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주변 사람들은 매정하거나 독하다고 수군거리기 쉽지만, 그 속에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뼈아픈 사연이 숨겨져 있다.
사별 후 눈물이 나지 않는 현상은 결코 아내가 감정이 메말랐거나 악해서가 아니라, 지나온 결혼 생활 동안 쌓인 감정의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남편이 떠난 뒤 슬픔 대신 담담함이나 심지어 해방감을 느끼는 아내들에게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들을 통해 황혼기 부부 관계의 씁쓸한 현실을 짚어본다.

남편이 죽기 전 수년간 힘겨운 병수발을 홀로 감당해 온 아내들은 오랜 기간 극심한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이미 모든 슬픔의 에너지를 소모해 버린 상태이다.
긴 간병의 터널 속에서 매일같이 절망과 마주하며 눈물을 흘렸기에, 정작 마지막 순간에는 더 이상 짜낼 눈물조차 남아있지 않는 것이다.
이들에게 남편의 죽음은 슬픈 사건이라기보다 길고 고통스러웠던 전쟁이 마침내 끝났다는 깊은 탈진과 허탈감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한집에 살며 부부의 형태를 유지했을지라도, 오랜 세월 동안 대화가 단절되거나 남편의 폭언, 외도 등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어 이미 남남처럼 지내온 경우이다.
평소에 남편을 향한 애정이나 존경심이 전혀 없었기에 남편의 부재가 아내의 삶에 아무런 감정적 동요나 타격을 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남편의 죽음은 단지 법적이고 서류상인 관계가 정리된 것일 뿐, 아내에게는 어떠한 슬픔이나 미련도 남기지 않는 무덤덤한 일에 불과하다.

결혼 생활 동안 남편과 가정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온 아내들은 사별의 순간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살아있을 때 최선을 다해 잘해주었다라는 확신이 마음에 자리 잡고 있기에, 떠나보내는 순간에도 미안함이나 아쉬움 같은 감정적 앙금이 남지 않는 것이다.
후회와 죄책감이 없는 이별은 슬픔 대신 오히려 담담한 평온함을 가져다주며, 아내가 마지막 길을 의연하게 지킬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된다.

평생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남편 밑에서 기 한번 펴지 못한 채 숨 죽이며 살아온 아내들에게 남편의 죽음은 인생 최초로 찾아온 자유의 기회이다.
누군가의 아내나 며느리라는 무거운 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만의 인생을 살 수 있다는 해방감이 슬픔이라는 감정을 압도해 버리는 것이다.
눈물 대신 찾아온 묘한 안도감은 그동안 억눌려왔던 자기 삶을 되찾고, 남은 여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겠다는 조용한 다짐의 표현이기도 하다.

인생의 가장 큰 이별 앞에서 흘리는 눈물의 유무가 그 사람이 지나온 삶의 깊이나 슬픔의 크기를 전부 대변해 줄 수는 없다.
타인의 시선에는 매정해 보일지 몰라도, 눈물 대신 담담함을 선택한 아내들의 마음속에는 수십 년간 묵묵히 버텨온 인내와 자신만의 서글픈 생존 방식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떠난 이의 부재를 슬퍼하는 형식적인 눈물이 아니라, 남은 이가 상처 가득했던 과거를 훌훌 털어내고 앞으로의 남은 여생을 얼마나 건강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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