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육군 일반전초(GOP) 부대에 전입한 지 한 달 만에 간부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김상현 이병의 사망사고 발생 당시 ‘오발 사고’라는 잘못된 보고로 사건 초기 정확한 경위 파악에 혼선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군 간부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1부(이근영 부장판사)는 12일 민모(26)씨의 허위 보고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찰이 낸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민씨는 2022년 11월 28일 저녁 김 이병이 초소에서 총기를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당시 상황 간부로 근무 중이었다. 그는 화상 원격회의에서 상황을 알려달라는 대대장의 물음에 “판초 우의에 총이 걸려 격발됐다”라고 허위 사실을 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은 ‘오발 사고’라는 최초 상황보고서가 작성되어 보고되고,사단에서도 이를 그대로 보고했다. 그 이후 김 이병과 함께 경계근무를 섰던 선임병을 통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한 뒤 ‘미상’으로 바뀐 과정에 있어 민씨의 허위 보고가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법정에 세웠다.
민씨는 수사기관에서는 혐의를 인정했으나 법정에서는 전면 부인했다.
1심은 당시 소초와 초소 간 이동 거리 등을 고려했을 때 민씨가 화상 원격회의에 등장해 허위 보고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민씨가 수사기관에서는 공소사실은 인정하는 발언을 했으나 이를 보강할 만한 증거가 없고, 민씨의 자백은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에 해당하므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검사의 항소로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민씨가 화상회의에서 공소사실과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군대 내 정식보고체에서 ‘오발 사고’라고 보고된 것은 민씨의 보고와는 무관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민씨가 당시 사고 경위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오발에 중점을 둔 상관들의 질문에 자신이 기억하는 단편적인 단어로부터 유추해 생각을 두서없이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사고 현장을 목격한 선임병이 있어 금방 밝혀질 사실을 의도적으로 허위 보고할 이유도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민씨의 보고가 군형법상 허위 보고에 해당하거나 허위로 보고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군인권센터는 “김 이병의 죽음 직후 현장에 처음 도착해 사고 원인을 왜곡하는 보고를 한 간부의 책임은 다시 한번 법망을 빠져나갔다”며 “가해자의 의도를 재판부가 친히 헤아려 봐주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늘 판결은 군의 부실한 기록과 수사, 보고체계가 만들어낸 공백을 다시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판단”이라며 “검찰은 판결문을 자세히 검토해 즉각 상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민씨는 허위 보고 혐의와는 별개로 김 이병을 모욕한 혐의로 징역 4개월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민씨와 함께 피해자를 괴롭힌 선임병 김모(24)씨는 징역 6개월을, 또 다른 선임병 송모(24)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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