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아리처럼 생긴 이유, 사실은 “총구 덩어리”
피켓 디펜스 시스템스가 공개한 ‘인페르노 RTC(Inferno RTC)’는 외형부터 기존 무인기 방어 체계와 완전히 다르다. 일반적인 무인기 요격 시스템은 1개의 총열이나 포신을 이리저리 돌리며 목표물을 따라가야 하지만, 인페르노 RTC는 항아리 모양의 본체 전체에 탁구공 크기의 구멍이 촘촘히 뚫려 있다. 이 구멍 하나하나가 곧 총구이며, 전체 몸통이 포탑 역할을 한다. 소형 모델에는 36개, 대형 모델에는 54개의 총구가 설치돼 있다. 덕분에 어느 방향에서 드론이 접근하더라도 굳이 한 개의 포를 크게 돌릴 필요 없이, 가장 가까운 총구를 선택해 약간만 회전한 뒤 바로 사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총구 돌릴 시간도 없다”는 발상에서 나온 디자인
인페르노 RTC는 적 무인기가 아군 방어망을 거의 다 뚫고, 진지 120m 이내까지 파고든 ‘초근접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이 정도 거리면 레이더·미사일·포 등 기존 방공 시스템들은 이미 반응하기 늦은 단계다. 그래서 인페르노 RTC는 목표물을 향해 총열을 크게 돌리는 시간조차 아까워, 몸통 전체에 총구를 분산 배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교전이 시작되면 자동화된 사격 통제 장치가 드론 위치를 분석해 가장 적절한 총구를 선택하고, 본체를 미세하게 회전시킨 뒤 소총탄이나 산탄을 쏴 요격한다. 이 방식은 특히 여러 대의 드론이 동시에 들이닥치는 ‘군집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좋다. 서로 다른 방향의 총구에서 동시에 탄을 발사해, 기존 시스템 수십 대 분량의 화력을 한 번에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3D 음향·광학 추적, 근거리 드론 잡는 전용 ‘포탑’
이 시스템은 표적 탐지 방식도 독특하다. 인페르노 RTC는 3차원 음향 수집 장치와 광학 카메라를 활용해 드론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추적한다. 드론이 내는 모터 소음과 프로펠러 소리를 3D로 분석해 방향·거리를 파악하고, 동시에 카메라 영상으로 목표를 식별·추적하는 식이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총구를 쓸지, 어느 각도로 얼마나 돌릴지, 어느 탄종(소총탄·산탄 등)을 쓸지를 자동으로 결정한다. 기존 방공망의 ‘마지막 차단선’, 일종의 근거리 전용 CIWS(근접방어무기)처럼 작동하는 셈이다.

차량 탑재형 “드론 방패”, 그물·연막까지 발사 가능
인페르노 RTC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급의 소형 군용 차량에도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컴팩트하게 설계됐다. 이는 전방 기동부대, 기지 주변, 중요 시설 인근에 쉽게 배치해 ‘돌격해 오는 드론들을 막아 세우는 이동형 방패’로 쓰겠다는 발상이다. 제조사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총탄뿐 아니라 드론을 떨어뜨리기 위한 그물, 시야를 차단하거나 센서를 혼란시키는 연막탄 등도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될 수 있다. 말 그대로 항아리처럼 생겼지만, 내부는 다층적인 드론 방어 옵션을 탑재한 근접 방공 플랫폼이다.

“드론이 포탄보다 무서운 시대”에 나온 해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에서 확인됐듯, 값싼 소형 드론이 전차·장갑차·참호를 위협하는 시대가 됐다. 기존 포·미사일 방공망만으로는 가격·반응 시간·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인페르노 RTC 같은 시스템은 바로 이런 틈새를 메우기 위해 개발된 무기다. 마지막 100여 미터 구간에서 드론을 신속히 떨쳐내는 ‘최후의 방패’ 역할을 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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