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향수를 넘어선 파격” 페라리 SC40, 디자인 거장 만조니의 새로운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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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인에서 과거의 전설을 소환하는 것은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위험한 작업이다.
자칫하면 과거의 영광에 기댄 ‘복제’나 단순한 ‘향수’에 그치기 쉽기 때문이다.

페라리가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 제작한 원오프 모델 ‘SC40’은 이 딜레마에 대한 명확한 디자인적 해답을 제시한다.

| ‘뺄셈’으로 빚어낸 조형의 당위성
SC40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무언가를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깎아내는 ‘감산(Subtraction)’에서 시작되었다.

외장 디자인 리드 리카르도 안젤리니는 이를 “거대한 고체 덩어리(Solid)를 준비하고, 그 안을 파내어 비어있는 공간(Void)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측면의 NACA 덕트나 후면의 루버는 단순히 F40을 닮아 보이기 위한 장식이 아니다.

이들은 냉각 효율과 공기 흐름이라는 기술적 요구 조건에 맞춰 ‘파내어진’ 기능적 결과물이다.
조형적으로 예뻐 보이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공학적 필연성이 형태를 결정하는 디자인 원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포스트모던: 전통의 파괴와 재조합
디자인 수장 플라비오 만조니는 SC40을 ‘포스트모던(Postmodern)’이라는 단어로 정의한다.
여기서 포스트모던이란 단순히 과거 스타일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요소를 해체하고 새로운 맥락에서 재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리어 윙은 초기 스케치에서는 훨씬 낮았으나 공기역학적 효율을 위해 현재의 높이로 조정되었다.
미적 직관과 시뮬레이션 데이터 사이의 타협을 거치며, 과거 F40의 상징은 현대적인 성능 언어로 번역되었다. 소재 또한 마찬가지다.

F40의 상징인 카본 케블라와 레드 자카드 직물을 사용하되, 이를 현대적인 제조 기술로 재가공해 ‘기억’과 ‘혁신’을 동시에 담아냈다.

| 실구매 관점과 디자인적 가치
SC40은 단 1대 제작된 비스포크 차량으로, 일반적인 시장 가격이나 보조금 논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가격 또한 원오프 프로그램의 특성상 수십억 원대로 추정될 뿐 상세 조건은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차가 중요한 이유는 실구매 가능 여부보다 ‘페라리가 유산을 다루는 태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쇼카에 머물지 않고 실제 공도 주행을 위한 모든 안전 규정과 인증(Homologation)을 충족했다는 점은 이 디자인적 실험이 단순한 상상이 아닌 현실의 엔지니어링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증명한다.

| 마무리
페라리 SC40은 우리에게 묻는다. 유산이란 그대로 보존해야 할 유물인가, 아니면 새로운 창조를 위한 원료인가.
이 차가 보여준 ‘포스트모던’ 디자인 문법은 앞으로 페라리가 선보일 차세대 라인업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알려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에디터 한 줄 평: 과거의 복제가 아닌, 과거의 요소를 분해해 미래를 조립한 조형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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