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60조 잠수함 사업의 최종 승자
캐나다가 60조 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을 선택한 결정은, 성능 경쟁에서 한국이 뒤졌기 때문이라기보다 나토 동맹 정치와 북극·대서양 전략을 우선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 정부는 독일 TKMS를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하며 “캐나다와 나토, 북극 방위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과 파트너를 고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한국에 대해서는 “매우 경쟁력 있는 제안을 했지만 연합 구조를 고려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덧붙이며 외교적 수습에 나섰다.
캐나다 순찰잠수함 사업의 규모와 목표
캐나다 순찰잠수함 사업(Canadian Patrol Submarine Program)은 노후 빅토리아급을 대체할 디젤-전기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계획으로, 총 사업비는 유지·정비까지 포함해 약 600억 캐나다달러(60조 원)로 추산된다. 캐나다는 2025년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을 ‘적격 공급자’로 선정한 뒤, 3년에 걸쳐 기술·가격·산업환급을 검토했다. 2026년 7월 TKMS의 타입 212CD 설계를 택하며, 2030년대 중반부터 인도를 받고 2050년까지 전체 함대를 교체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한국 컨소시엄이 제시한 카드와 강점
한국 측에서는 한화오션이 KSS-III(장보고-III) 배치-II를 제안하며, 연료전지+리튬배터리 기반 장기 잠항과 탄도미사일 탑재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한화오션은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과 ‘원팀’을 구성해, 도산 안창호급 실선을 태평양을 건너 캐나다에 보내 장거리 항해·저소음 운용 능력을 실제로 시연했다. 국내·외 경제분석기관은 한국 컨소시엄이 캐나다 경제에 최대 600억 캐나다달러 상당의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하며, 단순 공급 이익을 넘어 장기 산업협력을 강조했다. K-9 자주포 공장 설립, 수소차·철강·조선 협력, 원유 수입 확대 등도 패키지에 포함됐다.
나토·북극 환경이 만든 독일 선택
그럼에도 캐나다가 독일을 택한 배경에는 나토 상호운용성과 북극 작전이라는 두 가지 전략 요인이 자리한다. 독일–노르웨이가 함께 개발 중인 타입 212CD는 북대서양·북극해에서의 저소음 작전과 얼음 아래 운용을 염두에 둔 설계로, 나토 표준 전술데이터링크·통신체계를 깊이 통합하고 있다. TKMS는 이미 여러 나토 국가에 잠수함을 공급해 훈련·정비·승조원 교환까지 표준화된 체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캐나다는 “기존 독일–노르웨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생산·유지·훈련까지 나토 파트너와 공유하는 트랜스애틀랜틱 잠수함 연합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정치·군사 연계를 중시했다.

동맹 정치가 성능을 덮은 순간
정치·전략 환경도 독일 선택을 뒷받침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 방위비 분담과 기여를 압박하는 가운데, 캐나다는 “트랜스애틀랜틱 방위에 더 깊이 발을 담그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마크 카니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번 잠수함 협력은 캐나다·독일·노르웨이가 하나의 잠수함 가족이 되는 결정”이라며, 나토 내부 결속 차원에서 이 계약을 자축했다. 한국의 탈락 소식이 전해지자 캐나다 안보 전문가들은 “연합 정치가 기술·산업 장점을 덮어버린 전형적인 사례”라고 평가하며, 동맹 네트워크가 방산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재확인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방산에 남은 성과와 한계
한국은 이번 수주전에서 단지 떨어진 후보가 아니라, 독일과 마지막까지 경쟁한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받았다. 한화오션은 “성능·가격·납기에서 긍정 평가를 받았지만 나토 동맹 구조를 넘지는 못했다”고 밝히며, 캐나다와의 협력 가능성을 “다른 해군 프로젝트에서 이어가겠다”고 했다. 일부 캐나다 정책연구소와 언론은 “안보·정치 논리를 감안해도 한국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잠수함을 공급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가 나토와 북극 방위 논리를 앞세워 산업·전력 측면의 최적 해법을 놓쳤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는 한국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반증이기도 해, 향후 제3국 수출에서 중요한 레퍼런스로 활용될 수 있다.

한국이 얻은 전략적 교훈
이번 사례는 한국 방산이 나토·EU 중심 대형 사업에서 직면하는 구조적 한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비동맹·비나토 국가가 순수 성능·가격 경쟁만으로 연합 내부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기에는 여전히 벽이 높다는 점이다. 동시에, 유럽·중동·동남아·인도 등 비나토권에서 잠수함·수상함 수주를 늘려 실전 운용 레퍼런스를 쌓고, 나토와는 연합훈련·정비·기술협력을 넓혀 “사실상 준동맹”으로 인식되게 만드는 중장기 전략이 요구된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결국 “성능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성능이 쌓이면 정치적 벽도 언젠가는 흔들 수 있다”는 이중 교훈을 한국에 남긴 사례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가 떠안은 새로운 도전
캐나다 역시 독일 선택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는 동시에 전형적인 대형 방산 프로젝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TKMS–독일–노르웨이와 얽힌 복합 계약은 캐나다 조선·기술 산업에 장기 투자·일자리 창출 여지를 제공하지만, 일정 지연·비용 초과·정치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크다. 일부 분석가는 “타입 212CD가 나토와 북극에는 최적이지만, 이미 실전 운용 중인 KSS-III를 선택했다면 전력 공백을 더 빨리 메우고 비용 효율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캐나다의 결정은 한국·독일·캐나다 모두에게, 동맹과 시장·기술과 정치가 복잡하게 얽힌 현대 방산 시장의 현실을 또 한 번 체감하게 만든 선택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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