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천톤급 1척에 8천억…최대 3조원까지 열리는 태국 시장
태국 왕립해군이 발주한 4,000톤급 차세대 호위함 1척 도입 사업(예산 170억 바트, 약 8,000억 원)을 둘러싸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번 사업은 단일 계약 규모만 보면 1척 8,000억 원이지만, 태국 해군이 동일급 호위함 4척을 2단계로 나눠 도입하는 구상을 검토 중이라 전체 시장은 최대 3조 원까지 확장될 수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태국 조달청은 2월 입찰 공고를 내고 4월 21일까지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으며, 한국 2개사를 포함해 싱가포르 ST엔지니어링, 스페인 나반티아, 튀르키예 ASFAT·타이즈 조선소 등 총 6개사 경쟁 구도가 형성된 상태다.

‘원팀’은 접고 각자 참전…한국 기업끼리도 경쟁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사업이 그동안 해외 함정 수출에서 자주 등장했던 ‘K-방산 원팀’ 방식이 아니라, 한국 대표 조선사 2곳이 각자 이름으로 같은 사업에 입찰했다는 점이다. 태국 해군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각각 독립된 후보로 초청하면서, 단일 컨소시엄이 아닌 개별 경쟁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한국 최고 조선·방산 회사들이 해외에서 정면으로 맞붙는 드문 사례”라는 평가와 함께, 어떤 회사가 수주하더라도 ‘K-조선’의 기술력은 입증되지만 내부적으로는 결코 양보하기 어려운 승부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최소 20% 현지 건조·기술이전…단순 수출 아닌 ‘패키지 사업’
태국 왕립해군은 이번 호위함 도입 조건으로 최소 20% 이상의 현지 건조와 기술 이전을 명시했다. 태국 내 조선소와 합작하거나 장비 조립·블록 건조를 현지에서 수행해 태국 조선산업 육성, 고용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연스럽게 제안서 평가 항목에는 선체·전투체계 설계 능력뿐 아니라, 태국 조선소와의 협력 구조, 기술 이전 범위, 장기 운영·정비(MRO) 패키지, 인력 교육 프로그램 등 ‘패키지형 방산 사업’ 역량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HD현대중공업, 필리핀·동남아 레퍼런스로 ‘검증된 플랫폼’ 어필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해군 현대화 프로젝트(호라이즌 계획)를 통해 호위함·원해경비함(OPV) 등을 잇달아 수주·인도해 온 실적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필리핀에 인도한 HDF-3000·HDF-2600 계열 호위함은 예정보다 빠른 시점에 인도돼 작전 운용에 투입됐고, 이 과정에서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 “일정을 맞추고 실전 운용 신뢰도를 확보한 조선소”라는 이미지를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방산 전시회에서 태국을 겨냥해 HDF-3200·3600·4000 등 3종의 수출형 호위함 설계를 공개하며, 태국이 요구하는 4,000톤급 플랫폼에 맞춘 맞춤형 패키지를 제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푸미폰 아둔야뎃함’ 인연 앞세워 관계·운용 경험 강조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태국 해군과의 기존 신뢰 관계를 최대 무기로 삼고 있다. 2018년 인도된 3,650톤급 호위함 ‘푸미폰 아둔야뎃함’(HTMS Bhumibol Adulyadej)은 태국 전 국왕의 이름을 딴 함정으로, 현재 태국 해군의 사실상 기함 역할을 수행하며 한·태 방산 협력의 상징이 됐다.
푸미폰급은 스텔스 설계와 한국·서방산 센서를 결합한 수출형 플랫폼으로, 태국 해군 운용 경험이 좋게 평가되면서 후속 함정 도입 논의에서 ‘동일 설계·업그레이드형’을 우선 검토하도록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화오션은 방콕 방산 전시회에서 4,000톤급 ‘오션-40F’ 수출형 호위함을 선보이며, 기존 기함과의 시스템 호환성과 교육·정비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승부처는 ‘배’ 말고 ‘사람·관계’…현지 파트너십이 최종 변수
업계에서는 이번 태국 호위함 수주전의 승패가 단순 기술 스펙이나 가격 경쟁력을 넘어 현지 파트너십과 장기 협력 구상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태국은 최근 군 현대화 과정에서 무기 도입과 동시에 자국 방산·조선 산업을 키우려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업체가 태국 조선소와 공동 설계·건조·수리체계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안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SK오션플랜트 등 다른 한국 기업들도 태국 해군과 첨단 함정·해양플랜트 협력 논의를 진행한 바 있어, 최종적으로는 “한국 조선·방산 생태계 전체를 어떻게 엮어 태국과 윈-윈 구조를 만들 것인가”가 평가 테이블의 핵심 항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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