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새 기업가치 두 배, 안두릴에 몰린 돈
미국 방산테크 기업 안두릴(Anduril)의 몸값이 1년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안두릴은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약 610억달러, 우리 돈 90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불과 지난해 6월에는 305억달러 수준이었으니 1년 사이 평가가치가 두 배가 된 셈이다. 같은 기간 매출도 22억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고, 직원 수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불어났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라는 ‘AI가 전면에 등장한 최초의 전쟁’이, 이 회사의 성장 스토리에 강력한 추진력을 더해 준 셈이다.

“새로운 냉전”을 노리는 AI 방산의 논리
안두릴 CEO 브라이언 심프는 “우리가 2017년 회사를 만들 때만 해도 국방 분야는 벤처투자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 시장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미·중 전략 경쟁과 이란전, 우크라이나전이 겹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투자자 서한에서 “우리는 새로운 냉전 시기에 들어섰다”며, “전쟁에 대비하는 능력을 키움으로써 오히려 미국과 동맹이 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요약하면, “강한 무기로 억지력을 만들어야 평화가 유지된다”는 고전적인 억지 이론에 AI·무인기 기술을 덧씌운 셈이다.

전장에서 증명된 AI·자율 무기, 돈이 몰리는 구조
이번 이란전은 미·이스라엘이 AI 기반 표적 식별·위협 분류·무인기군 운용을 광범위하게 활용했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의 AI 주도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실시간 위성·정찰 데이터와 센서 정보를 AI가 취합해, 어느 표적을 우선 타격할지, 어느 경로로 무인기를 보내야 할지를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이 제안·결정하는 장면이 늘어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두릴처럼 자율 감시·무인기·센서융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실전 ‘성적표’를 들고 투자자들 앞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미국 정부도 ‘국방 재산업화’ 기조 아래 이런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면서, 군수·AI 스타트업에 돈이 한꺼번에 쏠리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실드AI·사로닉도 몸값 폭등, “드론·무인함은 필수품”
안두릴만 뜨는 게 아니다. 자율 비행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실드AI(Shield AI)는 지난 3월 시리즈 G 라운드에서 약 20억달러 투자를 유치해, 기업가치가 127억달러로 뛰었다. 이 회사는 조종사가 타지 않아도 건물·도시 지형을 스스로 파악하는 전술 드론·자율비행 스택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해상 자율무기 분야에서는 사로닉(Saronic)이 같은 시기 17억5000만달러를 조달하며, 기업가치를 약 92억5000만달러로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전쟁터에서 ‘사람이 타지 않는 배와 비행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이들 회사가 사실상 새 군수 생태계의 핵심 공급자로 떠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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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덕에 떼돈”이라는 비판과, 안보·산업 사이의 회색지대
이런 폭발적 성장 뒤에는 불편한 현실도 있다. 이란전·우크라이나전 같은 실제 분쟁이, 이 기업들에 실전 데이터와 ‘무기 시험장’을 제공했고, 그 결과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돈을 넣을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전쟁은 부자를 만든다”는 냉소가 다시 고개를 든다. 회사들은 “전쟁을 억지하기 위한 힘을 만든다”고 주장하지만, 시장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군수 지출과 기술 수요 자체를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 결국 한쪽에서는 피해와 파괴가 벌어지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기업 가치와 매출 그래프가 치솟는, 안보와 이윤이 얽힌 회색지대가 더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 입장에서 의미하는 것, 그리고 과제
한국도 드론·AI·자율 무기 체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런 흐름은 단순히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기업이 같은 분야에서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 기술이 실제 전장에서 어떻게 쓰이고, 어떤 정치·윤리적 논쟁을 불러올지”에 대한 고민도 같이 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처럼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마주한 국가는, 전력 강화와 방산 수출, 그리고 전쟁·분쟁에 따르는 도덕적 부담 사이에서 어떤 기준선을 그을지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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