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가 찾는 건 ‘잠수함’이 아니라 ‘산업 파트너’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은 표면상 무기 도입이지만, 실제로는 자국 조선·제조·기술 생태계를 다시 세우는 산업 재건 프로젝트에 가깝다. 그래서 캐나다 정부는 단순 작전 성능보다 기술 이전 범위, 현지 조선소 설립, 장기 고용, 공급망 강화 같은 경제·산업 기여도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잡고 있다. 이 조건을 끝까지 맞출 수 있는 후보가 많지 않고, 여기서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게 “모든 칸에 체크할 수 있는 나라”로 거론되는 것이다.

왜 독일·일본이 아니라 한국인가
독일과 일본은 잠수함·함정 기술력 측면에서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기본 사업 모델이 “완제품 수출 + 제한적 기술협력”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민감한 핵심 설계·소프트웨어·체계 통제권은 넘기지 않고, 현지 조선 능력 구축도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인도네시아 잠수함 사업처럼, 설계 공유·현지 조선소 공동 설립·기술자 교육·초기 물량 한국 건조 후 후속 물량 현지 전환까지 포함한 ‘완전 이전 패키지’를 실제로 수행한 전례가 있다. 캐나다가 “우리를 잠수함 고객이 아니라 산업 파트너로 보는 나라”를 찾을 때, 이 전례는 매우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장보고‑Ⅲ 플랫폼이 캐나다 요구에 맞는 이유
캐나다가 원하는 건 북극해와 대서양을 오갈 수 있는 3,000톤급 이상 장기 작전용 잠수함이다. 한국의 장보고‑Ⅲ 배치‑II급은 실질 수중배수량이 4,000톤급에 근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장기 잠항에 필요한 공기불요추진(AIP) 확장형, 다연발 발사관 구조 등 ‘전략 플랫폼’ 요소를 갖춘 설계다. 한국 해군이 동중국해·원양 장기 작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개량해 온 플랫폼이기 때문에, 단순 도안이 아니라 실전 운용에 기반한 설계라는 점도 평가받는 부분이다. 유럽의 상당수 잠수함이 지중해·발트해 중심 운용에 최적화된 것과 비교하면, 극지·대양 환경 요구에 더 가깝게 맞는 셈이다.
![캐나다 잠수함 60조 사업, 판이 바뀌는 순간 [박수찬의 軍] | 세계일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5/CP-2025-0398/image-ea79ca36-4acc-4001-8d31-dd1b8de0162a.jpeg)
“이 속도로 지을 수 있나”를 보여준 거제 조선소
캐나다 산업부 장관과 총리가 잇달아 한국 조선소, 특히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를 찾은 건 단순 의전 방문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많다. 실제로 캐나다 쪽 자문단과 해군 관계자들은 “캐나다 자국 조선 능력만으로는 3,000톤급 잠수함을 여러 척 동시에 찍어내는 생산속도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반복해 왔다. 거제에서 최소 세 척 이상이 동시에 건조되는 현장을 직접 본 건, 한국의 양산 능력이 ‘이론’이 아니라 ‘눈으로 확인 가능한 현실’이라는 걸 보여준 장면이다. 납기와 생산 속도는, 노후 빅토리아급 유지·보수에 매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캐나다에게 특히 중요한 요소다.
캐나다가 원하는 ‘풀 패키지’를 맞춰줄 수 있는 구조
캐나다는 이번 사업에서 절충교역과 산업 기여도를 압도적 비중으로 반영하려 한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기술 이전의 폭이 얼마나 넓은가. 둘째, 캐나다 내에 실제 조선·정비·부품 생산 생태계를 얼마나 구축해 줄 수 있는가. 셋째, 장기적으로 캐나다인 일자리와 기술력을 얼마나 키워줄 수 있는가. 유럽·미국 업체 다수는 보안·동맹 구조를 이유로 핵심 기술 이전에 선을 긋고, 현지 조선 기여도도 제한적으로만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이미 다른 국가에서 “처음엔 한국에서 만들고, 이후엔 현지 조선소에서 직접 건조하는” 모델을 검증한 만큼, 캐나다가 그리는 그림과 가장 잘 겹치는 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
“정치 빼면 답은 한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
캐나다는 어느 한 동맹에 안보·외교를 전적으로 예속시키지 않고, 경제·산업 이익을 기준으로 파트너를 고르는 경향이 강하다. 폴란드처럼 노골적인 안보 동맹 정치, 호주처럼 쿼드·AUKUS 같은 안보 구조에 갇힌 나라도 아니다. 그래서 캐나다 현지에서는 “정치 논리와 전통적 유럽중심 시각을 빼고, 순수하게 산업·기술·납기·대양 작전 능력, 기술 이전까지 모두 만족시키는 후보를 고르면 한국밖에 남지 않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커뮤니티나 방송 댓글에서 “Fast‑track to Korea(한국으로 빨리 가자)”, “기술 이전 가능한 유일한 선택지”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도 그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결국 관건은 마지막 한 줄짜리 ‘정치적 문장’
해외 군사 전문 매체들이 공통적으로 내리는 결론은 대체로 비슷하다. 납기, 기술 이전, 조선소 설립, 산업 기여도, 대양 작전 능력까지 모든 항목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후보는 한국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결정 과정에서는 마지막 한 줄, 즉 “캐나다가 향후 30~40년 간 어떤 전략적 방향성을 선택하느냐”라는 정치적 문장이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산업 전략만 보면 한국이 정답에 가깝지만, 유럽과의 관계, 미국과의 조율, 나토 내 역할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 그래서 지금 상황을 많은 분석가들이 이렇게 요약한다. 실무·기술·경제 논리로 보면 답은 이미 나와 있고, 남은 것은 캐나다 정치가 그 답을 얼마나 솔직하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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