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입부: 한·독 정상회담과 방산 협력 구상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계기에 이재명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회담을 갖고, 양국 간 방위산업(방산) 협력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이번 회담은 그동안 에너지·자동차·기계 중심으로 이어져 온 한·독 협력의 범위를 방산·안보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유럽 내 최대 경제·공업국이자 나토(NATO) 핵심 축인 독일과, 최근 폴란드·루마니아 등으로 방산 수출을 확대해 온 한국이 서로를 전략 파트너로 재조명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정상회담 의제 전반에 중동·우크라이나 정세와 글로벌 경제 안정이 함께 다뤄졌다는 사실은, 이번 방산 논의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안보 공급망’ 차원의 협력 논의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치·외교 메시지: “새로운 단계로 도약”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독일과 대한민국은 많은 영역에서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가”라며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자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한·독 관계를 전통적인 제조·기술 협력에서 방산·안보·과학기술까지 묶는 ‘전략 동반자 관계’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메르츠 총리 역시 한국을 “독일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파트너”라고 언급하며, 10월 방한 계획을 직접 언급해 후속 협의가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준비돼 있음을 시사했다. G7이라는 다자 외교 무대에서 양국 정상이 별도 회담을 잡은 것 자체가, 최근 급변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한국과 독일이 서로를 ‘안보·방산 협력의 잠재적 핵심축’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동·우크라이나 정세 공유와 안보 인식
본격적인 회담에서 양 정상은 먼저 중동과 우크라이나 정세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 간 협의 타결을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재개 등 중동 지역의 조속한 안정 회복을 기대한다며, 국제사회 차원의 평화·안정 기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중동의 해상 교통로 안정이 곧 경제·안보 사안이라는 현실을 반영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메르츠 총리는 최근 국제 원유·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중동 변동성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세계 경제와 안보에 구조적인 불확실성을 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양측 모두 단기적인 시장 안정보다, 장기적 안보 리스크 관리와 국제 공조의 필요성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방산 협력의 접점
독일과 한국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산·안보 환경에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독일은 전후 최대 규모의 국방 재무장을 추진하며, 탱크·포병·탄약·방공 체계 전반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난 상태다. 한국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에 K2 전차, K9 자주포, K239 다연장 로켓 등을 대규모 공급하면서 ‘우크라이나 이후’ 유럽 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방산 협력 가능성을 거론한 배경에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독일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전투기·잠수함·센서·엔진 기술과, 한국이 강점을 쌓아 온 지상체계·탄약·양산·납기 경쟁력을 결합할 경우, 공동 연구·공동 생산·제3국 공동 진출이라는 형태의 협력 모델이 현실성이 있다는 계산이다.
공동 연구·생산·제3국 진출 구상
이 대통령은 방산 협력 모델로 “단순 경쟁을 넘어 공동 R&D, 공동 생산, 제3국 공동 진출”을 제시하며 구조적 협력을 제안했다. 이는 특정 장비·플랫폼을 둘러싼 수출 경쟁 관계를 완화하고, 각자의 강점을 묶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예를 들어, 독일이 보유한 정밀 센서·포 체계·엔진·전자장비와, 한국의 차체·포대·탄약·통합 생산라인을 결합한 ‘한·독 합작 플랫폼’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메르츠 총리가 EU 내부 협력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파트너국과 협력 확대”를 언급한 것도, 독일이 유럽 내부만으로는 늘어난 방산 수요와 안보 과제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구조에서 한국과의 합작 모델은 유럽 내 정치적 수용성을 유지하면서도 공급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독일의 안보 재편과 한국의 기회·과제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젠데벤데(정책 대전환)’를 선언하고, 국방비 증액과 나토 약속 이행을 위한 재무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정치·사회적 논쟁, 방산 산업의 생산능력 한계, 공급망 병목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단기간에 모든 수요를 자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틈에서 한국산 무기·장비가 유럽 시장에서 ‘가성비 높은 대체·보완 옵션’으로 부상하고 있고, 독일은 이를 위협이 아닌 협력 가능성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 다만 한국 입장에서도 독일과의 협력이 곧장 대규모 수출 계약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기술·부품·부분체계·시험·표준화 등 다층적인 협력 구조를 설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럽 규제·나토 표준·EU 산업정책과의 정합성을 맞추는 작업 또한 한국 방산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정상 간 소통 지속과 전략적 동반자 구상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정상 차원의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경제·산업·방산·과학기술·국제안보 전 영역에서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는 양국 관계를 단기적 계약이나 개별 프로젝트 차원을 넘어, 중장기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로 조정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볼 수 있다. 특히 10월 독일 총리의 방한이 예고된 만큼, 그 시점을 전후해 구체적인 방산·과학기술·에너지·공급망 프로젝트가 패키지 형태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실제 계약·합작 모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독일 내 정치·산업계 합의와 한국 내 기술·기밀·수출통제에 대한 정교한 조율이 필요하다. 한·독이 이번 G7 계기 회담을 출발점으로 삼아, 유럽 안보 지형 변화 속에서 새로운 방산·안보 협력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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