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작권 당장 넘어와도 문제 없다”는 자신감의 배경
이재명 대통령이 “내일 전시작전통제권을 회복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못 박은 건, 정치적 레토릭을 넘어 한국군의 실력과 구조에 대한 자신감을 전면에 드러낸 발언이다. 단순히 자존심 차원이 아니라, 한국군이 이미 독자 작전 계획 작성·지휘 능력, 정보·정밀타격·방공망 등을 상당 부분 자체 구축했다고 보는 인식이 깔려 있다. 여기에 핵추진잠수함(장보고 N사업)까지 공개하며 “우리가 스스로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밀어붙인 것이다.

“크게 문제가 아니라 아무 문제 없다”
진해 잠수함사령부에서 열린 첫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이 대통령은 “자주국방이 확고한 나라가 진정한 국가의 완성된 모습”이라고 못 박았다. 안규백 국방장관이 “내일 전작권이 회수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지켜내는 데 크게 문제가 없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크게 문제가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맞다”고 즉석에서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 장면은 군 수뇌부가 내부적으로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전작권 전환 대비가 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대통령이 정치적 언어로 증폭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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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인데 국방만 의존적 사고”라는 문제의식
이 대통령은 회의 말미에도 “대한민국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는데, 국방 분야에서는 여전히 의존적 사고가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이 규정한 ‘자주독립 국가’라는 표현까지 꺼내 들며, 안보 역시 경제·산업처럼 스스로 책임지는 국면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이날 회의에서 ‘자주’라는 단어가 대통령과 장관 입에서만 8번이나 반복된 것도, 전작권 문제를 단순 군사 기술 논의가 아니라 국가 정체성 문제로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읽힌다.

한·미는 “로드맵 이견”, 한국 정부는 “2027년도 가능”
미국 측은 전작권 전환 시점을 다소 여유 있게 잡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하원 청문회에서 “2029 회계연도 2분기 이내 전환 목표를 국방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는 “양측이 합의한 로드맵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은 상태다. 정부 안에서는 양국 수뇌부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빠르면 2027년에도 전환이 가능하다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 논쟁에서 “우리는 이미 준비돼 있으니 속도를 늦출 이유가 없다”는 쪽으로 무게를 싣는 공개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전작권·주한미군·유엔사…한국 안보 직결된 문제 셋 [Focus 인사이드] | 중앙일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bf13ef43-2ff5-423f-b6b4-387c594e941c.jpeg)
핵잠 ‘장보고 N사업’ 공개…사실상 “이미 출발했다” 선언
이날 정부가 핵추진잠수함 기본 구상을 ‘장보고 N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공식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미 정상은 이미 지난해 한국의 핵잠 도입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이후 통상 갈등·쿠팡 사태 등으로 실무 협의는 지연됐다. 한국은 먼저 자국 로드맵을 깔고 “우리는 이렇게 간다”고 못 박은 뒤, 미국과의 세부 협상은 그 위에 얹겠다는 식으로 판을 설계한 셈이다. 대통령이 “십몇 년씩 걸려서 획득 절차를 진행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필요하면 현실에 맞춰 바꾸면 된다”고 말한 것도, 기존 절차·관행보다 국가 의지를 앞세우겠다는 선언이다.

“국내 설계·국내 건조·비군사적 핵연료” 5대 원칙
안규백 장관이 제시한 장보고 N사업 5대 원칙을 보면, 정부가 왜 “자주”를 거듭 강조하는지 드러난다. 원자로 핵연료는 농축도 20% 미만의 비군사 수준을 쓰고, 설계와 건조는 한국 영토 안에서, 한국 조선·원자로 기술로 수행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건조부터 해체까지 안전관리를 한국 책임으로 하되,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를 목표로 잡았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 직후 “한국은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잠을 건조할 것”이라고 언급해 논란을 빚었던 상황에 대한 일종의 선제 차단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우리 돈·우리 바다를 지킬 배는 우리가 만든다”는 원칙이다.

28조 9천억, 한 해 국방비 절반이 들어가는 ‘자주 옵션’
기획예산처가 추산한 핵잠 개발 예산은 약 28조9천억 원으로, 올해 기준 국방비 65조 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이 정도면 사실상 별도 특별회계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가 비용을 공개하면서까지 사업을 비닉 상태에서 끌어낸 것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핵잠=자주국방의 상징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볼 수 있다. 원자로·연료·선체·무장 등 핵심 전략물자 조달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미국을 포함한 잠재 파트너들과의 협상 구도도 보다 공개적이고 정치적인 방향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볼 때 “전작권 넘어와도 버틸 수 있는” 한국의 힘
미국 내부의 시각에서도 한국군의 역량은 예전과 다르다. 한국은 이미 F-35A·KFX(보라매)·현무 계열 탄도·순항미사일·통합 방공망·독자 위성정찰 능력 등을 갖추며, 전작권이 넘어와도 자체로 전구 작전을 설계·지휘할 수 있는 ‘도구들은 거의 다 갖춘’ 상태에 가까워졌다. 문제는 의지와 제도, 즉 누가 최종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미국 연합 구조 안에서 어떻게 조율하느냐의 문제다. 이 대통령과 국방부가 “내일이라도 아무 문제 없다”고 못 박는 순간,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이 전작권을 가져가도 실질 억제력과 연합전력은 유지된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쌓여가는 셈이다. 결국 미국이 안심하고 전작권을 넘길 수 있는 이유이자, 한국이 “지금 당장이라도 괜찮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배경에는, 지난 20년간 축적된 한국군의 전력·지휘·산업 역량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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