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1일, 독일 키엘 연구소는 한 장의 청구서를 발표했다. 유럽이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를 방어하려면, 향후 10년 동안 매년 약 550억 달러 — 누적 5300억 달러 — 의 추가 지출이 필요하다는 계산이었다.
같은 시기 트럼프 행정부는 새 국방전략에서 유럽 방위를 사실상 후순위에 놓았다. 유럽은 유럽이, 한국은 북한을, 중동 동맹국은 이란을 막아야 한다는 명제가 문서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키엘 연구소가 제시한 숫자
보고서는 유럽이 향후 10년에 걸쳐 방공·미사일 방어를 5배 늘리고, 기갑·지상군·물류망까지 동시에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매년 550억 달러는 그 가운데 핵심 격차를 메우기 위한 최소 비용이다.

5퍼센트 GDP 시대로의 NATO 가입비
트럼프의 압박 속에 NATO는 국방비 GDP 대비 5퍼센트 시대를 공식화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수치로, 사실상 냉전 직후 수준 이상의 부담을 회원국 전체에 강제하는 구조다.

영국·독일조차 C급 평가
보고서는 다수 NATO 회원국의 군 전력 수준을 B 또는 C급이라고 적시했다. 한때 핵심 축이었던 영국조차 즉시 투입 가능한 부대 운용에 어려움이 있고, 패트리엣·THAAD 같은 미국제 시스템에 여전히 절대 의존하는 상태다.

미국이 약속하는 것, 빼버리는 것
미국은 NATO에 잔류하고 핵 억제 책임은 계속 진다. 그러나 유럽의 재래식 방위는 더 이상 기본값으로 미국이 부담하지 않는다. 패트리엣·THAAD의 자동 공급, 토마호크 배치 지원 등은 협상 대상으로 옮겨졌다.

한국과의 비교가 던지는 질문
유럽의 청구서는 한국에도 거울이 된다. 미국이 유럽에서 부담을 줄인다면, 동아시아에서도 같은 셈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 동맹의 비용 분담 셈법은 다음 1년 동안 가장 큰 외교 변수다.
안보는 다시 비용의 문제로 돌아왔다
안보를 무료 공공재처럼 누리던 시대는 끝났다. 유럽도, 한국도, 일본도 같은 청구서를 받게 된다. 차이는 어떤 청구서를 먼저, 얼마에 받을 것인가다.
530억 달러는 단지 유럽의 숫자가 아니다. 한국의 다음 10년 국방예산을 위한 사전 통고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