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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중 찾아오는 불면증, 잠을 다시 이해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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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를 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호소하는 증상 가운데 하나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는 것이다. 잠자리에 누워도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잠들더라도 새벽에 여러 차례 깨는 경우, 혹은 너무 이른 시간에 눈이 떠져 다시 잠들지 못하는 형태로 불면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수면 문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치료 과정 전반과 회복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유소영 교수는 “불면증은 하나의 증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잠들기 어려운 문제, 잠을 유지하지 못하는 문제, 이른 각성 등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며 “각 유형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의 수면 패턴을 구분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불면’이라는 표현 속에 전혀 다른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많은 환자들이 “예전에는 머리만 대면 잠들었다”고 말하지만, 이는 현재의 수면을 과거의 수면과 직접 비교하면서 불면을 더 크게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깊은 수면 비율은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 또한 줄어든다. 이러한 변화는 질병이 아니라 생리적인 과정이며, 이 시기부터의 수면은 의식적인 관리와 조정이 필요한 단계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암 환자에게 불면증이 더 흔한 이유도 분명하다. 일반 성인의 불면 유병률이 약 20% 내외인 반면, 암 환자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비율에서 수면 문제가 보고된다. 암 진단 자체가 강력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치료에 대한 불안, 재발 걱정, 통증이나 오심 같은 신체 증상, 활동량 감소, 우울감과 무기력이 복합적으로 수면 리듬을 흔들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이는 개인의 의지나 성격 때문이 아니라, 암 치료 과정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환자들이 흔히 말하는 “밤새 꿈만 꿔서 한숨도 못 잤다”는 표현 역시 수면 구조를 이해하면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수면은 깊은 단계와 얕은 단계가 반복되는 파동 구조를 가지며, 꿈은 주로 얕은 수면 단계에서 기억된다. 꿈을 많이 기억한다는 것은 잠을 전혀 자지 못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얕은 수면 단계에서 자주 각성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설명만으로도 ‘하루 종일 잠을 못 잤다’는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수면은 노력으로 억지로 만들어내는 행위가 아니라, 리듬의 문제에 가깝다. 자고 싶은 힘인 수면 압력과 깨어 있으려는 각성 신호가 균형을 이룰 때 자연스럽게 잠이 찾아온다. 이 리듬을 조절하는 핵심 요소로는 빛, 체온, 호르몬, 활동량이 꼽힌다. 젊고 건강할 때는 이 요소들이 자동으로 맞물리지만, 질병이나 노화가 개입되면 균형이 쉽게 무너진다. 불면증 치료의 핵심은 이 리듬을 다시 정렬해 주는 데 있다.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수면 관리의 기본 원칙도 중요하다. 침대는 잠을 자는 공간으로만 사용하고, 20분 이상 잠이 오지 않으면 잠시 침대를 벗어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기상 시간은 전날 수면 상태와 관계없이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낮잠은 15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 사용은 빛과 정보 자극으로 뇌를 각성시키므로 가능한 한 피해야 하며, 술은 잠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수면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린다.

수면제 사용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상황에서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사용하는 수면제는 치료의 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임의로 용량을 늘리거나 갑자기 중단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이나 해외 직구 수면 제품은 성분과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유 교수는 “하루 이틀 잠을 설쳤다고 해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암이 재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완벽한 숙면을 목표로 삼기보다, 현재의 몸 상태에서 가능한 가장 안정적인 수면 리듬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면은 혼자 견뎌야 할 문제가 아니라, 충분히 설명하고 조절할 수 있는 증상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라는 설명이다.

[붙임] 정신건강의학과 유소영 교수

[붙임] 정신건강의학과 유소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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