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그랜저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감은 각별하다. 1986년 첫 출시 이후 현대차의 플래그십으로서 명맥을 이어온 이 차는 한국형 고급차의 기준을 계속해서 재정의해왔다. 특히 2022년 7세대 그랜저의 등장 이후 현대차는 또 다른 진화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더 뉴 그랜저는 단순한 부분 개선이 아닌 플래그십으로서의 위상을 한층 높이기 위한 심화된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특히 자동차의 미래를 좌우할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고급 편의장비의 대폭 강화로, 현대차의 기술적 역량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더 뉴 그랜저의 가장 주목할 변화는 현대차 최초로 탑재된 플레오스 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센터페시아에 자리 잡은 17인치 대형 모니터는 1대2 비율로 화면을 나눠 왼쪽에는 자동차의 주행정보를, 오른쪽에는 내비게이션 정보를 동시에 표시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아래쪽에 배치된 공조장치, 미디어, 비상등 스위치 등의 물리 버튼으로, 첨단 기술과 사용자 편의성을 균형 있게 조화시킨 설계 철학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성은 초기에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곧 익숙해지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평가된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단순한 차량 제어 장치를 넘어 확장성 높은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혁신이라 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기반의 운영체제를 선택한 것은 개방성과 확장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플레오스 커넥트를 통해 외부 업체에서 개발한 미디어 스트리밍, 게임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앱 마켓을 통해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과 같은 개방형 생태계 모델을 자동차에 접목한 것으로, 향후 다양한 콘텐츠와 앱이 지속적으로 추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전략은 그랜저가 단순히 현재의 최신 기술을 탑재한 차를 넘어, 미래에도 계속 진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게 한다.
플레오스 커넥트를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는 차세대 생성형 AI 에이전트인 글레오다. 대형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된 글레오는 단순한 음성 명령 인식을 넘어 사용자와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탑승자의 위치, 말투, 그리고 대화의 맥락까지 파악할 수 있는 이 AI는 내비게이션 사용이나 차량의 다양한 기능 조작을 매우 원활하게 수행한다. 이러한 AI 기술의 적용은 운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운전 중 조작으로 인한 주의 분산을 최소화하는 안전성 측면의 이점도 제공한다.
외관상으로는 7세대 그랜저와 큰 차이를 드러내지 않지만, 더 뉴 그랜저는 실내 공간에서 거의 풀 체인지급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프런트 오버행이 살짝 길어졌으며, 최고 사양인 블랙잉크 트림은 다른 트림과는 달리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세밀한 디자인 차이를 갖고 있다. 고급스러운 소재로 마감한 가죽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은 ‘플래그십’이라는 명칭에 어울리는 품격을 자아낸다.
실제 운전석에 앉았을 때의 경험은 더욱 인상적이다. 편안한 운전석, 부드러우면서도 운전자의 몸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시트, 그리고 차체의 크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탁 트인 시야는 어느 한 곳도 흠잡을 수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특히 스티어링 휠의 스포티한 디자인과 모니터의 조작감은 매우 뛰어나며, 운전 위치에서 차 내 여러 기능을 조작하는 것이 매우 편안하다. 송풍구가 노출되지 않게 설계되어 깔끔하고 심플한 느낌을 주는 것도 디테일에 집중한 현대차의 설계 철학을 잘 보여준다.
뒷좌석은 안락함 그 자체로 표현되는 공간이다. 시트의 편안함은 물론이거니와, 실제 시승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뒷좌석 탑승객을 위한 다양한 편의장비와 안전장비가 대거 강화되었다. 스마트 비전 루프가 현대차 최초로 탑재된 것도 뒷좌석 경험의 향상을 추구하는 현대차의 의지를 드러낸다. 넓지는 않지만 충분히 쾌적한 뒷좌석은 그랜저가 단순한 운전자의 차가 아닌 진정한 플래그십 세단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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