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평북 청년들이 러시아 전선으로 쏟아졌나
지난해 8월 평양에서 러시아 파병 군인들에 대한 국가 표창 수여식이 끝난 뒤, 김정은의 구두 감사가 평안북도 당 조직과 교육 부문에 전달됐다.
“러시아 파병 군인의 90%가 평북 출신이며, 이는 평북 학교들의 사상교양 사업을 잘한 덕”이라는 내용이었다.
겉으로 보면 특정 지역 청년들이 유난히 용감했던 것처럼 포장되지만, 실제 이유는 간단하다. 애초에 파병 선발 자체가 평북·자강도 같은 군수공장·탄광·농촌 지역 청년들 위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층민 자식만 골라 파병’한 구조
북한군 고참 병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러시아 파병 선발 순서는 거의 공식처럼 굳어져 있었다.
1순위는 군수공장 지역 자녀, 그다음이 탄광·농촌 지역 출신 청년들이었다.
이런 지역이 우선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군수공장 지대는 원천적으로 외부 이동과 정보 유입이 통제돼 있어 당이 보기엔 ‘사상 오염’ 가능성이 가장 낮다.
둘째, 전사 소문이 밖으로 새어 나가기 어렵고, 자녀를 잃은 부모들의 반발을 군율과 감시로 억누르기 쉬운 곳이기 때문이다.
![속보] 국정원 “러 파병 북한군 전사자, 2천여 명으로 추정”](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5db2c1f7-7d60-4baa-9ed6-3b2538901389.jpeg)
“깨지 못한 지역”을 전선으로 내몬 북한
평북·자강도는 북한 내부에서도 가장 ‘깨지 못한 지역’으로 꼽힌다.
여기서 ‘깨지 못했다’는 말은, 외부 정보와 다른 가치관에 노출되지 않고 김씨 정권의 선전·세뇌가 잘 먹힌다는 뜻이다.
평양·함경도·양강도 일부처럼 한국 드라마나 중국·한국 휴대전화, 외부 매체에 비교적 많이 접한 지역과 달리, 산악과 공장지대로 둘러싸인 평북 내륙은 거의 고립된 섬처럼 돌아간다.
탈북민 통계를 보면 평북·자강도 출신은 전체의 약 3%에 불과할 정도로, 밖으로 빠져나오는 사람도 극히 적다.
![포토] 북 TV, 러 파병 전사자 유해 도착 장면 공개](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c51331d6-a1d6-45cd-b6dd-f20fffc07366.jpeg)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에 새겨진 2300개의 이름
올해 4월 평양에 준공된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추모벽에는 약 2300명의 전사자 이름이 올라간 것으로 전해진다.
전사자 2300명이면 통상 부상자는 최소 2~3배, 대략 6000명 안팎이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숫자는 “북한이 러시아 전선에 보내고 잃은 청년 세대가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최소한의 실마리다.
평양 화성구역에 조성된 러시아 파병군 유족 거주 단지 ‘새별거리’에 앞으로 누가 입주하게 될지, 전사자 가족만인지 부상자 가족까지인지조차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구성(龜城)이라는 ‘전쟁·기아·군수의 교차점’
평북 출신 중에서도 특히 구성이 집중적으로 언급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구성은 평북에서 군수공장이 가장 밀집된 곳이자, 인구 규모도 큰 지역으로 파병 선발의 1순위 공급지 역할을 했다.
여기에 핵심 군수 인프라도 몰려 있다.
- 구성공작기계공장: 각종 군수 설비를 만드는 핵심 공장
- 95호 탄약공장: 북한에서 유일한 탄약 대량 생산 공장으로 알려진 시설
- 전자전 연구소: 레이더·전자전 장비 개발의 심장부
- 구성방직공장: 군복 생산의 중추
최근에는 무인기(드론) 생산 공장까지 크게 들어서고 있다는 정보가 이어지고, 구성 방현비행장은 북한이 무인기를 가장 먼저 실전 운용한 장소로 지목된다.
핵, 탄약, 드론, 전자전까지 한곳에 겹쳐 있다 보니, 전쟁이 터지면 가장 먼저 집중 타격을 받을 전략 표적이기도 하다.
![포토] 북 TV, 러 파병 전사자 유해 도착 장면 공개](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7c0bbe5f-11ad-4c17-bc90-1a460712d956.jpeg)
‘고난의 행군’과 러시아 전선, 같은 지역의 두 세대
구성은 이미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최악의 비극을 겪은 곳으로 기억된다.
당시 구성 출신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군수공장 노동자 지구에서는 여름부터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기 시작했고, 가을에는 대량 아사가 본격화됐다.
평양에서 불과 100km 떨어진 곳에서 집단 아사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수도 주민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철저히 가려진 참사였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때 굶어 죽어간 노동자들의 자녀 세대가 러시아 전장에서 ‘외적’으로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있다는 사실이, 구성이라는 도시의 비극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김정은이 구성 병원에 집착하는 이유
이처럼 전략적으로 중요한 도시인 만큼, 김정은은 구성에 상징적인 ‘선물’을 안기며 통제와 선전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그는 강동군병원과 함께 구성시병원을 “현대적 지방 병원의 본보기”라고 치켜세우며 준공했다.
얼마 전에는 북한 주재 중국 대사가 이 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주민들 사이에선 “최신 의료장비를 보내 달라는 부탁을 받으러 온 것 아니겠냐”는 말이 돌았다.
전쟁터로 내보낸 청년들, 군수공장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달래고 붙잡기 위한 ‘당근’이자, 동시에 도시의 전략적 위상을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왜 세계가 북한을 다시 들여다보는가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을 보는 시선은 단순한 핵·미사일 위협을 넘어, “젊은 세대가 어떻게 전쟁 산업과 해외 전선에 동원되고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 전사자 2300명, 부상자 수천 명이라는 숫자는 북한 인구 구조에서 결코 가벼운 손실이 아니다.
- 이들이 주로 ‘정보 차단·세뇌가 가장 잘 먹히는 지역’ 출신이라는 점은, 체제 유지 방식이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 구성 같은 군수·무인기·핵 인프라 도시가 동시에 기아·전쟁·선전의 무대가 되어 온 과정은, 북한 체제의 모순을 응축한 상징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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