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분 만에 끝난 서해 한복판의 일방적 승리
1999년 6월 15일 오전, 서해 백령도 인근 NLL 남쪽으로 북한 청진급 경비정 4척과 어뢰정 1척이 남하하면서 제1연평해전이 시작됐다.
당시 교전규칙은 “선제 사격 금지”였기 때문에, 한국 해군은 북한이 먼저 쏘지 않는 이상 포문을 열 수 없었다.
이 난감한 상황에서 2함대 사령관 박정성 소장은 “못 쏘면 들이받아라”는 결단으로 참수리급 고속정들에게 충돌 전술을 지시했다.
이 선택이 14분 만에 북한 함정 2척 침몰, 3척 대파라는 일방적 승리로 이어졌고, 한국 측 피해는 경미한 부상 한 명에 그쳤다.

“총 못 쏘면 배로 부딪쳐라” 충돌 전술의 위력
수리 357호는 북한 경비정 684호를 향해 직선 돌진했고, 선체를 부딪쳐 적 함의 균형과 전열을 무너뜨렸다.
놀란 북한 경비정은 25mm 기관포로 대응했지만, 이미 거리와 각을 잡아 둔 한국 측 고속정들이 40mm·20mm 포로 되받아쳤다.
갑판이 노출된 북한 경비정은 순식간에 화망에 휩싸였고, 포를 운용하던 수병들이 그대로 제압됐다.
포항급 초계함 영주함은 76mm 함포 사격으로 북한 어뢰정에 결정타를 날리며 전투의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어뢰정·경비정 침몰시키고도, 돌아온 건 ‘좌천 인사’
전투 직후까지 군 내부 분위기는 “완벽한 교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햇볕정책 초기였던 김대중 정부는 남북 화해 기조 속에서 이번 승리를 내세우기보다 “불편한 사건”으로 취급했다.
북한이 “책임자 처벌”을 집요하게 요구하면서, 청와대 일각에서 NLL 자체를 ‘법적 실효성이 불명확한 선’ 정도로 표현한 것까지 겹쳤다.
결국 승리를 이끈 박정성 소장은 전투 함대 사령관 자리에서 비전투 보직인 군수사령관으로 물러나야 했다.

“더 싸울 수 있었지만, 거기서 멈춰야 했다”
박정성 제독은 훗날 회고에서 “사격 중지 명령만 없었다면 더 일방적인 승리도 가능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북한 함정들이 완전히 무력화되기 전, 상부의 확전 관리 방침에 따라 추격과 추가 타격을 자제했다.
확전을 막으라는 정치적 요구와 눈앞의 전과 확대 기회 사이에서, 그는 “전투를 끝내는 지휘관”을 선택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그 절제된 결단조차 높이 사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승전 지휘관이 책임의 상징처럼 취급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교전규칙의 모순을 실력으로 돌파한, 전술가의 얼굴
선제 사격이 금지된 상황에서, 작은 고속정으로 상대 경비정을 들이받아 근접전을 강제하는 발상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박정성 제독은 포 사거리·함포 배치·함정 구조를 모두 계산해 “충돌 후 근접 포격전”이라는 고위험 고효율 전술을 설계했다.
참수리 정장 안지영 대위는 실제로 가슴에 총탄을 맞고도 방탄복 덕에 살아남았고, “제독님 지시대로 싸운 것뿐”이라고 증언했다.
이 충돌 전술은 이후 서해 NLL 교전 교범에 반영되며, 한국 해군의 근접전 교리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좌천 이후에도 계속된 경고, 그리고 천안함
박정성 제독은 좌천 뒤에도 “서해에서 소형 잠수정·어뢰전 위협이 커진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남겼다.
천안함 피격 이전, 백령도 인근에 보다 상위급 함정을 상시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방 수뇌부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0년 천안함 사건이 터진 뒤, 그의 경고는 뒤늦게 재조명되었고 “듣지 않은 귀”에 대한 자책과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정치적 희생양이 된 이후에도 그는 끝까지 해군 전력과 전술 발전에 대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은 드문 예비역 제독으로 남았다.

25년이 지났지만, 문제의 뿌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1999년 제1연평해전 이후 분명해진 건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장의 전술적 기지가 모순된 교전규칙을 뚫고도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 계산이 그런 승리를 언제든 ‘문제 사건’으로 뒤집어 버릴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2026년 지금도 서해 NLL 교전규칙과 정치·군의 역할 분담 문제는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댓글3
박정성 제독의 작전과 절제된 전략 그리고 승리 모두 훌륭하다. 그러니 교본으로 남았겠지 그런데 뜬금없이 천안함 사건을 여기에 비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형 잠수정에 당했다고 자랑이라도 하던가?
미국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tgr0893
뭐 이따위 처리가 다 있어. 이 지휘관에게 포상을 주어야 마땅하다. 좌천시킨 행위를 한 책임자를 지금이라도 처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