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일어나도 “잘 잤어?”라는 말 한마디가 없는 부부가 있다. 각자 알람에 맞춰 일어나 각자 식사를 챙기고 각자 외출 준비를 한다.
한 집에 살면서도 하루 종일 나눈 말이 손에 꼽힐 정도다. 예전엔 사소한 일까지 다 물어보던 사이였는데 지금은 묻지도 않고 알아서 처리한다.

겉으로 보면 정이 없어 보이지만 막상 본인들은 불편함을 못 느낀다. 굳이 말 안 해도 알아서 척척 돌아가는 게 오히려 편하다고 느낀다.
오랜 세월 함께 산 만큼 서로의 패턴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만의 무언의 합의가 생활 곳곳에 자리 잡는다.

병원 갈 일이 생겨도 미리 말하지 않고 혼자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 친구 만나러 나갈 때도 굳이 누구를 만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서로 묻지 않는 게 배려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십 년, 이십 년을 살아온다. 갈등을 만들지 않으려는 나름의 방식이지만 그 안에서 대화는 점점 줄어든다.

문제는 이 침묵이 평화로움처럼 보여도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는 데 있다. “말해봐야 피곤하니까” 하는 마음으로 걱정이나 불만을 혼자 삼킨다.
그렇게 쌓인 감정은 어느 순간 작은 일로 터지기도 한다. 평소엔 무던하던 부부가 갑자기 크게 싸우는 이유가 여기 숨어 있을 때가 많다.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부부일수록 오히려 서로의 속마음을 잘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흔하다. 매일 같은 식탁에 앉아도 정작 서로가 요즘 무슨 고민을 하는지 모른다. 익
숙함이 깊어질수록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게 문제다. 그 사이 두 사람의 마음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점점 멀어진다.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부부들은 특별한 이벤트보다 작은 안부를 거르지 않는다. “오늘 뭐 했어?” 한마디, 밥 먹으며 나누는 짧은 대화 한 번이 관계의 온도를 바꿔놓는다.
알아서 하자는 익숙함에 너무 기대기보다 가끔은 일부러 마음을 확인해보는 게 필요하다. 오래 산 부부일수록 그 한마디가 더 큰 힘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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