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전장에 쏟아진 ‘드론 쓰나미’
우크라이나가 하루에 러시아군 드론 2,081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한 순간, 전쟁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들어갔다.
2022년 전쟁 초기에 하루 수십 대 수준이던 드론 소모량이, 불과 몇 년 만에 100배 이상 폭증한 셈이다.
이제 드론은 특수부대의 보조 장비가 아니라, 포탄처럼 매일 갈아 넣는 주력 소모성 탄약이 되었다.
“포가 전장의 왕”이라는 말은 점점 “누가 더 많은 드론을 찍어내느냐”로 바뀌고 있다.

50만 원짜리가 50억짜리를 잡는 비대칭 전장
특히 FPV(1인칭 시점) 자폭 드론의 가성비는 기존 군사常識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기성 부품 기반 FPV 드론 한 대 가격은 300~500달러, 우리 돈으로 40만~67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저가 드론 한 대가 400만 달러(약 54억 원)짜리 러시아 T‑90 전차나 수십억 원대 대공 미사일 체계를 파괴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50만 원짜리 고철이 1만 배 비싼 첨단 무기를 사냥하는” 비대칭 구도가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매일 영상으로 기록되는 현실이다.

포탄 전쟁에서 ‘드론 공장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국방부 발표대로 하루 2,081대가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1년이면 약 76만 대가 전장에서 사라진다.
여기에 러시아 측 손실까지 합치면 ‘연간 100만 대 소모’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2024년 자국 내 드론 100만 대 생산 목표를 내건 이유는 전략적 수사가 아니라, 이 물리적 소모량에 대한 직면에서 나왔다.
전쟁의 승패가 누가 더 많은 드론을 전선에 쏟아 넣을 수 있는지, 즉 ‘산업 생산력’ 경쟁으로 옮겨 갔다는 방증이다.

K‑방산이 마주한 불편한 거울
한국은 155mm 포탄 같은 전통 탄약 대량 생산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왔다.
하지만 건당 수십만 원짜리 초저가 자폭 드론을, 군용 규격과 네트워크를 갖춘 형태로 ‘공장에서 찍어내듯’ 양산하는 체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 말은 곧, 우크라이나식 드론 소모전이 한반도나 호르무즈 해협에서 재현될 경우, 기존 포탄·미사일 비축만으로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좋은 요격 미사일 몇 기 더 사면 된다”는 발상으로는 수천 대 단위로 몰려오는 드론 떼를 막기 어렵다.

“한국 무기로도 다 못 막는다”는 경고의 의미
지금까지 한국의 미사일 방어·대공 전력은 중·고고도 탄도미사일, 대형 항공기, 제한된 수의 순항미사일을 주 상대로 설계되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장은 값싼 소형 드론들이 지대공 미사일·자주대공포·레이더를 동시에 소모시키며 방어체계를 과부하시키는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뛰어난 요격체계를 갖추고 있다 해도, “탄 한 발 대 드론 한 대” 구조로 대응하면 예산과 재고가 먼저 바닥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현재 한국 무기 체계만으로는 우크라이나식 드론 쓰나미를 전부 막기 어렵다”는 냉정한 경고가 나오는 것이다.

한국이 당장 직시해야 할 세 가지 과제
첫째, 초저가 드론의 ‘공장화’ 체계 구축이다.
소수 방산 대기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스타트업까지 참여하는 연간 수십만 대 단위 군용 드론 양산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드론을 잡는 드론·전자전·레이저 체계 확충이다.
비싼 패트리엇·철매-II 같은 요격 미사일 대신, 저가 드론 떼를 전파 교란, 소형 요격 드론, 고에너지 레이저·마이크로파 등 ‘탄을 쓰지 않는 수단’으로 막는 비중을 키워야 한다.
셋째, 전장 운용 개념의 전면 업데이트다.
포병·기갑·보병 각 병과가 “내 옆에는 항상 드론 부대가 붙어 있다”는 전제를 두고 훈련하며, 드론 운용·대응 능력을 모든 장병의 기본 소양으로 만드는 변화가 필요하다.

포탄 그늘에 가려진 ‘제2 탄약’의 시대
우리는 오랫동안 포탄과 미사일 재고를 전략 비축의 핵심 지표로 삼아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 확인된 21세기 전쟁의 실상은, 포탄·미사일 옆에 ‘초저가 드론’이라는 제2의 탄약 축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 축이 비어 있으면, 아무리 좋은 포병·미사일방어체계를 갖추고 있어도 물량전에서 버티지 못하고 방어망에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연간 몇만, 몇십만 대의 군용 드론을 찍어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이제 국방 논의의 최전선으로 올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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