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8∼9일 방북을 앞두고 북한이 잇따라 핵무력을 과시하면서 ‘비핵화’ 불가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방문을 통해 중국에 자신을 더 이상 비핵화의 대상이 아닌 완성된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이는 7년 만의 중국 최고지도자 방북이라는 중대한 외교 무대에서 보내는 명확한 신호로, 북한의 핵 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전략적 계산이 담겨 있다.
북한의 김여정 당 총무부장은 7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불퇴의 한계선이며 누가 인정하든 말든 엄연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외부 세력의 희망이나 수사적 표현에 따라 현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자신들이 “국방과 주권에 대해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세계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 유지에 동의했다는 미국 측 주장을 반박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에 북한의 핵 정책의 비타협성을 명확히 알리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최근 일련의 현지지도를 통해 핵무력 강화의 의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3일 새로 가동한 핵물질생산공장 방문에서는 “국가 핵 무력을 기하급수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으며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는 것은 우리가 견지해야 할 불변한 정치·군사적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4일에는 신형 5천t급 구축함 항해시험을 참관하여 군사력 고도화를 과시했다. 6일에는 중요 군수기업소를 방문해 북한군 작전집단 편성과 전투편제 수정에 따라 미사일 수요가 대폭 늘어나게 된다며 “현존 생산능력을 5개년 계획기간 내에 연차별로 2.5배로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군사력 강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은 단순한 국내 정치적 메시지를 넘어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가 더 이상 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강하게 주장하는 외교적 제스처로 해석된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문을 목전에 두고 노골적으로 북한이 핵능력을 과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중 간에 시진핑 방북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해왔을 텐데 북한이 이런 일련의 행보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중국을 향해 북한의 핵무력이 고도화된 것을 직시하고 북한을 비핵화 대상이 아닌 핵보유국이자 동등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대중 압박 시위의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김정은이 중국 전승절 참석을 위해 방중할 때도 ICBM 엔진 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차량 생산시설에 들른 뒤 방중했던 것으로 알려져, 북한이 중국과의 중요한 회담을 앞둘 때마다 핵무력을 선제적으로 과시하는 패턴을 반복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진핑 방북이 북핵 문제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요구에 어떻게 응할지가 향후 한반도 정세와 북핵 협상의 방향을 크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 비핵화 의제가 오르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중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 용인과 대북 제재 무력화를 받아내려는 사전 포석을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명시적으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이번에 북·중 대규모 경협 등을 통해 대북 제재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북핵 용인’ 신호가 축적되어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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