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5명 싹 쓸어간 단속, 316명 귀국 후 공사는 ‘정지’
2025년 9월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조지아주 엘러벨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한국인 317명을 포함한 근로자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이들 중 316명은 8일 만에 ‘자진 출국’ 형식으로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공장은 설비·전력·배관을 맡던 핵심 기술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사실상 공사가 멈춘 상태가 됐다. 연간 30GWh 규모, 전기차 30만 대분 배터리를 공급할 전략 거점이 단속 한 번에 올스톱된 셈이다.

“우리는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 조지아 관료의 고백
사태가 커지자 가장 다급해진 쪽은 지역 경제를 책임지는 조지아주였다. 사바나 경제개발청 트립 톨리슨 청장은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는 한국인 기술자의 복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교한 장비 설치는 고도로 숙련된 한국인 인력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독점 기술을 가진 기업이 사실상 한국밖에 없다는 점이 좌절감을 준다. 우리는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고까지 표현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도 구금된 인력 상당수가 장비 설치·시운전·교육을 맡은 전문 기술자라, 이들이 빠지면 공정 전체가 멈출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트럼프·캠프 주지사의 급반전, “한국 투자 꺾고 싶지 않다”
초기엔 조지아주 공화당 정치인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을 공개 지지했지만, 현지 공장이 멈추고 지역 경제 타격 우려가 커지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브라이언 캠프 주지사는 뒤늦게 “한미 파트너십 수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며, 한국 기업 투자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줄이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주정부는 경제 개발 실적 자료에서 처음으로 한국을 ‘조지아 최대 투자 국가’라고 공식 명시하며, 한국 자본·기술 의존도를 인정하는 표현까지 썼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외국 투자가 위축되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투자 유치와 반이민 드라이브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의식하는 발언을 내놨다.

“한국인 없으면 못 짓는다” 일정 지연도 공식화
현대차 글로벌 COO 호세 문뇨스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로 조지아 배터리 공장 준공이 최소 2~3개월 이상 늦어질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 대체 인력을 단기간에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한국인 기술자 상당수가 가진 특수 장비 설치·라인 튜닝 경험이 현지 노동시장에 거의 없다는 점을 솔직히 밝혔다. 그 사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출장·현장 파견을 전면 중단하고, 현대차는 협력업체 고용 실태를 전수 조사하는 등 리스크 통제에 들어갔다.
결국 일부 기술자 재입국, 조지아의 ‘애타는 러브콜’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조지아주는 경제개발청·주정부 인사들을 앞세워 현대차 경영진을 직접 만나 “프로젝트를 끝까지 지지하겠다”, “한국 인력 복귀 방안을 함께 찾자”고 설득에 나섰다. 그 결과, 11월 기준 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 가운데 180여 명의 단기 상용 비자(B‑1)가 복원되고, 최소 30여 명이 현장에 복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도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시 현장에 투입돼 설비 설치를 돕고 있다”고 확인했지만, 단속 이전 수준으로 기술 인력이 돌아왔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얻은 교훈, 한국이 얻은 카드
이번 조지아 사태는 미국에 “반이민 정치와 제조 부흥이 정면충돌하면, 먼저 무너지는 건 공장이자 일자리”라는 현실을 보여줬다. 동시에 한국 입장에선, 단순 자본이 아니라 배터리·반도체·자동차 설비 같은 현장 수준의 기술력이 미국 지방정부·연방정부를 움직이는 실질 레버리지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이 한국 기술력을 ‘뒤통수 치듯’ 단속으로 압박하려다, 되려 자기 공장을 멈춰 세운 뒤에야 “제발 돌아와 달라”고 구애해야 했던 이 에피소드는, 앞으로 한미 경제·안보 협상에서 한국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입지를 설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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