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이 된 대통령 발언의 내용
이재명 대통령은 4월 10일, 이스라엘 병사가 팔레스타인 아동을 지붕에서 떨어뜨리는 장면이라 주장되는 영상을 자신의 엑스(X)에 공유하면서,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라는 문장을 덧붙였다. 그는 영상의 진위 여부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전시 성폭력과 집단학살, 비무장 민간인 살해는 본질에서 다를 바 없는 반인륜 범죄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발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나치의 유대인 학살, 그리고 현재 이스라엘군(IDF)의 대팔레스타인 군사행동을 도덕적으로 같은 선상에 놓은 것으로 해석되며, 국내외에서 즉각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스라엘 외무부의 강력한 반박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틀 뒤인 4월 11일, 공식 SNS 계정에 한국 대통령의 글을 공유하며 “유대인 학살을 사소화하는 발언은 용납될 수 없고 강력한 규탄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발언이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을 앞둔 시점에 나온 점을 문제 삼으며,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기억을 가볍게 여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외무부는 또 대통령이 ‘가짜 계정’이 올린 오래된 영상을 마치 새로운 사건인 것처럼 공유했다며, 반(反)이스라엘 허위정보를 확산시켰다고 반발했다. 예루살렘은 전시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을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정당방위의 맥락”으로 설명해 왔지만, 홀로코스트와 동일선상에 놓는 비교에는 유독 민감하게 반응해 온 전례가 있다.
![특파원 리포트] 외교부는 日 언론플레이까지 돕나](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2092f24a-8b16-4ce5-b806-5c007f5a0b5a.jpeg)
한국 외교당국의 ‘이례적’ 대응
이스라엘의 공개 반박이 나오자, 한국 외교·안보 라인에서도 이례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는 “대통령 발언은 전시 성폭력과 집단학살 등 인권침해 전반에 대한 보편적 인권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이스라엘 측 반응에 ‘유감’을 표했다. 기획재정부 격인 국무조정실·기획예산 관련 부처 인사들도 “비인도적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거들면서, 통상 외무부가 앞장서 수습하는 기존 패턴과 달리, 청와대·내각이 한 목소리로 대통령 발언을 방어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 내부에서도 “중동·서방과의 외교 균형을 고려하면 표현 수위를 조정했어야 한다”는 우려와, “홀로코스트와 위안부, 팔레스타인 학살을 연결해도 충분히 정당한 도덕적 문제 제기”라는 옹호가 엇갈렸다.
팔레스타인 전쟁 피해 규모와 제노사이드 논쟁
팔레스타인 측 피해 통계를 보면, 이스라엘이 왜 ‘홀로코스트 비교’ 자체에 거부감을 보이면서도 국제사회의 비판을 완전히 피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와 여러 국제 연구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 이후 2025년 가을까지 가자전쟁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6만 명에서 8만 명 사이로 추정된다. 알자지라와 팔레스타인 보건당국 집계는 2025년 10월 기준 최소 6만 7천 명, 16만 9천 명 이상의 부상자를 보고했고, 독립 연구와 국제 학술지 분석은 2024년 말까지 직접·간접 요인을 합쳐 7만~8만 명 이상이 숨졌다고 본다. 이 중 상당수가 여성·어린이·노인 등 비전투자인 만큼, 이를 집단학살(제노사이드)로 규정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피해 규모만 놓고 보면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는 차이가 크지만, 오랜 기간에 걸친 반복적 대량살상이라는 점에서 국제법·인권 담론에서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1948년 나크바에서 현재까지 이어진 폭력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폭력은 1948년 건국 전후 ‘나크바(Nakba, 대재앙)’로 불리는 사건에서 이미 대규모 학살·강제추방의 양상을 띠었다. 학계와 인권단체 연구에 따르면, 제1차 중동전쟁 과정에서 약 75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되었고, 최소 15,000명이 학살됐으며 500개가 넘는 마을이 파괴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또다시 수십만 명이 난민이 되었고, 1980~2000년대 1·2차 인티파다와 가자지구 대규모 공습이 반복되면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누적 수만 명에 달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일부 학자와 활동가들은 이스라엘의 정책을 ‘점진적·누적적 제노사이드’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서방 정부와 주요 국제기구는 공식적으로 이 용어 사용을 매우 조심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인식과 법적 규정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이스라엘 내부의 자기 인식과 이중잣대 비판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이스라엘 정치인들은 과거 팔레스타인 대량추방·학살을 지칭하는 ‘나크바’라는 단어를 스스로 사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예를 들어 2023년 이스라엘 농업장관이 “우리는 지금 가자에서 새로운 나크바를 실행 중”이라고 발언했다는 보고는, 팔레스타인 측에겐 자신들의 비극이 공공연히 재현되고 있음을 확인해 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문화유산부 장관이 “가자지구에 핵폭탄 투하”를 언급한 발언 역시, 팔레스타인 생명과 문화에 대한 극단적 경시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례로 지적됐다. 반면 이스라엘 정부는 홀로코스트를 다른 학살과 병렬적으로 언급하는 외국 지도자의 발언에는 즉각 “경시·사소화” 프레임을 씌우며 강하게 반발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비판자들은 “팔레스타인 인명 피해를 축소하거나 정당화하면서, 유대인 학살에 대한 언급만 성역화한다”는 이중잣대를 문제 삼는다.

한국·이스라엘 관계와 외교적 파장
이번 설전은 가자전쟁을 둘러싼 국제 여론 분열 속에서, 한국이 비교적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에 직설적인 비판을 가한 사례로 꼽힌다. 미국·유럽 주요 동맹국들이 대체로 신중한 어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 대통령이 위안부·홀로코스트·팔레스타인 학살을 한 줄에 올려놓자, 이스라엘뿐 아니라 서방 내 주요 언론·유대계 단체들도 우려를 표했다. 국내에서는 표현의 수위와 외교적 실익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가 식민지·전쟁·성폭력 피해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인권 이슈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 발언을 둘러싼 한·이스라엘 간 논쟁은, 앞으로 한국이 중동 분쟁과 인권 문제를 어떤 기준과 언어로 다룰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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