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 오면 수류탄 뽑고 자폭하라”…살아남은 단 2명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포로가 된 북한군 2명이 공개 증언에 나서면서, 김정은 정권이 파병 병사들에게 강요한 ‘자폭 전술’의 실상이 드러났다. MBC ‘PD수첩’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2025년 초 쿠르스크 인근 농업지대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투입됐다가 부상을 입고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20대 병사들로, 같은 부대 소속 수십 명 가운데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사례로 전해진다.
포로 리모(가명)는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일정 거리 안으로 접근하면 수류탄 핀을 뽑아 자폭하라는 교육을 반복해서 받았다”며, 실제로 많은 동료들이 포위 상황에서 수류탄을 몸에 안고 폭발시켰다고 증언했다.

포로 되면 ‘역적’…귀환해도 인민재판과 3대 멸족 공포
북한군이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받는 배경에는 포로 = 역적이라는 체제 논리가 깔려 있다. 자유아시아방송·조선일보 등은 쿠르스크 전선 파병 병사들이 출국 전 “포로가 되면 3대가 처벌받고, 살아 돌아와도 배신자로 낙인찍힌다”는 사상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았다는 증언을 전했다.
실제로 과거 탈북 군인·전쟁 포로들의 사례에서, 전투 중 포위·후퇴·포로 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귀환 후 공개 재판·숙청·노동교화소 수감이 이어진 경우가 다수 보고됐다. 쿠르스크 전선 북한군 포로 2명도 “북으로 돌아가면 가족까지 다 죽는다. 한국에 가야 산다”고 말하며, 귀환이 곧 집단 처벌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를 호소했다.

“엄마 같아서 보내기 싫다”…한국행 호소, 북송 두려움의 반대편
이들은 단지 ‘북한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 노골적으로 한국행을 요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포로수용소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김영미 PD가 떠날 때 한 병사는 “보내기 싫다, 엄마 같다”고 눈물을 보였고, “한국분들 품속으로 가겠다”는 내용의 친필 편지까지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두 포로는 “한국이 안 데려가면 죽는 수밖에 없다”며 한국행 의사를 거듭 밝혔고, 우크라이나 군·시민들도 이들을 ‘전쟁 희생자’로 대하며 보호하고 있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그만큼 북한 체제 아래로 돌아가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까지 파멸시키는 선택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이 만든 ‘선택지 0개’ 구조…포로가 되면, 살아 있어도 불편한 존재
쿠르스크 전선 파병 병사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사실상 없다.
- 전장에서 자폭하면 “충성의 영웅”으로 선전될 수 있지만, 그 순간 삶은 끝난다.
- 우크라이나군에 포로가 되면 국제법상 전쟁포로로 보호받을 수 있지만, 전쟁이 끝난 뒤 북송될 경우 인민재판·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 한국으로 귀순을 선택하면 본인은 살 수 있을지 몰라도, 북한에 남은 가족에게는 “간첩의 가족” 낙인이 찍혀 고문·추방·수용소 수감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한 포로는 제작진에게 “살아 있는 게 불편하다”고 털어놓았고, 김영미 PD는 “포로들이 수용소 안에서도 김정은 초상화를 그리며 충성 경쟁을 하는 모습이 역설적”이라고 전했다. 체제 선전과 가족 멸족 공포, 그리고 타국 땅에서의 고립이 겹치며, 북한군에게 포로 생활은 살아 있으면서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부유하는 삶’이 되는 셈이다.

우크라이나·한국·국제법 사이에 낀 ‘인도주의 딜레마’
문제는 이들의 희망과 달리, 법·외교 현실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제네바 협약상 전쟁포로는 전쟁 종료 후 원칙적으로 본국 송환이 기본이며, 제3국 이송은 예외적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HUR)과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행 가능성을 “인도주의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동시에 “특정 국가 포로만 별도 대우하면 다른 포로 처리에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귀순 의사가 확인된 북한 주민 보호는 원칙”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북·러·우크라 3각 구도 속에서 직접적으로 나서 포로 송환을 밀어붙일 경우 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을 피해서 도망간다”는 말의 진짜 뜻
결국 우크라이나 포로가 된 북한군이 한국행을 호소하는 이유는 단순한 ‘탈북 욕망’이 아니라, 김정은 체제 아래에서 포로·귀환병이 어떤 운명에 놓이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은 자폭 전술과 무리한 돌격, 열악한 보급 속에서 ‘고기방패’로 소모되고 있고, 살아남더라도 본국에서 환영받는 영웅이 아니라 언제든 처벌과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는 잠재적 “문제 인원”으로 취급된다.
이들은 그래서 총탄과 포화 속에서도, 그리고 포로수용소 높은 담장 안에서도 “김정은을 피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계산하고 있다. 그 계산의 끝에서 한국이라는 선택지가 유일한 생존 경로로 떠오른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의 북한 체제가 자국 청년들에게 어떤 공포와 절망을 안기고 있는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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