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이 바꾼 전쟁, 그리고 한국의 뒤늦은 현실 인식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5년 차에 들어선 지금,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적 표적 파괴의 80% 이상이 드론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집계한다. 2025년 한 해에만 81만 9,737건, 하루 평균 2,800회가 넘는 드론 공격이 영상으로 확인될 정도다. 탱크·포병·전투기보다 싸고, 자주 쓰고, 정밀하게 쓸 수 있는 무기가 드론이라는 사실이 실전에서 증명된 셈이다. 서방 군사기관들도 “드론은 보병·전차를 대체하진 않지만, 결합될 때 전장을 완전히 바꾸는 게임 체인저”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만 뒤처졌다”… 세계는 '드론 전쟁' 한창인데, 한국은 '뒷북' [박수찬의 軍] | 세계일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5/CP-2025-0398/image-32a7193e-d190-4954-9e2d-6e239698f0c3.jpeg)
“우리는 아직 활 들고 있다”는 진단
국방 드론 국산화 연구를 맡고 있는 카이스트 윤용진 교수는 한국의 드론 기술 수준에 대해 “중국보다 5~8년 뒤처져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이 격차를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조총을 들었는데, 우리가 아직 활과 칼을 들고 있던 상황에 가깝다”고 비유했다. 중국·터키·이란이 이미 중·대형 공격 드론, 자폭 드론, 군집(스웜) 드론까지 실전 배치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군사용 드론 전력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점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육·해·공 세계 1등급’이라는 자존심과 달리, 미래 전장의 핵심 축인 무인 전력에서는 뒤처졌다는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민수·군수 가리지 않는 중국 의존 구조
현재 한국이 사용하는 드론의 약 80%가 중국산이라는 추정이 나올 정도로, 완제품·부품 모두 중국 의존도가 높다. 전 세계 드론 관련 특허의 7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는 반면, 한국 비중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단순 취미용·촬영용 드론이 아니라, 경찰·소방·시설 감시, 심지어 군수용 드론까지 중국산 완제품과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터·프로펠러의 국산화율은 30%도 안 되는 수준이고, 센서·배터리·경량 소재 역시 중국 공급망에 크게 묶여 있다. 미국이 정부·군·경찰 차원에서 중국산 드론 사용을 법으로 제한하고 보안·공급망 리스크를 경고해 온 이유를 한국도 그대로 안고 있는 셈이다.
![현대전은 드론 전쟁…한국군은 아직 준비 안 됐다 [박수찬의 軍] | 세계일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5/CP-2025-0398/image-4640751e-c6d7-473f-9144-3c665bf9a21e.jpeg)
‘개인 장비가 되는 드론’을 노리는 한국의 선택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윤용진 교수팀은 방위사업청·지자체와 함께 방산 특화 첨단 드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당장 중국이 앞서 나간 중·대형 공격 드론을 따라잡기보다는, 분대·소대 단위가 개인화기처럼 들고 다닐 초소형 전술 드론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목표는 분대당 1~2기 수준으로 지급해, 정찰·표적 지시·소형 폭탄 투하까지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보병용 드론’을 만드는 것이다. 좁은 골목과 건물 내부까지 들어갈 수 있는 소형·나노 드론, 나뭇가지에 앉아 장시간 감시하는 착륙형 드론 같은 개념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윤 교수는 “머지않아 사병 개인 장비 목록에 ‘드론’이 들어가는 시대가 온다”고 전망한다.

한때 DJI와 경쟁하던 한국 업체들의 몰락
더 뼈아픈 대목은, 한국이 처음부터 뒤처졌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업용 드론 초창기에는 세계 1위 DJI와 경쟁하던 국내 업체들이 실제로 존재했다. 하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와 국내 수요 부족, 정책적 뒷받침 부재 속에서 이들 기업 상당수가 도산하거나 사업을 접었다. 살아남은 중소 드론 기업들은 “정말 피눈물 나게 버틴 몇 곳만 남았다”고 말한다. 기술 인력은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아예 업계를 떠났고, 지금은 군·정부 프로젝트를 맡길 만한 민간 파트너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국산 공급망이 붕괴되다 보니, 일부 연구팀은 기체 구조 부품을 3D 프린터로 직접 찍어 쓰는 임시방편에 의존하고 있다.
‘전시 수출 통제’와 ‘평시 정보 유출’이라는 이중 리스크
부품 목록을 뜯어보면 중국 의존의 심각성이 더 분명해진다. 모터·전자속도제어기(ESC)·카메라 모듈은 사실상 중국산 대체 불가 품목인 경우가 많고, 배터리·경량 소재 역시 중국 업체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 상태에서 중국이 자국 안보를 이유로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낼 경우, 한국 군·경찰·소방의 드론 운용은 단기간에 마비될 수 있다. 반대로 평시에는, 중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통해 촬영 데이터·운용 패턴이 중국 서버로 전송되거나 감청될 수 있다는 보안 리스크가 상존한다. 한국은 미 동맹 네트워크에 편입돼 있고 한·미 연합작전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중국산 센서·통신 모듈이 달린 드론을 함께 쓰는 것은 동맹 차원의 첩보·보안 문제로도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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