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간 896명 이탈, 그중 730명이 전투기 조종사
2017년부터 2026년 3월까지 공군 숙련 조종사 896명이 자발적으로 전역했다는 숫자 자체가 공군 입장에선 치명적이다. 단순한 정년·보직 해소가 아니라, 아직 한창 날아야 할 연령대의 베테랑 장교들이 스스로 군을 떠났다는 의미다. 특히 이 가운데 약 730명이 F-35A, F-15K, KF-16, FA-50 같은 주력 전투기를 운용하던 조종사라는 점에서, 단순한 인원 공백이 아니라 작전 노하우가ごっそり 빠져나가고 있다.
민항사와의 연봉 격차, 구조적으로 좁히기 어렵다
숙련급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연봉은 각종 수당을 합쳐도 대략 1억 원 안팎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민간 항공사로 옮기면 부기장 때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기장으로 올라가면 1억 5천만~3억 원대가 일반적이고, 장거리 대형기·경력 조합에 따라 그 이상도 가능하다. 군이 연봉을 조금 올린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수억 원 차이가 나는 구조를 따라잡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조종사 한 명 양성 비용, 전투기 한 대 값에 육박
공군이 숙련 조종사 한 명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전투기 기종별로 수십억 원에 달한다. F-35A는 약 61억 7천만 원, F-15K는 26억 7천만 원, KF-16은 18억 4천만 원, FA-50도 10억 원대 중반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가 이렇게 키워놓은 인력이 전역과 동시에 민항사로 이동하면, 사실상 공적 투자를 민간 항공사가 무상으로 가져가는 구조가 된다. 방산으로 치면 “전투기 한 대 값 들여 만든 무기를, 제대로 써보기도 전에 남에게 넘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첨단 전투기 늘려도, 조종석이 비면 ‘종이 호랑이’
한국 공군은 KF-21 보라매 양산·배치, F-35A 추가 도입 등으로 기체 수와 성능 면에서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항공기들을 최대 성능으로 운용할 수 있는 베테랑 조종사가 빠져나가면, 서류상 전력과 실제 전투력 사이의 간극은 커질 수밖에 없다. 첨단 센서·네트워크·무장도 결국 인간이 이해하고 전술에 녹여내야 의미가 있다. 조종사가 없다면, 아무리 많은 K9 자주포·천궁 미사일·KF-21이 있어도 “있으나 마나 한 전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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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본질: 연봉만이 아니라 ‘커리어와 삶의 질’
연봉 격차가 출발점이긴 하지만, 여기엔 다른 요소들도 겹친다. 민항사는 근무 여건·가족과의 시간·위험도·주거 안정성 등에서 군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반면 군은 잦은 전출·야전 근무·위험 노출·강한 규율과 동시에, 전역 후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경력 경로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10년 이상 군에서 날고, 나머지 커리어는 민항사에서”라는 경로가 합리적인 선택으로 굳어졌다.

그냥 붙잡으려만 하면, 더 안 붙는다
이 상황을 단순히 “애국심 부족”이나 “연봉 조금 올리자” 정도로 해결할 수는 없다. 차라리 제도를 정면으로 인정하고, 일정 기간 이상 복무한 조종사에게는
- 장기 복무 시 민간 대비 경쟁력 있는 보상·주거·교육 혜택을 주고,
- 전역을 선택하는 이들에겐 예측 가능한 시점과 경력 전환 지원을 제공하는 등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의 경로를 설계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이를 통해 최소한 핵심 전력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시기(예를 들어 10~15년 차)까지는 공군에 남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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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에 쓰는 돈의 1%만 사람에게 돌려도 구조가 달라진다
지금처럼 기체·무장에는 수십조 원을 쓰면서, 조종사 개인에게 돌아가는 보상·복지·경력 설계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면 이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전투기 한 대 덜 사고, 그 예산 일부를 숙련 조종사 처우 개선·가족 지원·주거·교육·건강 관리·전역 후 진로 설계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싸게 먹힌다. 결국 공군이 막아야 하는 것은 “민항사가 연봉으로 사람을 빼가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몇십 억 원을 들여 키운 핵심 인력을 체계적으로 설계하지 못하는 구조”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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