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야드에서 공개된 ‘미래 지상전’ 청사진
현대로템은 사우디 리야드 WDS 2026에서 단순 전차 제조사가 아니라 미래 전장 시스템 설계자라는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K2 전차·계열 차량뿐 아니라, 수소·전기·AI·무인화 기술을 결합한 지상 전력 패키지를 한 번에 보여주며 관심을 끌었다.
특히 중동 국가들이 고민하는 ‘험지 기동성·운용비 절감·현지 생산’ 요구를 동시에 겨냥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철도·수소 모빌리티 기업이 방산으로 넘어오면 어디까지 할 수 있나”를 보여준 무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랙 베일’ 수소 무인 플랫폼, 소리 없이 다가오는 암살자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건 해외에서 처음 공개된 수소연료전지 기반 무인 플랫폼 ‘블랙 베일(Black Veil)’이었다.
수소연료전지는 내연기관과 달리 엔진소음·배기가스가 거의 없어, 야간침투·정찰·특수작전에 최적화된 은밀성을 제공한다.
열 배출도 적어 적외선 추적 장비에 덜 걸리기 때문에, 사막·평야에서의 생존성이 기존 군용 차량보다 크게 높다는 평가다.
“소리 없이 다가와 물자 운송·부상병 후송·화기 탑재까지 수행하는 다목적 스텔스 카트”에 가까운 개념이다.
![한·아세안 회의] KT, 다목적 자율주행차 'HR-셰르파' 공개 - 이투데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5/CP-2025-0398/image-ed5a1546-5449-49f4-b04b-4d23a3883c10.jpeg)
플랫폼 하나로 역할을 바꾸는 ‘플러그 앤 플레이’ 설계
블랙 베일의 상단은 완전히 개방된 모듈형 적재 공간으로 설계됐다.
상황에 따라 원격무장, 센서 팩, 드론 발사기, 들것·의무 후송 키트, 탄약·식량 적재 모듈 등을 신속히 교체할 수 있다.
차량 자체는 공통 플랫폼으로 두고, 임무 키트만 바꾸는 방식이라 운용·정비 체계가 단순해지는 장점이 있다.
중동처럼 광역 작전구역에서 다양한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군에 적합한 ‘미션 패키지’ 개념이다.

HR-셰르파와 인휠 모터, 바퀴 하나가 곧 엔진
현대로템이 선보인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는 단순 자율주행 차량을 넘어, 바퀴 속에 모터를 넣는 인휠(In‑wheel) 구조를 채택했다.
여섯 바퀴 각각이 독립 구동되기 때문에 일부가 파손되거나 지뢰·IED에 당해도 나머지 바퀴로 기동을 이어갈 수 있다.
사막 모래·자갈 지형, 도시 폐허 등 다양한 환경에서 접지력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점이 중동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통적인 엔진+변속기+차축 구성이 아니라, 바퀴 자체가 추진원이라는 점에서 유지보수 방식도 크게 달라진다.

드론 위협을 겨냥한 ‘움직이는 안티 드론 방패’
HR-셰르파에는 정찰·경계용 센서와 더불어 소형 드론을 탐지·추적·무력화하는 안티 드론 체계도 통합됐다.
저고도로 날아드는 소형 쿼드콥터·자폭 드론을 레이더·전자광학 장비로 포착한 뒤, 재밍이나 소형 무장으로 대응하는 개념이다.
보병 분대와 함께 움직이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위협을 대신 떠안는 ‘이동식 방패’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모든 군이 직면한 “드론 공포”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사우디·걸프 국가들의 관심이 컸다.

K2로 입증한 신뢰에서 ‘미래전 리더’로
현대로템은 이미 K2 전차를 폴란드 등에서 대량 수출하며 ‘기갑 강국’ 이미지를 굳혔다.
이번에는 K2·장애물개척전차·구난전차 계열차량과 더불어, 수소·전기·무인화 플랫폼까지 함께 내세워 완결된 기갑 패키지를 보여줬다.
사우디의 비전 2030에 맞춰, 단순 판매가 아니라 향후 현지 조립·부품 생산·정비 허브 구축까지 염두에 둔 구상도 병행되고 있다.
“전차 잘 만드는 회사”에서 “미래 지상전을 설계하는 회사”로 포지셔닝을 바꾸려는 전략이 분명히 드러난 부분이다.

철도·수소 모빌리티에서 방산으로, 한국 기술의 ‘횡이동’
현대로템은 원래 철도차량·전동차를 만들어 온 회사로, 대형 전기 구동계·수소연료전지 응용에 강점을 가진다.
이 노하우를 방산에 옮겨온 결과가 인휠 모터 무인차량, 수소연료전지 기반 블랙 베일 같은 플랫폼이다.
즉, 민간 모빌리티에서 축적한 기술이 전차·장갑차의 심장부로 들어가면서 ‘세계 최초급’ 조합이 탄생한 셈이다.
한국이 “이 정도로 뛰어난 줄 몰랐다”는 반응은 전차 장갑이나 포가 아니라, 모빌리티의 심장과 에너지까지 혁신해냈다는 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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