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발견된 건 ‘군사분계선 인근 4개’뿐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 남침용 땅굴은 1974년부터 1990년 사이 연천·철원·파주·양구 등에서 발견된 1~4땅굴이 공식 전부다. 제1땅굴은 1974년 연천 장남면에서, 제2·3땅굴은 각각 1975년 강원 철원, 1978년 경기 파주에서, 제4땅굴은 1990년 강원 양구에서 확인됐다. 폭 1.7~2m, 높이 1.7~2m, 지하 45~145m, 길이 2~3.5km 규모로, “연대급 병력이 1시간 안에 남측 최전방으로 침투”하는 용도로 설계돼 있었다. 군 당국은 “추가 땅굴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까지 DMZ 밖 장거리 땅굴이 발견된 사례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35개, 부산 20개” 주장, 왜 과학적으로 어렵나
장거리 땅굴론자들은 북한이 TBM(터널 굴착기) 300대를 도입해 휴전선에서 수도권·부산까지 수십 개 장거리 땅굴을 뚫었다고 주장하지만, 공병 전문가들은 세 가지 이유로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 버력(굴착 시 나온 암석)을 수백 km 동안 5t 트럭 수백만 회 분량으로 실어 나르면서도 한·미 위성·정찰망에 안 걸릴 수 없고,
- 남쪽으로 갈수록 지하수가 몰리기 때문에 수십~수백 km 터널을 유지하려면 300m마다 양수시설을 갖춘 거대한 배수 시스템이 필요하며,
- 한국의 화강암 지형 특성상 발파로 발생하는 가스와 산소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3km마다 환기설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 역시 감시망을 피해 비밀리에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우징’·탈북자 제보…검증에서 무너진 장거리 땅굴 증거들
서울 35개·부산 20개 땅굴 지도를 제시한 남굴사·전직 정보요원 출신 인사들은, 다우징(L자형 엘로드로 수맥·땅굴을 찾는 행위)과 일부 탈북자의 제보를 근거로 든다. 하지만 다우징은 과학계에서 검증된 탐지 기술이 아니며, 군에서도 여러 차례 시험했지만 성공 사례가 없어 “비과학·미신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탈북자 증언 역시 제1·3땅굴 발견을 도운 1970년대 김부성씨 사례를 제외하면, 이후 수십 년간 남한 전역에 장거리 땅굴이 있다는 구체·재현 가능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는 게 국방부·정보당국의 설명이다.

화성·양주·남양주 ‘민간 시추’…군·과학 분석 결과는 ‘땅굴 없음’
2000년대 남굴사는 화성 지화리·경기 양주·남양주 등지에서 “남침 땅굴이 있다”며 자체 시추를 벌였고, 일부 언론에 “지하에서 기계음·인간 목소리가 들렸다”는 녹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이 녹음을 표준과학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지상에서 조작된 소리로 판명됐고, 육군 시추부대가 재탐사한 남양주·양주 일대에서도 땅굴은 발견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지하철 소리를 ‘북한 갱도차 소리’라고 주장하는 사례까지 있었지만, 분석해 보니 안내방송·웃음소리까지 그대로 들리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진짜로’ 조심해야 할 건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장거리 땅굴 공포”보다 실제 위협은 DMZ 인근 추가 남침 땅굴과, 이미 구축된 1~4땅굴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라고 본다. 군은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공병단에 땅굴 탐지 전담부대를 두고, DMZ와 그 남방 축선 27개 구역에 청음센서·지구물리 탐사 장비를 설치해 상시 감시 중이다. 제4땅굴은 시추가 아니라 국내 개발 지하탐사장비(지오비스)로 지하 145m 굴을 먼저 찾아낸 후 확인한 사례로, 한국군의 탐지 능력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근거로 자주 언급된다. 국방부 역시 “장거리 땅굴은 공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지만, DMZ 인근 추가 땅굴 가능성은 상정하고 탐지작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포착] 하마스 터널에 진짜 바닷물 퍼붓나?…이스라엘군 파이프 설치 공개](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4/CP-2025-0103/image-225c35e2-a763-4fd1-a95c-217b720b115c.jpeg)
하마스 터널과 북한 땅굴, 정말 ‘같은 위협’인가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구축한 ‘지하 도시’가 공개되면서, 일부에서는 “북한이 하마스에 땅굴 기술을 전수했다”거나 “곧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고 경고하지만, 군·공학 전문가들은 조건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한다. 하마스 터널은 도시·민가 아래 비교적 얕은 지하에서 단거리로 얽힌 구조이고, 북한 남침 땅굴은 군사분계선 아래 깊은 화강암층을 뚫어 군단급 침투용으로 설계된 만큼 용도·지형·규모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북한이 중동 무장단체에 일부 노하우를 제공했을 가능성은 제기되지만, “땅굴 자체는 특별한 첨단 기술이 필요 없는 만큼, 이를 근거로 한국 전역 장거리 땅굴을 상정하는 것은 과도한 공포 마케팅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제5땅굴은 있을 수 있다, 다만 서울·부산까지는 아니다”
군·정보당국·공병 출신 예비역들을 종합하면, 결론은 이렇다. 북한이 DMZ 인근에 추가 남침 땅굴을 파놓았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우리 군도 이를 전제로 탐지·차단 작전을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에 35개, 부산에 20~30개씩 장거리 땅굴이 나 있다는 주장은 버력·지하수·환기·위성감시·TBM 도입 비용·군사 효용 등을 따졌을 때 현실성이 거의 없으며, “핵보다 땅굴이 더 무섭다”는 식의 선동은 안보 논의를 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과학·정보에 기반한 DMZ 인근 침투 대비와 다양한 비정규·드론·미사일 위협이지, 검증되지 않은 ‘전국 장거리 땅굴 괴담’이 아니라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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