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알을 총알로 맞힌다”를 목표로 한 절박한 도전
한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상시 노출된 나라라, 방공체계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천궁-Ⅱ를 총괄한 이진익 ADD 제1연구원장은 당시를 “정말 절박했다”는 한마디로 요약한다.
단거리 ‘천마’, 휴대용 ‘신궁’에 이어 천궁-Ⅰ·Ⅱ, L-SAM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만큼 한국형 대공·탄도탄 방어체계의 역사는 곧 이진익과 연구진의 고투 기록과도 같다.

새 개념 무기를 ‘맨손’으로 만들다
천궁-Ⅱ 개발 당시 한국은 다기능 레이더, 수직발사, 교전통제소를 모두 묶은 복합 방공체계를 자체 설계해야 했다.
해외 완제품을 들여오던 단계에서, 아예 우리 손으로 시스템 전체를 ‘제로에서 설계’하는 도전에 가까웠다.
연구진은 레이더·발사대·교전통제소를 함께 묶어 운용하는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야근과 실패를 밥 먹듯이 반복해야 했다.
“우리에게 없는 걸 새로 만들어야 했다”는 회고에는 그 과정의 피·땀·눈물이 그대로 담겨 있다.

두 번의 실패, 그리고 어부가 건져 올린 잔해
천궁-Ⅱ 유도탄 첫 두 차례 비행시험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원인 분석이 막히면서, 내부에서도 “우리가 정말 해낼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던 중 1차 시험 때 바다로 떨어졌던 잔해를 한 어부가 우연히 그물로 건져 연구진에게 전달했다.
이 잔해 분석이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 그동안 세운 가설과 수정 방향에 확신을 주는 전환점이 됐다.

혹한의 대관령, 호빵 기계로 버틴 시험장
성능 검증을 위해 극한 환경 테스트도 필수였다.
연구진은 한겨울 대관령의 칼바람 속에서 레이더·발사체계를 시험하며, 장비 완성도를 조금씩 끌어올렸다.
추위에 손발이 곱는 상황에서 한 연구원이 근처 마트에서 호빵 기계를 빌려와 시험장에 설치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따뜻한 호빵을 나눠 먹으며 서로를 다독인 시간이, 지금의 천궁-Ⅱ 완성 뒤편에 있는 인간적인 풍경이다.

패트리엇에 맞먹는 ‘K-방공’의 심장, 천궁-Ⅱ
이진익 원장은 천궁-Ⅱ가 교전통제 기술·기동성·정밀 유도탄 설계에서 미국 패트리엇과 충분히 비교 가능한 수준이라고 자신한다.
실제로 천궁-Ⅱ는 중동 실전에서 90%대에 이르는 요격 성공률을 보이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L-SAM까지 성공하면서, 한국은 저고도부터 중·고고도까지 자체 다층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했다.
“한국 방공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그의 발언은 과장이 아니라, 축적된 실적 위에서 나온 자신감에 가깝다.

다층 방어를 ‘우리 기술’로 갖는 의미
국내 기술로 천궁-Ⅱ와 L-SAM을 함께 운용한다는 건 단순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위협 환경에 맞춰 요격체계를 빠르고 저비용으로 개량·증설할 수 있는 자율성이 생긴다는 뜻이다.
저고도·중고도·고고도를 한 번에 커버하는 방어망은, 적 미사일에 대해 ‘또 한 번의 교전 기회’를 만들어 준다.
즉, 한 번 못 막으면 끝나는 구조에서, 여러 번 요격을 시도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한 셈이다.

이제는 위성·드론까지 총괄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이진익 원장은 지금은 ADD에서 위성과 드론 등 현대전 패러다임을 바꾸는 분야까지 총괄하고 있다.
본인의 표현대로라면, 야전 지휘관을 거쳐 ‘큰 무대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10년마다 어깨에 10kg씩 짐이 더 올라간 기분이었다”고 말할 만큼, 사업·기술 결정의 압박은 컸다.
그럼에도 “우리가 만든 무기체계가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말하며, 후배 연구자들에게 응원을 부탁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