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프 정상회담이 연 ‘호르무즈 카드’
4월 3일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올리면서, 두 나라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해상 수송로 확보에 협력하겠다고 합의했다.
이 합의는 단순한 수사(레토릭)가 아니라, 한국 해군이 유럽 주요 해군과 함께 인도·태평양을 넘어 중동 해역까지 작전 반경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우리 해군이 그동안 구축해 온 청해부대·소말리아 파병 경험을 넘어, 프랑스·유럽 해군과 연합해서 전략 요충지 보호 임무를 수행하는 구조가 제도화될 수 있는 것이다.
![포토타임] 청해부대 46진 해적대응 민ㆍ관ㆍ군 합동훈련...우리 선박 안전 이상무 | 중앙일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0b10863b-aba6-407e-8646-fa74258d4415.jpeg)
왜 굳이 호르무즈까지 나가려고 하나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경제의 ‘급소’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 이상이 이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이곳이 막히면 정유·발전·석유화학·물류까지 연쇄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이란 전쟁과 봉쇄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사우디 얀부항–홍해 우회 항로를 긴급 가동했지만, 물량·시간·비용 측면에서 호르무즈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는 한계를 확인했다.
결국 “에너지 안보는 남이 지켜주는 것”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우리 해군이 직접 수송로 보호와 억제력에 일정 부분 기여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동한 셈이다.

핵추진 잠수함 논리와도 연결된 ‘원해 작전’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디젤 잠수함은 숨을 쉬어야 해서 일정 간격으로 부상·스노클링을 해야 하고, 속도와 잠항 지속시간에도 한계가 있다.
반면 원잠은 사실상 연료 걱정 없이 장기간 잠항하며, 원해에서 적 잠수함·함대를 추적하거나, 유사시 타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작전 반경이 한반도 주변이 아니라, 호르무즈–인도양–말라카 해협까지 넓어질수록 “수중에서 오래 버티는 플랫폼”인 원잠의 필요성은 더 강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
아덴만 청해부대와 호르무즈의 ‘질적 차이’
한국 해군은 2009년부터 소말리아 아덴만에 청해부대를 보내 해적 퇴치·선박 호위를 맡아 왔다.
하지만 아덴만 임무는 기본적으로 비정규군·해적을 상대로 하는 해상 치안 유지·경계 작전 성격이 강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혀 다르다. 여기선 정규군이 미사일·드론·어뢰·기뢰까지 동원해 맞붙는 국가 간 충돌이 상시 위험으로 존재한다.
유사시 교전 규칙(ROE)과 위험 수준이 아덴만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해군이 이런 고강도 분쟁 환경을 실제로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과의 외교·경제 리스크라는 또 다른 변수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다국적 군사 활동은 곧장 이란과의 관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한국 내 이란 동결자산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크게 흔들렸던 전례가 있고, 지금도 이란은 “호르무즈는 우리 안보와 직결된 해역”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해군이 미국·유럽과 보조를 맞춰 호르무즈 경계·호위 작전에 나설 경우, 이란이 한국을 ‘사실상 미국 편에 선 군사행위 당사자’로 간주할 위험도 있다.
이는 무역·에너지 거래·중동 내 한국 기업 활동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바다 수호신’의 작전 반경 확대, 득과 실이 동시에 보인다
한쪽에서 보면, 호르무즈까지 나가는 한국 해군은
에너지 안보를 스스로 지키고,
프랑스·유럽과의 전략 관계를 심화하며,
원잠 도입 명분과 원해 작전 경험을 쌓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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