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티어 ‘발당 40억’ 현실이 만든 국산화 드라이브
KF-21 보라매 양산이 시작됐지만, 진짜 전투력을 좌우하는 건 결국 어떤 공대공 미사일을 다느냐 문제다. 초도 물량은 유럽 MBDA의 미티어(Meteor)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여기서 치명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티어 가격은 발당 40억 원 수준으로 급등했고, 한국이 1차로 확보한 100여 발로는 KF-21 40대를 제대로 채우기도 벅차다. 전투기 한 대에 미사일 4발만 달아도 무장비만 160억 원인 셈이라, 평시 훈련·전시 소모까지 감안하면 재정 부담과 지속 작전 능력에 큰 구멍이 생긴다. 이 상황이 “이대로 수입에만 매달리면 전투기를 많이 가져도 제대로 쏠 미사일이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이어졌고, 그게 곧 국산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밀어붙이는 동력이 됐다.

고체 로켓 건너뛰고 램제트로, 유럽만 하던 걸 한국이 따라잡았다
여기서 나온 게 이른바 ‘한국형 미티어’ 구상이다. 놀라운 점은 단순 고체로켓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유럽이 미티어에 쓴 것과 같은 ‘덕티드 램제트(ducted ramjet)’ 엔진을 노골적으로 목표로 잡았다는 거다. 램제트는 탄두 뒤에 연료만 싣고, 산소는 비행 중 공기 흡입구로 빨아들여 쓰는 방식이라, 연료 효율이 좋고 장거리에서 속도·기동을 유지할 수 있다. 대신 공기저항이 커지고, 매우 까다로운 연소·추력 제어 기술이 필요해 세계적으로도 몇 나라만 제대로 구현했다. 미티어가 날개 모양 얇은 흡입구를 갖고, 추력을 상황별로 조절해 ‘노 이스케이프 존(No Escape Zone)’을 극대화한 것도 이런 기술 덕분이다. 한국이 기술 이전 없이, 축소형 엔진과 시험탄을 통해 이 난제를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는 점은, 단순 복제나 역설계 수준을 넘은 “핵심 추진기술 자립”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현대로템·LIG넥스원, 축소 엔진·시험탄으로 7년 내 체계 개발 노린다
보도 내용대로라면, 현대로템은 램제트 엔진 자체의 성능을 상당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LIG넥스원은 이미 축소형 시험탄으로 공기저항·열·기체 변형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이 방식은 그냥 실물 크기 미사일 하나를 10년 넘게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축소모델과 시뮬레이션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본 체계 개발 기간을 7년 이내로 압축하겠다는 전략이다. MBDA도 미티어 개발 당시 공기저항을 견디면서 공기 흡입·연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한국은 그 경험을 교과서 삼아 비교적 늦게 뛰어든 대신 더 빠르게 따라잡겠다는 접근이다. 이게 성공하면, “한국은 고체 로켓 미사일은 한다, 램제트급은 못 한다”는 오랜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 된다.

미티어–AMRAAM 의존에서 벗어나야 KF-21 수출도 산다
F-16·F-15 계열과 마찬가지로, KF-21의 수출 경쟁력을 가르는 건 기체만이 아니다. 어떤 레이더와 어떤 미사일을 ‘세트’로 묶어 내놓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미국은 최신형 AIM‑120D, 차기 AIM‑260 JATM 같은 미사일을 동맹국에 선택적으로 풀며, 수출 승인과 조건을 외교 레버리지로 써 왔다. 이미 F‑35 운용국 상당수가 “AMRAAM 후속 도입 승인·물량·가격” 문제로 고민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AESA 레이더·사격통제·램제트 장거리 미사일까지 한국산으로 묶인 ‘풀 패키지’가 나오면, KF‑21은 기체 가격뿐 아니라 무장·운용 자율성 측면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카드가 된다. 특히 미국·유럽으로부터 최신 미사일을 쉽게 못 받는 중동·동남아 국가들에겐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아덱스 2025 인터뷰]“현대로템, 우주 발사체·유도무기 분야에서 첨단 기술로 승부할 것” | 아시아투데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5/CP-2025-0398/image-37291250-5ceb-493f-a0c5-4cae4f75cfd9.jpeg)
“100년 걸릴 줄 알았다”는 말을 뒤집은 상징적 기술
덕티드 램제트 기반 공대공 미사일은 오랫동안 “미국·유럽 몇 나라만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여겨졌다. 한국 내부에서도 “고체 연료 장거리 미사일이나 제대로 하자, 램제트는 아직 이른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많았다. 그런데 방위사업청의 공식 체계 개발 예산이 본격 투입되기 전부터, 국내 방산업체들이 자기 돈을 태워 축소 엔진과 시험탄을 돌리면서 데이터부터 쌓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해 보라고 예산 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먼저 데이터·기술을 만들어 놓고 국가사업을 끌어온다”는 방식이 자리 잡으면, 앞으로 레이더·전자전·유도탄 등 다른 분야에서도 민간 주도의 기술 도전이 훨씬 빨라질 수 있다.

결국 목표는 ‘강철 화살’ + ‘우리 레이더’의 조합
2030년대 초, 국산 AESA 레이더가 표적을 잡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산 램제트 공대공 미사일이 수백 km 밖 적기를 쫓아 끝까지 압박하는 그림이 현실화되면, 한국 공군의 공중전 개념 자체가 한 단계 올라간다. 그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 지금 있는 건, 미티어라는 ‘비싼 외제 화살’에 의존하는 과도기다. 이 과도기를 어떻게 단축하고, 국산 ‘강철 화살’을 얼마나 빨리 궤도에 올리느냐가 앞으로 10년 한국 공대공 전력의 성패를 가를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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