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준비’ 오해 부른 한국 공군, 실사격 급감의 역설
한국 공군의 폭탄·미사일 실사격 횟수가 불과 1년 사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역설적으로 해외에서 “한국이 대규모 실탄훈련을 통해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식의 오해가 동시에 확산된 상황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국내에선 훈련 축소 때문에 대북 억제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외부 일부 시각은 한미 연합훈련과 고강도 훈련 이미지만을 부분적으로 소비하며 ‘한반도 긴장 고조’ 프레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숫자로 보면 분명 축소인데, 이미지와 외교 메시지 차원에선 오히려 “한국이 세게 나가는 것 아니냐”는 인상이 병존하는 구조다.

실사격 4분의 1로 급감…숫자만 보면 ‘훈련 위축’
국회 보고에 따르면 공군이 지난해 사용한 폭탄·미사일은 135발로, 2024년 511발의 26% 수준까지 줄었다. 2022년 488발, 2023년 465발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감소폭이다. 특히 전시에 적기를 격추하는 공대공 미사일은 74발에서 16발로, 지상 표적을 타격하는 공대지 폭탄·미사일은 437발에서 119발로 줄었다. 단순 데이터만 놓고 보면, 한국 공군은 명백히 실탄 사격 훈련을 줄였고, 이는 조종사 숙련도·실전 감각 저하, 억제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의 축소다.
![단독] 미 육군, 북극전 부대, 한국서 대규모 제병협동 실사격훈련](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1e33ce8a-510c-49e5-920a-d44c68277c4e.jpeg)
포천 오폭 사고 이후 설명과, 숫자가 말하는 괴리
공군은 KF-16의 포천 민가 오폭 사고로 약 3개월간 실사격 훈련이 중단된 여파를 주요 이유로 든다. 실제로 사고 이후 안전 재점검, 절차 강화로 일정 부분 훈련 공백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오폭과 직접 관련이 있는 공대지 폭탄보다, 좌표 입력 실수가 거의 개입하지 않는 공대공 미사일 사격 감소 폭이 더 크다는 점은 단순 ‘사고 여파’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군 안팎에서 “정권의 대북 완화 기조, 예산·정치 부담, 위험 회피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훈련 자체를 줄이는 쪽으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것이다.

쌍매 훈련 축소와 ‘대북 유화’ 신호
연합 공중훈련인 ‘쌍매’가 계획 8회 중 4회만 시행됐고, 올해도 4회 수준으로 유지되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 실전형 한미 공중훈련은 북한으로서는 가장 부담스러운 압박 수단이지만, 동시에 남북 긴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현 정부가 남북 대화 여지와 긴장 관리에 무게를 두면서, “훈련은 하되 강도와 빈도는 일정 수준 아래로 관리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훈련량, 특히 실탄 사격 횟수까지 크게 줄어들면서, 상징과 실전 양쪽을 다 놓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F-35 실사격 7발…‘종이 스텔스’ 우려까지
한국 공군 최강 전력으로 꼽히는 F-35A 39대 가운데, 상당수 조종사가 1년 이상 실사격 경험이 없다는 사실은 무게감이 다르다. F-35는 네트워크 중심전, 스텔스 침투, 정밀 타격 등 고난도 임무를 수행하는 플랫폼인 만큼, 실탄 투하·발사 경험이 없으면 위기 상황에서의 작전 수행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 F-35를 비롯한 첨단 플랫폼이 ‘훈련 부족으로 인해 보여주기 전력’으로 전락한다면, 막대한 도입비에도 불구하고 동맹·잠재적 상대 모두에게 억제 신호가 약해지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국내 전문가들이 “최소한의 실사격 훈련은 유지해야 억제력이 산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그런데 왜 해외에선 ‘한국이 전쟁 준비’ 이미지를 갖게 됐나
실제 탄약 사용량은 줄었는데, 외부에선 한국이 고강도 군사행동을 하는 것처럼 비치는 역설은 정보 소비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해외 언론과 싱크탱크 상당수는
- 한미 연합훈련의 이름과 규모,
- F-35·B-52·핵 추진 잠수함 등 전략 자산의 단기 전개,
- 한국 정부의 강경 발언이나 북한 도발 이후 대응 성명
같은 ‘보이는 이벤트’를 위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을 해석한다. 세부 훈련 강도, 실사격 탄약 수량, 조종사 개인 숙련도 같은 미시 지표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실제로는 실탄 훈련을 줄이고 있음에도, 연합훈련 이름과 참가 전력만 헤드라인에 반복 노출되면서 “한국이 미국과 함께 전쟁 준비를 가속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성 분석이 나오는 구조다.

정치·외교 메시지와 실제 전력 운용의 ‘불일치’
정치·외교 레벨에서 한국은 북한 도발에 대한 강경 메시지, 미 전략자산과의 연동 강조, 인도·태평양 안보 구도 참여 확대 등으로 비교적 선명한 안보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이런 이미지가 축적되면서, 해외에서는 “한국은 북한과의 전면전 가능성까지 상정한 고강도 대비 태세를 유지한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그러나 실제 훈련 데이터는 실사격 축소, 연합훈련 횟수 감소, 첨단 전력이 충분한 실전 훈련을 못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외 메시지는 강한데, 전력 운용은 상대적으로 완화되는 이 간극이 바로 ‘외부의 전쟁 준비 오해’와 ‘내부의 억제력 약화 우려’를 동시에 키우는 요인이다.

억제력, 보여주기보다 ‘루틴한 훈련’에서 나온다
억제력은 말과 이미지보다, 상대가 “저 전력은 실제로 잘 훈련돼 있고, 사용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데서 나온다. 실사격이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탄약을 덜 쓰는 문제가 아니라, 조종사·지휘부가 실전 상황에서 오작동·오판·오폭 없이 무기를 운용할 능력을 검증할 기회를 잃는다는 뜻이다. 포천 오폭 사고 이후라면, 오히려 더 많은 반복 훈련과 교리·체계 개선을 통해 “우리는 사고를 교훈 삼아 전력을 더 정교하게 다듬었다”고 보여줘야 한다. 그게 진짜 신뢰 회복이고, 동시에 북한과 주변국 모두에게 보내는 가장 현실적인 억제 메시지이기도 하다.

“훈련 축소=긴장 완화”인가, “억제 약화=위기 확대”인가
지금의 실사격 감소는 단기적으로 남북 긴장도를 낮추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공군의 실전 대비 태세에 의문을 남기고, 북한·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이 한국의 ‘실전 근육’을 과소평가하게 만드는 위험도 안고 있다. 억제력은 상대가 “싸우면 진다”고 느낄 때 작동하지, “싸우면 양쪽 모두 준비가 미흡하다”고 판단할 때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외부에선 전쟁 준비 이미지, 내부에선 훈련 축소라는 모순된 상황이 계속되면, 언젠가 어느 쪽에서도 신뢰받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로 빠져들 수 있다. 그래서 국회와 전문가들이 훈련 정상화, 특히 최소 수준의 실사격 훈련 확보를 거듭 요구하는 것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