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피트급 미라주, 어떤 함정인가
미라주는 길이 약 52피트(15.8m)의 중형 무인수상정으로, 최대 35노트 이상 속도와 2,500해리 이상의 항속거리, 약 3,500파운드(1.5톤 이상)의 탑재 능력을 목표로 설계됐습니다.
자율 운용과 원격 감독을 모두 염두에 둔 플랫폼으로, 센서·통신·전장관리 시스템을 실어 나르며 넓은 해역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작전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최근 텍사스 갤버스턴 시험장에서 실제 수상 시험에 들어가면서, 개념 설계를 넘어 “실제 전력으로 쓸 수 있는 중형 무인 함정”이 물 위에 등장한 셈입니다.
이는 기존의 소형 정찰용 무인정 수준을 넘어, 먼 바다에서 장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군 플랫폼으로 무인정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왜 미 해군은 이런 함정에 사활을 거나
전통적인 유인 함정은 건조에 수년이 걸리고, 첨단 시스템을 탑재한 구축함·호위함은 한 척당 비용이 수조 원에 달합니다.
미 해군은 중국·러시아와의 경쟁 속에서 함대 규모를 확대해야 하지만, 조선소 생산능력과 예산의 한계 때문에 “큰 배만 더 많이” 만드는 방식으로는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무인수상정은 상대적으로 짧은 개발 주기와 낮은 단가로 대량 보급이 가능해, 감시·표적 탐지·통신 중계·기만 작전 같은 임무를 맡아 유인함의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대형 함정은 지휘·결정·정밀 타격에 집중하고, 위험한 해역이나 소모적인 감시·순찰은 미라주 같은 무인정이 대신 들어가는 “유무인 협동 전장”이 미 해군의 목표 그림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1년 안에 설계·진수까지 끝낸 이례적 속도
미라주를 개발한 사로닉(Saronic)은 초기 설계부터 첫 진수까지 걸린 기간이 1년이 채 안 된다고 밝히고, 이미 두 번째 선체 생산에 들어갔다고 했습니다.
방산 함정 사업에서, 설계·시험·생산에 수년씩 걸리는 관행을 생각하면 이 속도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는 드론·무인정 시장이 “하드웨어를 빨리 찍어내고, 소프트웨어·센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상업적 속도전을 그대로 방산에 끌고 들어왔다는 의미입니다.
미라주는 대형 조선소에서 설계부터 건조까지 장기간 진행되는 방식 대신, 중형 플랫폼을 신속 제작·시험하는 새로운 조달 모델을 미 해군에 시험해 보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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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세어와 마라우더 사이를 메우는 ‘허리 역할’
사로닉은 이미 24피트급 소형 무인정 ‘코르세어(Corsair)’와 180피트급 대형 무인정 ‘마라우더(Marauder)’를 개발한 바 있습니다.
코르세어는 근해 감시·소형 임무 위주, 마라우더는 대형 화물·중장비 탑재 가능성이 있는 대형 플랫폼으로 설계돼 두 극단을 형성합니다.
미라주는 이 둘 사이를 메우는 중형급으로, 원양까지 나가면서도 대량 생산·운용이 가능한 “함대의 허리” 역할을 염두에 둔 구성입니다.
이로써 미 해군은 소형–중형–대형 무인정 벨트를 갖추고, 임무·위험도·해역에 맞춰 유무인 플랫폼을 조합하는 다층 구조를 실험할 수 있게 됩니다.

센서·임무 유연성을 위한 개방형 구조
미라주는 개방형 설계를 채택해, 특정 무기체계를 고정 장착하기보다 어떤 센서를 올리느냐에 따라 임무가 크게 달라지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레이더·전자광학 센서·통신 릴레이·전자전 장비를 상황에 맞게 교체·조합해, 감시·표적 획득·통신 중계·기만 작전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소형 미사일·무장 모듈을 탑재해 직접 타격 임무까지 할 수 있지만, 기본 개념은 “유인함의 눈과 귀, 혹은 방패”에 가깝습니다.
이 유연성 덕분에 미라주는 특정 교전 그림에 묶이지 않고, 전장 관리·해양 안보·연합훈련 등 여러 환경에 맞춰 재편성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평가됩니다.

한국 해군에 시사하는 점
한국 해군은 서해의 좁고 복잡한 해역, 동해의 깊고 넓은 수역, 남해·제주 주변 해상교통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유인 함정만으로 상시 감시·순찰을 수행하려면 인력·예산·정비 부담이 커지고, 대형함 위주의 편성은 근해·원해를 동시에 촘촘하게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미라주와 같은 중형 무인수상정 개념은, 다수의 저비용 플랫폼을 여러 해역에 분산 배치해 감시·표적 탐지·통신 중계·해양 상황 인식을 강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중국·러시아 함정·어선·무인기 활동이 늘어나는 환경에서, 유인함·초계기만으로 대응하기보다 무인정을 “전방 망”으로 활용하는 발상은 한국형 해양 자율체계 논의에도 중요한 참고가 됩니다.

남은 과제: 통신·법규·지휘체계
무인정은 통신·전자전 공격에 취약할 수 있고, GPS 교란·전파 방해가 심한 환경에서 자율 운항·충돌 회피를 안전하게 수행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난제가 있습니다.
국제해양법·해상충돌예방규칙을 준수하면서 민간 선박과 사고를 피하려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해군의 운용 규정·지휘체계·책임 구조가 함께 정교해져야 합니다.
또 사람 없는 배가 오판·고장을 일으켰을 때 누가 어떤 절차로 개입하고, 어떤 수준의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는지에 대한 제도 정비도 필요합니다.
결국 미라주 같은 플랫폼은 기술·조달 혁신만이 아니라, ‘사람이 없는 전투 플랫폼’이 어떻게 책임 있게 작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군 조직·법·국제 규범의 성숙을 함께 요구하는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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