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7억 원의 침묵… 전두환 미납 추징금, ‘사망’의 벽에 막혀 사실상 환수 종료

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867억 원을 환수하기 위한 검찰의 마지막 법적 시도가 무산됐다. 대법원이 전 씨의 사망으로 인해 추징금 채권 자체가 소멸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수십 년간 이어온 ‘전두환 비자금’ 환수 작업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
2026년 4월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제기한 ‘연희동 자택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검찰의 패소를 확정했다.
검찰은 부인 이순자 여사 명의로 된 연희동 자택 본채와 정원 등을 전 씨가 차명으로 구입한 불법 재산으로 보고, 이를 전 씨 명의로 돌려 압류하려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사 판결에 따른 추징금은 벌금과 마찬가지로 일신전속적 성격(특정인에게만 귀속되는 권리·의무)을 가진다. 따라서 당사자가 사망할 경우 상속되지 않고 소멸한다. 전 씨가 2021년 11월 사망함에 따라, 피고로서의 적격성이 상실되었고 이에 따라 추징을 위한 명의 변경 소송 역시 성립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전 씨는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 및 뇌물수수 혐의로 추징금 2,205억 원을 확정받았다. 이후 그는 “전 재산이 29만 원뿐”이라며 납부를 거부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2013년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되며 환수에 속도가 붙기도 했으나, 전 씨 측은 연희동 자택 압류 등에 대해 끊임없이 이의신청과 소송으로 대응하며 시간을 끌었다. 결국 전 씨 사망 시점까지 환수된 금액은 약 1,338억 원(환수율 약 60.7%)에 그쳤으며, 남은 867억 원은 영구 미납 상태로 남게 되었다.

지난 2023년 전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며 환수 여론이 다시금 불타올랐으나, 현행법의 한계는 명확했다. 제3자에게 넘어간 은닉 재산을 추징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범죄 수익’임을 검찰이 입증해야 하는데, 당사자인 전 씨가 사망하면서 증거 확보와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범죄자가 사망하더라도 불법 수익을 끝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몰수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5·18 기념재단 등 시민단체들은 “학살자가 반성 없이 떠난 것도 모자라 부정축재한 재산까지 후손들이 누리는 것은 정의에 어긋난다”며 국회의 조속한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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