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고기도 못 지나간다는 호르무즈 봉쇄
이란 전쟁과 맞물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중동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일반 원유 수송로는 거의 마비 상태가 됐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물고기 한 마리도 못 지나간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길이 막힌 셈이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어, 호르무즈가 막히면 곧바로 국내 정유·발전·석유화학 전반에 충격이 번질 수밖에 없다.

한국 유조선이 택한 ‘사우디 횡단 루트’
정부와 정유사는 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로질러 홍해로 빠지는 우회 항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핵심은 사우디 동부에서 생산된 원유를 송유관으로 서쪽 얀부항까지 보내고, 그곳에서 한국 유조선이 다시 선적해 홍해로 빠져나오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도 중동산 원유를 실을 수 있어, 최소한 일부 물량이라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홍해–바브엘만데브, 또 다른 초긴장 구간
다만 이 우회 항로도 전혀 안전한 길은 아니다.
홍해 남단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활동하는 해역으로, 그동안 여러 차례 상선·유조선 공격이 벌어졌던 곳이다.
그럼에도 작년 9월 이후 민간 선박을 상대로 한 직접 공격 사례가 없었고, 국제 해군력의 감시·경계가 강화된 덕분에 현재로선 상대적으로 통항이 가능한 ‘관리된 위험 구간’으로 분류되고 있다.
24시간 관제와 실시간 소통으로 뚫은 길
우리 유조선이 이 위험 지역을 통과하는 동안, 해양 당국과 선사는 항적·통신을 24시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다.
해양수산부는 홍해를 지나는 동안 항해 안전 정보와 위협 정보, 기상·해적 동향 등을 수시로 제공하고, 선박과의 소통 채널을 상시로 열어 긴급 상황에 대비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최소 7척의 한국 유조선이 얀부항에서 출발해 홍해를 안전하게 빠져나와, 기존 호르무즈 루트가 막힌 상황에서도 원유 수송을 이어갈 수 있었다.

성공적인 ‘우회 항로 실험’이지만, 완전 대체는 어렵다
홍해 경유 우회 항로가 일정 부분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한국이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신속하게 대체 루트를 찾은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사우디 송유관·얀부항 처리 능력, 홍해·수에즈 운하 선복량 한계 등을 고려하면, 이 루트가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정부는 “호르무즈 루트와는 통항량·운송 여건에서 차이가 크다”며, 우회 항로를 최대한 활용하되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원유 다변화·비축 강화 등 복수의 안전장치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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