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만 1천 대 교육용 드론, 숫자가 말해주는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은 값싼 소형 드론 한 대가 수십억 원짜리 전차를 격파하는 장면을 전 세계 군에 각인시켰다. 한국군도 이를 반영해 ‘드론 전사 50만 명 양성 계획’의 첫 단계로 육군 교육용 상용 드론 1만 1천여 대를 한 번에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개인 취미도 아니고, 군 교육용으로만 이 정도 규모를 한 번에 들여오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입찰 공고는 4월 14~5월 26일, 제안서 접수는 5월 27일까지이고, 7월까지 시험 검증을 끝내 올해 안에 실제 도입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공격적인 일정이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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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조달에 처음 들어오는 ‘복수 낙찰제’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제도적 변화는 국방 분야 최초로 복수 낙찰제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방산 조달은 보통 한 개 업체가 전량을 수주하는 단일 낙찰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 개 기업을 동시에 선정하고, 그 아래 수십 개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바꿨다. 1만 대가 넘는 드론을 짧은 기간 내에 공급하려면 한 업체 생산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물량을 나눠야 속도를 낼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다. 동시에 특정 업체에 문제가 생겨도 전체 공급이 끊기지 않고, 다수 중소 드론 업체들이 국방 사업에 참여하는 발판을 만들어 국내 드론 산업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싸구려 중국산 말고, 비싸도 국산으로 간다”는 선언
핵심은 국산화다. 지금까지 한국군이 쓰는 소형 드론은 핵심 부품 국산화 비율이 40%도 안 되는 수준이었고, 데이터 링크·통신 모듈을 중심으로 중국산 의존도가 높았다. 국방부 장관이 직접 “국내 소형 드론 에코시스템은 거의 저변 수준”이라고 인정할 정도였다. 문제는 국산 드론이 중국산보다 비싸다는 점이었고, 저가 위주의 조달 구조에서는 결국 중국 부품으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업은 애초 예산을 ‘국산 단가’ 기준에 맞춰 편성하면서, “싼 게 아니라, 우리 부품이 들어간 제대로 된 드론을 사겠다”는 방향으로 돌린 게 포인트다. 이후 시험·검증 과정에서도 국산화율과 품질을 집중적으로 보겠다고 한 만큼, 가격보다 국산 기술 축적이 목표라는 게 드러난다.
‘드론 전사 50만 명’ 구상의 첫 단추
이번 도입은 단발성 쇼핑이 아니라 더 큰 그림의 시작이다. 국방부는 2025년 ‘드론 전사 50만 명 양성 계획’을 공식화했다. 직업군인과 의무복무 장병 모두가 복무 기간 동안 드론 조종 자격과 실무 경험을 쌓게 만들고, “군 다녀오면 드론은 기본으로 다룰 줄 안다”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계획에 따라 3년 안에 훈련용 드론 5만 기를 조달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육군 2만 기, 해군 1만 기, 공군 1만 기, 분대당 1기 이상 배치라는 숫자도 나왔다. 이번 1만 1천여 대 사업은 그 5만 기 목표의 첫 시범 물량이자, 대량 도입·운용 체계를 시험하는 파일럿인 셈이다. 2026년 관련 예산은 드론 조달, 교관 양성, 훈련 인프라 구축까지 합쳐 약 330억 원 규모로 책정돼 있다.
![우크라 전장서 떴다…'드론 공격팀' 부대까지 창설한 美해병대 [밀리터리 브리핑] | 중앙일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5/CP-2025-0398/image-d5582489-c2a3-4a2e-a805-90e801b3ee19.jpeg)
FPV 드론 = 제2의 개인화기, 박격포도 드론으로 바꾸겠다는 계획
한국군은 우크라이나 전장처럼 FPV(일인칭 시야) 드론을 ‘제2의 개인화기’로 공식 위치시키기 시작했다. 병사가 소총과 함께 들고 다니는 또 하나의 무기로 드론을 보겠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육군은 60mm·81mm 박격포를 점진적으로 FPV 드론으로 대체하는 방향까지 검토하고 있다. 박격포는 전통적인 보병 지원 화력인데, 이를 드론으로 바꾸겠다는 건 전투 양식 자체를 재설계하겠다는 이야기다. 이미 Army TIGER 4.0 실험에서, 정찰 드론이 건물 밖 적을 찾아내고 무장 드론이 이를 타격하는 시나리오를 여러 차례 검증한 바 있어, 이번 대량 조달은 이 개념을 ‘전군 표준’으로 확장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군에서 키우고 사회로 내보내는 ‘드론 인력 플랫폼’
국방부는 이 계획을 단순 전력 증강이 아니라, 1990년대 IT 인재 육성과 비슷한 국가 프로젝트로 본다. 당시에는 군과 학교를 통해 PC·네트워크 인력을 대량 배출해 IT 강국 기반을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군이 드론 조종·운용 인력을 대규모로 양성해 산업계로 돌려보내겠다는 그림이다. 병역을 마친 젊은 층이 드론 조종 자격과 실무 경험을 들고 사회에 나오면, 물류·건설·농업·촬영·안보 등 각 산업에서 바로 투입 가능한 인력이 된다. 군이 국산 드론의 최대 수요처가 되어 내수시장과 기술을 키우고, 양성된 인력이 민간 드론 산업 성장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노리는 것이다.

‘개인 소총보다 더 많아질’ 무기가 된 드론의 의미
결국 이 흐름이 계속되면, 한국군 안에서 드론은 개인 소총 숫자에 버금가거나 일부 부대에선 이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 분대당 1기 이상, 장기적으로는 병사 개개인이 FPV 드론을 다루는 상황이 오면, 전장을 지배하는 센서와 타격 수단의 밀도는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론의 시대”를 강제로 앞당겼다면, 한국은 그 흐름을 단순히 따라가는 게 아니라, 대량 도입·국산화·인력 양성까지 묶어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 이 계획이 얼마나 실전성과 산업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5~10년 한국 드론·방산 생태계의 성패를 가르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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