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부터 안전하게 호위하겠습니다”
2023년 하와이 DPAA(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에서 감식·신원을 확인한 6·25 국군 전사자 유해가 KC-330에 실려 한국으로 향할 때, 대한민군 공군은 특별 편대를 구성했다. 수송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자, 미리 대기하던 F-35A ‘프리덤 나이트’ 편대가 먼저 합류해 근접 호위를 시작했다. 당시 공중엄호 편대장의 “오랜 시간 먼길 오시느라 대단히 수고하셨습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공군이 선배님들을 안전하게 호위하겠습니다”라는 무전은 생중계 화면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됐다.
대통령보다 더 많은 전투기가 붙은 ‘특별 수송기’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3년 유해 봉환 당시 하와이를 출발한 KC-330이 KADIZ에 들어섰을 때 F-35A 전투기 4대가 근접 호위 비행으로 맞이했다. 이후 국내 상공 구간에서는 F-15K, FA-50 등 다른 전투기 기종으로 교대 호위하면서, 대통령 전용기 호위 때보다 더 많은 전투기가 동원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과거 대통령 해외 순방 귀국 시 통상 2~4대 호위 편대가 붙는 것과 비교하면, 국군 전사자 귀환은 ‘최고 수준 공중 의전’이 적용된 사례로 기록된다.
![메인추출 - [사진] 100년 만에 하늘 길로 고국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 공군 전투기 엄호 모시게 되어 영광!](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4/CP-2025-0103/image-2bd5a77b-1180-4bc0-8ca4-d223a756fdeb.jpeg)
홍범도 장군 귀환 때 시작된 ‘전투기 의전’ 전통
이러한 공군 호위 의전의 원형은 2021년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당시 KC-330 MRTT가 장군의 유해를 싣고 귀국할 때, F-15K, F-35A, KF-16, F-4E, F-5F, FA-50 등 6대의 전투기가 KADIZ 진입 지점부터 수송기를 둘러싸고 엄호 비행을 수행했다. 세대가 다른 전투기들이 한편대를 이룬 장면은, “한국 공군 전 세대 전력이 독립전쟁 영웅의 마지막 귀환을 호위했다”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참전용사 유해 봉환식에서도 KC-330과 전투기 편대가 함께 귀국하는 공중 의전은 거의 관례처럼 이어지고 있다.

KC-330, 단순 수송기가 아닌 ‘하늘의 의전 무대’
KC-330은 본래 F-15K·KF-16·F-35A 등 전투기에 연료를 공급하는 공중급유기이자 병력·화물 수송기다. 연료 약 111t을 적재해 F-35A 15대, F-15K·KF-16 각각 10·20대까지 한 번에 급유할 수 있어 ‘하늘의 주유소’로 불린다. 그러나 유해 봉환과 같은 임무에서는, 이 거대한 기체 자체가 하나의 의전 무대가 된다. 기내에서는 태극기로 감싼 유해 옆에 의장병이 끝까지 호위하고, 기체 주변으로는 전투기 편대가 겹겹이 둘러싸며 “공군 전체가 마지막 길을 책임진다”는 메시지를 시각화한다.
![르포]530km/h로 날면서…골프 홀컵만한 전투기 주유구에 '쏙' - 매일경제](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4/CP-2025-0103/image-e3b6dead-fe19-4247-858a-4b0036c5d107.jpeg)
공중 방어·대외 메시지·국민 감정이 겹친 ‘3중 임무’
전투기 호위 비행은 상징성만 있는 건 아니다. KADIZ 인근은 주변국 군용기 활동이 잦은 지역인 만큼, 유해를 모신 수송기에 대한 최우선 방공 우선권을 부여하고, 잠재적 위협을 선제 차단하는 군사적 의미도 있다. 동시에, 최신 전투기 편대가 KC-330을 감싸는 모습은 한국 공군의 전력을 대외에 과시하는 효과를 낸다. 여기에 “영웅의 귀환을 위해 우리는 이 정도까지 준비한다”는 장면을 국내에 보여 줌으로써, 유족과 국민에게 국가의 책임 의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의전 효과까지 더해진다.
“전투기는 무기이자 조문단”이라는 새로운 역할
KTV·연합뉴스 등에서 공개된 봉환식 영상에서는, 전투기 조종사들이 호위 비행 중 무전을 통해 “지금부터 대한민국 공군이 선배님들을 안전하게 호위하겠다, 필승”이라고 경례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플레어(섬광탄) 21발을 발사해 하늘에서 예포를 대신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이는 조종사가 단순히 전투를 수행하는 파일럿을 넘어, 국가를 대표해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리는 ‘공중 조문단’의 역할까지 맡고 있음을 보여준다. FA-50, F-35A 같은 전투기가 “무기이자 의전 도구”로 기능하는 새로운 군사·외교 의전 모델인 셈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끝까지 호위’의 관례
국방부와 공군은 앞으로도 6·25 전사자 유해 발굴·봉환 사업이 이어지는 한, KC-330과 전투기 편대를 활용한 최고 수준의 예우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2021·2023년 봉환식, 홍범도 장군 귀환 등 여러 사례에서 “영웅의 귀환에는 대통령 이상의 공중 호위가 따라붙는다”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결국 2023년 공군 ‘특別임무’의 주인공은 사람도, 정상이 아닌 “태극기로 덮인 관”이었다. 그 관을 실은 KC-330을 위해, 대한민국이 가진 가장 현대적인 날개들이 총출동했다는 사실 자체가, 국가가 전쟁 세대에게 보내는 가장 분명한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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