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가 당연하게 하는 ‘적성화기 훈련’이 뭔지부터
적성화기 훈련은 말 그대로 적군 무기를 제대로 다루는 훈련이다. 적 소총·기관총·중기관총·RPG 같은 무기를 분해·조립하고, 안전조작·사격·고장 배제까지 익혀서 “현장에서 주워 들면 곧바로 쓸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다. 북한군 기준으로는 AK‑47 계열, PK/PKM 기관총, DShK 중기관총, RPG‑7 같은 무기가 대표 대상이 된다. 실전에서 아군 탄약이 부족해지거나, 적 진지에서 무기를 포획했을 때 이걸 곧바로 우리 화력으로 돌릴 수 있느냐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선진군 대부분은 이걸 필수 교육으로 간주한다.

미·NATO·이스라엘은 왜 이 훈련을 ‘기본값’으로 넣었나
미 육군은 오래전부터 러시아/구소련제 AK·PK 계열을 교범에 넣고, 이라크·아프간전 거치면서 보병 기본 교육에까지 편입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실제 전장에 나가면 미국제 M4·M249만 있는 게 아니라, 곳곳에 떨어진 AK와 PKM이 널려 있고, 이걸 아군이 집어 쓰느냐 못 쓰느냐가 곧 화력 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 해병대는 아예 ‘Enemy Weapon Familiarization’ 코스 이름까지 붙여 RPG, 적 수류탄 운용까지 다룬다. 이스라엘 IDF는 하마스·헤즈볼라가 쓰는 AK, RPG, 이란제 드론·로켓을 별도 교과목으로 묶어 의무적으로 가르치고, 영국군도 아프간·이라크 이후 러시아제 화기 운용 훈련을 대폭 늘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이 포획한 러시아제 화포·전차·소화기를 그대로 돌려쏘는 장면이 반복되는 걸 보면, “적 무기 = 전리품이 아니라 추가 화력”이라는 인식이 이미 세계 표준이 된 셈이다.

한국군만 특수부대 일부에 가둔, 사실상 ‘무시 상태’인 현실
한국군도 적성화기 훈련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특전사, UDT/SEAL, 해병 특수수색대, 일부 대테러·정보부대는 북한식 AK와 PK 계열, RPG를 실제로 잡고 쏴보는 훈련을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라는 점이다. 일반 보병·포병·기갑·기계화 부대 장병들은 북한제 무기를 눈앞에서 볼 기회조차 거의 없다. 정규 교범에 적성화기 운용 절차가 들어 있지 않고, 교육 예산·탄약·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특수부대나 하는 것” 정도로 취급해 버린다. 심지어 DMZ 근무 부대조차 전시 초기 적 무기를 포획하면, 사용법을 몰라서 ‘수거 후 폐기’가 기본이라는 식의 발상이 암묵적 기준이 된 상태다. 결과적으로 북한 보병은 K2를 손에 넣으면 곧바로 쏴볼 수 있는데, 한국 보병은 바로 옆에 떨어진 AK를 제대로 못 쓰는 기형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전쟁터에서는 ‘탄창 하나, 총 한 자루’가 생존률을 바꾼다
실전에서는 본인 소총과 탄창만 믿고 끝까지 버틴다는 시나리오가 잘 통하지 않는다. 전투가 길어지면 탄약은 부족해지고, 진지는 뒤엎이고, 아군과 적군의 무기가 뒤섞인다. 그때 아군이 적 무기를 집어 들어 바로 쏠 수 있으면 화력이 유지되지만, 사용법을 몰라 손도 못 대면 그냥 “옆에 놓인 쇳덩이”일 뿐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제 AK, PKM, 심지어 포나 자주포까지 포획해 곧바로 돌려 쏘는 건, 평소 적성화기·장비 숙달이 돼 있기에 가능한 그림이다. 한국군이 그 수준의 숙달 없이 전쟁을 맞으면, 북한군 AK가 산과 지하진지에 널려 있어도, 한국 보병은 K2 한 자루에만 의존해야 하는 ‘눈 뜨고 화력 버리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해 온’ 훈련, 어떻게 바꿀 수 있나
한국이 적성화기 훈련을 못 하는 건 기술이나 장비 부족 때문이 아니라, 정책·우선순위 문제에 더 가깝다. 북한제 화기를 확보해 안전한 훈련 환경에 배치하고, 교관을 양성해 모듈 형태로 일반 부대에 내려보내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훈련은 아니다. 예를 들어 특전사·UDT에서 이미 검증된 교육 패키지를 1~2주 단위 모듈로 축소해, 전방 보병·기갑여단과 예비군 훈련장에 내리는 방식도 가능하다. 실제 실탄사격이 부담된다면, 미군처럼 시뮬레이터·VR 기반 조작훈련과 공포탄·저위력 탄을 섞는 절충안도 쓸 수 있다. 민수용으로 수입 가능한 범위 내에서 북한계열 수출형 AK·RPG를 들여와 개조한 뒤, 훈련용으로 쓰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결국 의지만 있다면, 점진적으로 일반 보병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는 건 충분히 가능한 과제다.

‘드론·AI 시대에도’ 여전히 남는 보병의 숙제
드론, 정밀유도탄, AI 지휘체계가 발전해도, 전쟁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진지에 들어가고 건물·지형을 점령해야 한다. 그 순간 필요한 건 결국 “앞에서 총을 쏘며 버티는 보병 화력”이다. 적성화기 훈련은 이 화력을 최대한 유연하게 쓰게 만드는 장치다. 내 총이든, 적 총이든, 내 탄창이든, 적 탄창이든,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즉시 화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생존을 결정한다. 한국군이 세계 수준의 실전형 군대로 가려면, 고가 장비·첨단 플랫폼에만 눈을 둘 게 아니라, 이런 ‘싸구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가장 치명적인’ 기본기 훈련부터 세계 표준에 맞춰야 한다. 지금이 그 기준선을 올릴 수 있는 마지막 여유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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