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이 직접 때리는 대상은 ‘한국·미국’
최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은 한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미국을 체제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군사적 대치 상대로 규정했다. 여기에는 대남·대미 강경 기조를 최고지도자의 육성으로 못 박아 내부 결속과 외부 과시를 동시에 노리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같은 연설에서 일본에 대한 비판이나 언급은 단 한 줄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는 일본을 의도적으로 ‘체제 위협 리스트’에서 빼며, 전략적 관심에서 한 발 떨어진 존재처럼 취급하는 효과를 낸다.

일본은 “투명인간”…담당도 ‘동생’에게 맡긴다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인선에서도 대일 외교 전문가가 빠진 구성이 눈에 띈다. 중국통·경제통 중심으로 짜여진 외교 라인에 일본 담당 고위 인사가 없다는 건, 공식·제도적 채널에서 일본을 일부러 주변부로 돌린다는 신호다. 반면 일본 외무성에는 북한 담당만 10명 넘게 붙어 있고, 다카이치 총리가 “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호소하는 모습은 북한의 ‘무시 전략’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북한이 일본을 완전히 배제한 건 아니다. 다만 김정은이 아닌 김여정의 개인 담화 수준에서 “납북자 문제를 전제로 한 정상회담은 없다”고 잘라 말하며, 일본 총리의 구애를 서열 2위의 한마디로 격하시킨다. 이것은 “우리가 너희를 그 정도 급으로 본다”는 심리전이기도 하다.
![사진] 저격훈련 참관한 김정은 | 중앙일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e8483aca-ebe0-4bbc-92df-910eecef044b.jpeg)
북·일 ‘짝사랑 구도’, 한미일 공조의 약한 고리 노린다
북한의 이런 이중 구조 외교는 한미일 3각 공조 중 가장 흔들리기 쉬운 지점을 치고 들어가는 전술이다. 일본 국내에서 납북자 문제는 양보하기 어려운 핵심 정치 의제이기 때문에, 총리 입장에서는 뚜렷한 성과 없이 시간을 끌기도 부담스럽다. 북한은 “납북 문제는 끝났다”고 못 박으면서도, 완전 단절은 하지 않고 애매한 여지를 남겨 일본의 조급함을 자극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국·미국이 제재·훈련으로 강경 대응을 유지하면, 일본은 납북자·국내 여론을 이유로 독자적인 대화 채널을 찾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 쉬워진다. 북한은 바로 이 틈을 노려 “일본은 따로 이야기해볼 수 있는 상대”라는 신호를 던지며, 한미일의 공동 메시지에 파열음을 내고 한국을 상대적으로 고립시키려 한다.

한국에겐 ‘군사 도발 + 동맹 갈라치기’라는 이중 과제
현재 일본 내부에서도 “북미 대화가 열리지 않는 한 북일 정상회담만으로는 돌파구가 어렵다”는 회의론이 있고, 다자 틀 속에서 움직이자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총리가 공개적으로 손을 내밀고, 북한이 이를 김여정 담화 수준에서 차갑게 쳐내는 기형적인 짝사랑 구도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포격 위협 같은 군사 도발뿐 아니라, 한미일 공조를 균열 내고 자신만의 외교적 입지를 넓히려는 ‘심리전·갈라치기 전술’까지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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