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7 비핵화 성명과 김여정의 반발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는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G7의 비핵화 요구를 “우리 국가 헌법에 대한 직접적 침해가 되는 월권 행위”라고 규정하며 강한 불만과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를 “가장 명백한 어조로 단호히 규탄 배격한다”고 강조하며, 서방의 비핵화 담론을 북한 주권에 대한 침해이자 시대착오적 주장으로 몰아갔다.
이로써 북한은 G7 성명을 계기로 국제사회가 재차 확인한 비핵화 목표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오히려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외교·안보 전략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헌법을 앞세운 ‘핵보유국’ 논리
김여정 담화의 중요한 특징은 북한 헌법을 방패로 삼아 핵무력 노선을 정당화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헌법과 관련 법제를 통해 자국을 ‘핵보유국’으로 규정해 왔고, 김여정은 G7 성명이 이런 헌법상 지위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헌법을 언급하며 비핵화 요구를 헌정 질서에 대한 직접 침해로 포장함으로써, 내부적으로는 체제 수호와 헌법 수호 명분을 동시에 강화하는 효과를 노렸다.
이 같은 논리는 국제사회가 북한을 비핵화 협상 대상, 제재의 객체로 인식하는 구조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비핵화 요구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비핵화는 종결된 사안”이라는 협상 부정
김여정은 담화에서 G7의 비핵화 촉구에 대해 “우리의 주권적 선택을 논할 자격도, 거스를 권리도 없다”고 말하며 서방의 개입을 완전히 부정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종결된 사안인 ‘비핵화’가 언제 가도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이 모를 리 없으며, 실지로 모른다면 정치적 판별력의 결여, 현실 감각의 부족만을 드러낼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비핵화 자체를 더 이상 협상하거나 논의할 가치가 없는 과거의 의제로 규정하는 표현으로,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반복된 ‘비핵화 사문화’ 인식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사실상 북한은 향후 어떤 형태의 북·미, 남북, 다자 협상에서도 완전한 비핵화 또는 CVID 요구를 협상 의제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셈이며, 이는 협상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
![김정은이 믿고 맡기는 유일한 혈맹…'숨은 실세→2인자' 김여정 [월간중앙] | 중앙일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70a363d7-8c41-451b-853a-b2a685a4de2a.jpeg)
핵무력의 ‘정체성과 존속성’ 영구화 선언
이번 담화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김여정이 핵무력을 체제의 본질로 격상시킨 표현이다.
그는 “자위적, 대응적 수단으로서의 우리의 핵은 정체성도 존속성도 영구불변할 것”이라고 강조해, 핵무기를 단순한 군사 수단이 아닌 북한 체제의 정체성과 생존 조건으로 규정했다.
또 “핵 보유는 반드시 고수해야 할 우리의 핵심 이익이며 ‘비핵화’는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불퇴의 선”이라고 못 박아, 어떤 경제적 보상·제재 완화·체제 보장 제안에도 핵 포기를 대가로 내줄 수 없다는 선을 그었다.
이로써 북한은 헌법·법제·담화를 통해 ‘핵무력 영구화 노선’을 공식화했으며, 비핵화는 더 이상 현실적인 협상 카드가 아니라 체제 차원에서 금지된 영역으로 밀려난 상황이 됐다.
김여정의 위상과 ‘2인자’ 역할
이번 담화는 북한 권력 구도 속 김여정의 위상을 다시 확인시키는 계기도 됐다.
그는 미국, 한국, 일본, 나토, G7 등 주요 대외 메시지에 대해 실명 담화를 내며, 김정은을 대신해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북한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또한 핵·미사일 문제, 비핵화 요구, 제재 논쟁 등 고도의 전략 사안을 직접 다루며 북한 핵정책의 핵심 조율자 이미지를 강화해 왔다.
이번에도 G7 정상들을 겨냥해 비핵화 요구를 “실현불가능한 망상”과 “최악의 재앙적 선택”으로 공격함으로써, 김여정이 실질적인 ‘2인자’이자 대외투쟁의 전면에 나선 인물임을 과시했다.
![여적] 북한의 핵무기 작명 - 경향신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aea3dcf4-b3d4-4a0d-bdc7-b56c1afb6396.jpeg)
비핵화 협상 전망의 악화
김여정의 강경 담화는 향후 비핵화 협상 전망을 한층 어둡게 만드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한은 이미 핵탄두 소형화, 각종 탄도미사일 개발, 전술핵 운용 능력을 과시하며 사실상 ‘핵무력 법제화’를 완료했고, 이를 국가 핵심 이익으로 고착시키려 한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유엔 안보리 결의와 비확산 체제를 근거로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유지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종결된 사안’으로 규정하고 협상 의제에서 배제할 경우 대화의 공간은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되, 북핵 동결·부분적 감축·위협 관리 등 단계적·실용적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제기되지만, 북한이 핵을 체제의 정체성과 존속성으로 선언한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성사 난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北 6차 핵실험] “북한은 깡패국가” 트럼프, 군사조치 포함 '모든옵션' 동원할듯 : 서울경제](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4acf6293-277d-4c11-bd2e-77d6c3d96244.jpeg)
한반도 안보 과제와 향후 관전 포인트
한반도 안보 측면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은 확장억제 강화와 위기 관리라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해 연합훈련 확대,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 전략자산 전개 등을 통해 억지력을 높이는 동시에,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소통 채널과 위기관리 메커니즘을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긴장을 명분으로 미·일·한 안보 협력을 견제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비핵화 원칙을 지지하는 복합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커 다자 외교 환경이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결국 김여정의 “핵 보유는 핵심 이익, 비핵화는 불퇴의 선” 선언은 북한이 ‘핵 보유 장기 관리’ 전략에 기울었음을 확인시켜 주며,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정책이 비핵화 이상론과 핵위협 관리 현실론 사이에서 어느 지점을 선택할지라는 어려운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