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신의 한 수” 그대로 받은 독·한 잠수함 맞대결
캐나다의 차기 초계잠수함 사업(CPSP)을 둘러싸고 독일과 한국이 모두 ‘함정+대규모 투자 패키지’를 앞세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캐나다가 경제·산업적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른바 ‘신의 한 수’처럼 협상 판을 키우자, 양측 모두 단순한 잠수함 제안을 넘어 에너지·방산·첨단 기술 투자까지 묶은 포괄 패키지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군사력 강화와 동시에 국가 경제 전략까지 재편할 수 있는 드문 기회가 형성된 셈이다.

독일 “우리가 2036년까지 4척 보장”…자기 물량까지 뒤로 미룬 승부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캐나다 현지 인터뷰에서 TKMS의 타입 212-CD 잠수함 4척을 2036년까지 인도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그동안 TKMS가 구체 납기 언급을 피하며 ‘시간 싸움’에서 밀리는 분위기가 있었던 만큼, 이번 발언은 사실상 최고위급 보증 카드다. 독일·노르웨이 자국 물량 중 각각 1척씩의 인도 순서를 뒤로 미뤄 캐나다 몫으로 돌리겠다는 구상까지 공개하며, “우리가 직접 일정 조정에 책임을 지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덧붙였다. 이는 단순 업체 약속이 아니라, 동맹국들이 자기 전력 공백을 감수하면서까지 캐나다를 ‘같은 함대’의 일원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한국, KSS-Ⅲ 2035년 인도 카드로 “빅토리아 퇴역 공백” 정면 겨냥
한국의 한화오션은 애초 수주전 초기부터 KSS-Ⅲ 4척을 2035년까지 인도할 수 있다고 제시해 왔다. 이 시점은 캐나다 해군이 노후 빅토리아급 4척을 모두 퇴역시키려는 목표 시한과 정확히 맞물린다. 게다가 현재 빅토리아급 중 가동 가능한 잠수함이 1척뿐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2035년 이전·이후의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캐나다 입장에선 절대 과제다. 한국은 이 점을 파고들어 “우리가 빅토리아급의 자연 퇴역과 동시에 전력을 바로 넘겨줄 수 있는 쪽”이라는 논리를 강조해 왔다. 독일은 2036년 타임라인으로 따라붙었지만, ‘1년 차이’가 실제 전략적 부담으로 읽힐지 여부가 최종 판가름의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독·노르웨이 “공동 함대” 전략…캐나다를 유럽 잠수함 네트워크에 편입
노르웨이 국방부 부장관은 캐나다가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독일·노르웨이·캐나다 잠수함을 하나의 ‘공동 함대’로 보겠다고 공개 발언했다. 이는 북대서양–북극–북유럽 해역을 단일 운용 구상 아래 묶고, 교육·정비·탄약·업그레이드까지 통합 생태계로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캐나다 입장에선 수십 년간 유지·정비 부담을 유럽 동맹과 공유하면서, 작전 운용·훈련 표준을 NATO 핵심 국가들과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구도 속에서 독일이 자기·노르웨이 물량까지 재조정하며 캐나다 선행 인도를 약속한 것은, 사실상 “당신들을 이 네트워크의 핵심 축으로 모시겠다”는 정치·군사적 구애에 가깝다.
독일의 초반 집중 투자 패키지…탄소 포집·LNG·중어뢰·극초음속까지
독일 측은 잠수함 계약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캐나다 경제 전반을 겨냥한 대규모 투자 패키지를 함께 내걸었다. TKMS 기술을 활용한 탄소 포집 설비 구축, 앨버타주의 산업 구조 전환 지원, 매니토바 처칠 항을 LNG 수출 허브로 키우는 에너지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중어뢰 생산 공장 설립, 극초음속 미사일 관련 협력 등 방산·첨단 기술 영역까지 포함되면서, CPSP는 사실상 “잠수함+신산업 패키지 딜”로 성격이 바뀌는 양상이다. 특히 독일 제안의 상당수는 계약 직후 2년 이내 가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져, 캐나다 정부가 단기간 내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 구조다.
![세계의 방산기업㉖: tkMS] 독일 잠수함의 본산… 캐나다 60조 사업놓고 K-조선과 격돌](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ba8d0c31-5001-46a8-a0d9-f89a2cf3c43f.jpeg)
한국도 ‘한국판 패키지’ 제시…캐나다의 협상 전략이 만든 경쟁 구도
한국 측 역시 수주에 성공할 경우 캐나다 경제·방산 분야에 대한 투자와 기술 이전 패키지를 제시한 상태다. 세부 항목은 공개 수준이 제한적이지만, 조선·해양·배터리·에너지 인프라·탄약 생산 및 잠수함 관련 정비·부품 산업 육성 등이 거론된다. 즉, 캐나다가 독일에 요구한 ‘잠수함+경제 효과’ 구조를 한국도 사실상 동일하게 복제해 가져간 셈이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두 나라를 상대로 거의 동일한 틀의 경쟁을 유도해 냈고, 그 결과로 더 나은 금융 조건·일자리 창출·기술 협력 약속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이 “캐나다의 신의 한 수를 그대로 따른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다.

군사적 성능은 ‘양쪽 모두 합격점’…결국 정치·경제 패키지가 승부 가른다
캐나다 정부는 독일 타입 212-CD와 한국 KSS-Ⅲ 모두 해군의 기술·작전 요구를 충족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두 기종 모두 최신 AIP(공기불요추진) 체계, 장기 잠항 능력, 첨단 탐지·전투체계를 갖춰 대서양·북극 해역 작전에 투입 가능하다는 점에서, 순수 성능만으로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캐나다 총리는 “단순 군사적 필요를 넘어, 더 광범위한 경제적·전략적 파트너십”을 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못 박았다. 결국 누가 더 설득력 있는 ‘캐나다형 패키지’를 내놓느냐, 그리고 향후 30~40년 동안 함께 갈 파트너로서 신뢰성과 정치적 시너지를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최종 선택을 좌우할 공산이 크다.
캐나다의 ‘영리한 판 키우기’, 동맹국들에 던진 메시지
캐나다글로벌문제연구소의 분석처럼, 이번 CPSP는 캐나다 정부가 얼마나 영리하게 방산·경제 패키지를 끌어낸 사례인지 보여준다. 잠수함 4척 도입 사업을 단순 입찰이 아니라, 에너지·탄소중립·신산업·첨단 무기 협력까지 아우르는 국가 전략 프로젝트로 격상시켰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캐나다는 독일·노르웨이·한국으로부터 “잠수함 이상의 것”을 끌어냈고, 자국 안보와 경제 전환 모두에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협상 구조를 만들어냈다. 6월 말로 예정된 최종 결정은 어느 한 나라의 수주 여부를 넘어, 향후 수십 년간 캐나다가 어떤 동맹·경제 파트너 축에 더 깊게 발을 담글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드러내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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