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성능·현지화, 다 앞섰던 레드백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IFV) 298대를 제안하면서, 자사 레드백을 약 28억 유로(약 4조9천억원)에 공급하겠다고 했다.
대당 약 950만 유로로,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232대, 약 25억9천만 유로·대당 약 1,100만 유로)보다 싸면서도, 이미 호주 사업에서 링스를 이기고 채택된 검증된 플랫폼이라는 강점이 있었다.
현지 생산·기술이전 조건도 공격적이었다. 루마니아 내 생산 비율을 72.7%에서 최대 80%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고, 핵심 부품 기술 이전까지 내걸었다.

독일은 더 비싸고, 현지화도 낮았는데
라인메탈은 인근 헝가리에 가진 생산 시설을 근거로 루마니아 쪽에 약 40% 수준의 현지 생산을 제시했다.
현지화 비율만 놓고 보면 한화에어로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가격도 레드백보다 대당 약 150만 유로 비쌌다.
그런데도 루마니아는 IFV는 물론 방공포·해상 초계함·잠수사 지원정·35mm 공중폭발탄까지 모두 라인메탈과 묶음 계약을 체결하며, 10조원 규모 패키지를 독일 쪽에 몰아줬다.

EU ‘안보 장벽’과 SAFE 자금의 현실
이번 계약은 EU의 방산 금융 프로그램인 SAFE(유럽안전보장행동)를 통해 이뤄졌다.
즉, EU가 제공하는 장기·저리 대출로 재무장을 지원하면서, 그 돈으로 어떤 나라 무기를 살지 결정하는 구조였다.
이런 상황에서 루마니아가 같은 EU 회원국인 독일 업체를 선택한 건, 사실상 “EU 돈으로 EU 산업을 살리겠다”는 정치·경제 판단에 가깝다.
루마니아가 법을 고쳐 IFV 사업을 신속 조달·수의계약 방식으로 바꾼 것도, 애초부터 특정 방향이 정해져 있었다는 해석을 낳는다.
왜 ‘정치적 이유’라는 평가가 나올까
레드백은 이미 호주 육군 사업에서 링스를 제치고 선정될 정도로 성능이 검증된 플랫폼이다.
현지화 비율, 단가, 기술 이전까지 종합하면 루마니아 입장에서도 ‘조건만 보면’ 한국 안이 더 매력적이었다.
그럼에도 독일을 택한 건, 동맹·EU 내부 결속, 러–우크라 전쟁 이후 강화된 ‘유럽 안보 자립’ 기조 속에서 “방산도 가능한 한 유럽 안에서 돌린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다시 말해, 무기 자체의 좋고 나쁨보다 “누구 편에서, 누구와 안보를 엮느냐”가 우선순위가 된 셈이다.

K-방산에 주는 신호: 기술만으론 안 된다
이번 사례는 다른 한국 방산업체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유럽, 특히 EU 자금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에서는 성능·가격·현지화만으론 부족하고, “정치·외교 패키지”가 함께 따라붙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로템이 루마니아·스웨덴에 K2 전차를 노리며, 폴란드의 생산 거점을 유럽 허브로 키우려 하는 것도 이런 흐름을 의식한 전략이다.
결국 대규모 무기 계약은 기업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최전선에서 외교·안보·산업 패키지를 함께 파는 싸움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지금해외는] 독일, 재무장하며 경제난 타개 노려 - 녹색경제신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c2e04dc6-5ff1-41f3-a54d-1c92797c8663.png)
루마니아에서의 ‘다음 판’은 끝나지 않았다
한화에어로는 IFV 사업에선 졌지만, 루마니아에서 무인지상차량(UGV) 등 다른 사업 도전을 준비 중이다.
UGV 사업은 이번 IFV와 달리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 입찰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상대적으로 ‘정치 변수’의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
레드백 사례는 한국 방산이 유럽에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보여준 동시에, 앞으로는 외교·동맹·금융까지 동원하는 “국가 차원의 세일즈전” 없이는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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