체 전체를 한 번에 분석해 염기서열 변이뿐 아니라 구조 변이, 반복서열 확장 변이, 비암호화 영역 변이 등 거의 모든 유형의 유전적 이상을 포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이다. 연구팀은 환자의 주요 증상을 기준으로 질환 유형을 분류한 뒤 말초혈액을 이용해 분석을 진행했으며, 결과는 증상과 유전자 변이의 연관성에 따라 진단, 진단 가능, 미진단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전체 1,452가구 가운데 46.2%인 672가구에서 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이 중 진단이 확정된 경우는 43.5%, 진단 가능으로 분류된 경우는 2.8%였다. 특히 진단된 가구 중 14.6%에 해당하는 98가구는 기존 엑솜 시퀀싱이나 유전자 패널 검사로는 확인이 어려웠던 사례로, 전장 유전체 분석을 통해서만 질환 원인이 규명됐다. 이들 사례에서는 딥인트론 변이, 비암호화 영역 변이, 구조 변이, 반복서열 확장 변이 등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가족 구성원을 함께 분석한 경우에는 진단율이 더욱 높아졌다. 환자 단독 검사에서는 41.5%의 진단율을 보인 반면, 부모나 형제를 포함한 분석에서는 48.5%로 상승했다. 다만 가족 검사가 반드시 필요했던 경우는 전체 진단 가구의 7.5%에 그쳐, 환자 한 명만을 대상으로 한 전장 유전체 분석 역시 희귀 유전질환의 1차 진단 검사로서 충분한 효율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질환 유형별로는 신경근육질환과 신경 발달 장애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진단율이 관찰됐다.
또한 전체 검사 대상자 가운데 4.3%에서는 심근병증이나 부정맥, 암 발생 위험 증가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병원성 유전자 변이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는 전장 유전체 분석이 단순히 현재 증상의 원인 규명에 그치지 않고, 향후 건강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질환 원인이 규명된 환자 가운데 18.5%에 해당하는 124명은 유전자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치료 또는 관리 계획이 수립됐다. 특히 지텔만 증후군이나 전신 농포성 건선 환자 사례에서는 유전적 원인에 기반한 맞춤형 치료가 실제 진료 현장에 적용되며 임상적 의미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희귀 유전질환 환자의 예후 예측과 가족 상담, 나아가 유전자 표적 치료를 포함한 정밀의료 실현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종희 교수는 “전장 유전체 분석이 기존 검사로 진단에 이르지 못했던 희귀 유전질환 환자에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국내 최대 규모 환자군에서 확인했다”며 “정확한 유전 진단을 통해 환자의 오랜 진단 여정을 줄이고, 조기 치료와 맞춤형 관리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자 기반 질병 연구와 정밀의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NPJ Genomic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그래프1] 전장 유전체 분석 진단 결과. 전체 환자 가족의 46.2%에서 질환 원인이 규명됐으며(왼쪽), 환자 단독 검사보다 가족 구성원을 포함한 분석에서 진단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오른쪽).](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1/CP-2023-0441/image-ce2b02b4-8362-4db0-a527-b18ce07f8e7d.jpeg)
![[그래프2] 전장 유전체 분석으로만 진단이 가능했던 사례(14.6%)의 변이 유형](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1/CP-2023-0441/image-bce080ae-a93f-42f1-8cc9-2fa42aad9efd.jpeg)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채종희, 이승복, 김수연 교수](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1/CP-2023-0441/image-f8d9aac5-b0e9-428b-a707-48ce9c047ecb.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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