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스캔들’의 재구성…불륜과 정보 유출, 그 100%의 팩트

2011년 3월, 대한민국 외교가를 뒤흔든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이 세상에 드러났다. 주상하이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근무하던 주재 외교관들이 중국인 여성 덩신밍(鄧新明)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이 과정에서 비자 부정 발급 및 정부 내부 정보가 유출된 초유의 기강 해이 사건이다.
당시 언론은 덩신밍을 ‘중국판 마타하리(스파이)’로 규정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나, 정부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사건의 실체는 스파이 공작보다는 성의 매개로 한 브로커 행각과 공직기강 붕괴가 결합한 비리 사건에 가까운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철저한 팩트와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한다.
사건은 덩신밍의 한국인 남편 J씨가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소지품을 뒤지면서 시작되었다. 덩신밍이 상하이시 공무원 등을 사칭하며 외출이 잦아지자, J씨는 집안에 있던 아내의 USB 메모리를 확인했다.

그 안에는 H 전 영사를 비롯한 다수의 한국 외교관들과 덩신밍이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들어있었으며, 이와 함께 대한민국 정부의 고위 공직자 연락처, 영사관 내부 문서 등 유출된 기밀 파일들이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J씨는 이 자료를 정부 당국에 제보했고, 상하이 교민 사회에 불륜 고발 대자보가 붙는 등 파문이 커지자 2011년 3월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었다.
조사 결과 주상하이 총영사관의 핵심 직위자 다수가 덩신밍 한 사람과 얽혀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법무영사 H씨는 덩신밍과 깊은 내연관계를 맺었다. H 전 영사는 덩신밍의 청탁을 받고 외국인 배우자 비자(F-2)가 이미 있는 덩신밍에게 규정을 위반하여 1년짜리 관광비자(C-3)를 이중으로 발급해 주었다. 그는 법무부 감찰이 시작되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정치·경제영사 K씨 역시 덩신밍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의혹을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그가 덩신밍에게 “제 사랑은 진심이고 영원히 변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의 애정 고백성 자필 서약서를 써 준 사실이 밝혀졌다. K 전 영사는 이에 대해 “덩신밍의 협박과 강요에 못 이겨 받아 적은 것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공관의 최고 책임자였던 김정기 전 총영사 역시 덩신밍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진을 촬영했다. 특히 그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정관계 유력 인사 200여 명의 개인 연락처(휴대전화 번호 등)와 비자 발급 관련 내부 자료가 덩신밍에게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김 전 총영사는 “해당 자료는 단순한 개인 연락처일 뿐 국가기밀이 아니며, 공관 내부 요원의 음모에 의해 유출된 것”이라 항변했으나 지휘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덩신밍은 한국어에 능통했으며, 현지 교민사회와 외교가에서 “상하이 시장의 비서다”, “덩샤오핑의 손녀(태자당)다”라는 소문을 스스로 흘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실제로 그녀는 중국 고위 관료들과의 ‘관시(關係)’를 활용해, 2008년과 2009년 상하이를 방문한 한국 유력 정치인 및 지자체장들의 현지 면담을 주선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또한 상하이 총영사관에 수용되어 있던 국군포로 및 탈북자 11명의 동시 송환 과정에도 일정 부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합동조사 결과, 그녀가 중국 국가안전부 등에서 훈련받은 정식 스파이라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그녀가 자신의 인맥과 여성성을 무기로 한국 외교관들을 포섭한 뒤, 비자 발급 이권에 개입하거나 한국 기업의 고문직을 맡아 경제적 이득을 취한 ‘ 권력형 브로커’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외교통상부, 법무부 등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조사단은 상하이 현지 조사 등을 거쳐 관련 외교관들을 대거 문책 및 경질했다. 유출된 자료들이 국가 안보를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고도의 군사·외교 기밀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으나, 국가 공무원들이 사적 관계에 눈이 멀어 기강을 저버린 행태는 전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은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권 보은 인사가 공관장으로 임명되고, 해외 공관 내부의 정보 교류 체계가 이원화되어 상호 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발생하는 ‘외교 재앙’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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