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불길 속 위기에 놓인 한국 선박들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고, 통과 선박에 대한 공격까지 예고하면서 해협 일대는 사실상 전쟁터로 변했다.
수백 척에 달하는 상선과 유조선들이 페르시아만 안쪽과 인근 공해에 발이 묶인 가운데, 우리 국적 선박 40여 척도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인근 해역에 피신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원유 수입의 약 70%가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봉쇄 장기화는 곧바로 국내 산업과 물가, 에너지 안보를 뒤흔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동 외 대체 산유국 물량 확보에 나서는 한편, 군과 함께 우리 선박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외교 옵션을 동시에 검토 중이다.
그 중심에 바로 아덴만에서 작전 수행 중인 청해부대가 있다.

아덴만의 파수꾼, 청해부대의 임무와 현재 위치
청해부대는 2009년부터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병된 한국 해군의 상설 파병부대로, 우리 선박 및 교민 보호와 해적 퇴치, 국제 해상안전 확보가 주 임무다.
현재 4,400톤급 구축함을 중심으로 해상작전헬기, UDT 특수전 요원, 검문검색대 등을 포함한 300여 명 규모로 편성되어, 아덴만과 오만만 일대를 오가며 경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군은 이란 사태 이전부터 청해부대의 경계태세를 상향 조정해왔고, 최근에는 호르무즈 정세 악화에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전 계획에 반영해 놓은 상태다.
청해부대의 위치상 호르무즈 해협까지는 함정 기동만으로 사나흘이면 도달 가능해, 유사시 가장 먼저 투입할 수 있는 전방 배치 전력으로 평가된다.
이미 각종 실전 경험을 가진 대원들인 만큼, 장거리 이동 후 즉시 작전 투입이 가능한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2021년 최영함 파견이 남긴 전례와 자신감
지난 2021년,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국적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했을 때도 한국은 청해부대를 통해 단호한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청해부대 33진 구축함 최영함은 오만만에서 임무 수행 중 나포 소식을 접수하자마자 호르무즈 인근 해역으로 급파돼, 수일 내 현장에 도착했다.
UDT 특수전 요원과 해상작전헬기를 갖춘 최영함은 이란 고속정 40여 척의 위협 속에서도 교전수칙을 유지하며, ‘1km 레드라인’ 심리전으로 단 한 발의 교전 없이 우리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경험은 한국 해군이 이란 혁명수비대와의 고도의 긴장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
이번 사태에서도 청해부대가 다시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한다면, 2021년의 전례가 중요한 작전 교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참전’ 논란 불러온 청해부대 투입 검토
이란의 무차별 공습과 해협 봉쇄가 계속되자, 국내외에서는 “한국도 사실상 참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군 내부에서는 이란이 우리 선박을 직접 나포하거나 공격할 경우, 청해부대가 현지로 이동해 구출·호송 작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란 해군이 잠수함·고속정·미사일정 등으로 해협 일대를 촘촘히 장악하고 있어, 청해부대가 움직일 경우 우발적 교전 위험이 작지 않다는 점이 부담이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대비 태세 유지” 선에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동맹국과의 정보 공유, 선박 통항로 설정, 유사시 대피·호송 계획 등 세부 조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청해부대 투입 여부는 우리 선박에 대한 직접 공격·나포 여부, 그리고 국제사회 공조 수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봉쇄가 한국 경제에 던지는 치명타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이지만, 한국 경제가 받는 체감 충격은 특히 크다.
한국 수입 원유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지나기 때문에, 봉쇄가 현실화되면 정유·석유화학·발전·물류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연쇄 타격이 발생한다.
이미 일부 선사들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아프리카 남단을 도는 우회 항로를 검토하고 있지만, 운항 거리와 비용 증가로 인한 물류 마비를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전략 비축유 방출, 미국·호주·동남아 등 대체 공급선 확보, 에너지 소비 절감 대책까지 포함한 종합 플랜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군사적 봉쇄와 선박 안전이 해소되지 않는 한, 경제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청해부대 같은 군사 옵션이 더 자주 거론되는 상황이다.

‘참전’이 아닌 ‘자국 보호’라는 작전의 실체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한다면, 이를 두고 일각에서 “중동전 참전”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작전의 본질은 분명히 다르다.
청해부대의 법적·실질적 임무는 어디까지나 우리 선박과 국민 보호, 국제 해상안전 확보이며, 특정 국가를 상대로 한 공격 작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2021년 대응에서도 해군은 교전이 아닌 견제와 보호에 초점을 맞추며, 외교협상과 병행해 사태를 관리했다.
이번에도 한국은 미국 주도의 연합공격작전에 참여하기보다는, 독자 파병 형식으로 우리 선박 안전과 해상 교통로 확보에 중점을 두는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즉, ‘참전’이라기보다 ‘자국 생존권 방어’ 차원의 군사 행동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한국이 준비해야 할 다음 수순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와 무차별 공습은 한국에 군사·외교·경제 전 영역에서 복합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청해부대의 임무 범위와 교전수칙을 명확히 정하고, 이란 해군과의 우발 충돌을 최소화하는 작전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외교 측면에서는 미국·유럽·중동 산유국과 긴밀히 공조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과 우리 선박 보호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원유·가스 수입선 다변화, 대체 운송로 구축, 에너지 절감 캠페인 등 비상 체제를 가동할 준비를 갖추는 것이 필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를 일회성 위기로 끝내지 않고, 한국이 ‘원유 해상길’의 최전선 국가라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며 지속 가능한 해양안보 전략을 구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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