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일 탄도미사일, 왜 ‘조용했나’
북한이 6·25 전쟁 발발 76주년에 맞춰 전술탄도미사일 시험을 했는데, 한국군이 당일 아무 발표를 하지 않은 건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부른다. 평소라면 발사 10분~1시간 내 탐지 사실을 공개하던 관행과 달리, 이번엔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으로 먼저 발사를 자랑한 뒤에야 “방사포 등 십여 발을 포착했다”고만 설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말 못 본 것이냐, 아니면 보고도 말을 안 한 것이냐”는 두 가지 의문이 동시에 제기됐다.
군이 설명한 공식 이유: “제원 분석 중”
합동참모본부는 “6월 25일 북한 동부 지역에서 발사된 방사포 등 십여 발을 포착했고, 세부 제원은 정밀 분석 중”이라고만 짧게 밝혔다. 즉, 발사체 자체는 포착했지만 그것이 북한이 주장하는 ‘전술 탄도미사일’인지, 단거리 로켓인지, 어떤 탄두를 쓴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공개를 늦췄다는 취지다. 군은 내부적으로 “탄도탄 여부를 단정할 만큼의 데이터가 아직 모자랐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그 설명이 대중의 의심을 완전히 지우진 못했다. 무엇보다 ‘6·25 당일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는 상징성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기술적 변수: 방사포–탄도미사일 ‘섞어 쏘기’ 가능성
군사 전문가 상당수는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을 한꺼번에 섞어 쏘는 북한의 전술이 판단을 어렵게 했을 수 있다”고 본다.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인 화성-11 계열은 발사 궤적과 고도가 방사포와 일부 구간에서 겹치기도 해, 발사 초기에는 어떤 계열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특히 같은 방향·비슷한 시간대에 다수 발사체가 뒤섞이면, 레이더·위성·신호 정보를 종합해 궤적을 재구성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 실제로 군은 ‘방사포 발사’는 바로 확인했다고 밝히면서도, 탄도탄 여부는 끝내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과거엔 이런 혼합 발사 상황에서도 탄도탄 탐지 사실을 몇 시간 내 발표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처럼 하루 넘게 말을 아낀 건 분명 이례적이다.

정보 공유 축소와 분석 속도 저하 논란
일부에선 미국과의 대북 정보 공유 축소가 분석 속도를 떨어뜨렸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북한의 미사일 제원을 정밀 판단하려면 지상 레이더뿐 아니라 미국 정찰위성·조기경보 체계에서 들어오는 고각·속도·열영상 데이터가 중요하다. 최근 미·한 간 정보 협력에 일부 마찰이 생기면서, 위성 자료의 접근·전달이 과거보다 제한적이고 느려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군이 섣불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단정했다가 나중에 수정을 발표해야 하는 부담을 피하려 했을 수 있다. 다만 군 수뇌부는 대내적으로 “한·미 정보 교환은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정보 부족 탓이라는 해석을 선을 긋고 있다.

정치 일정과 맞물린 ‘발표 지연’ 의혹
또 다른 축은 정치적 고려다. 이재명 대통령은 6·25 기념식에서 “싸울 필요도 없는 평화의 한반도”를 강조하며 북한을 직접 거론하지 않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바로 그날 북한이 김정은 참관 하에 전술탄도미사일 시험을 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대통령 연설과 안보 현실 사이의 괴리가 더 부각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국방부가 “기념식 당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쐈다”는 발표를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워했을 가능성을 야권·일부 전문가가 제기한다. 공식 확인은 없지만, ‘기술적 분석 지연’과 ‘정치적 부담 회피’가 맞물려 발표 타이밍이 뒤로 밀렸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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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우위=안보 우위’ 메시지와 현장의 괴리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 날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회의에서 “기술 우위가 곧 안보 우위”라고 강조하며, 정찰·무인·사이버 등 신기술 투자를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그 전날 북한의 근거리 탄도탄 시험 여부조차 하루 만에 명확히 못 밝힌 상황은, ‘기술 우위’ 구호와 현장 분석 능력 사이의 간극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탐지는 했지만 분류·분석에 시간이 걸렸다면, 한국군의 센서–지휘통제–분석 체계가 복합·동시 발사 상황에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재점검이 필요하다. 반대로 애초에 탐지 자체가 누락됐다면, 이는 ‘기술 우위’라는 표현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심각한 허점이 된다.

남는 질문: 다음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북한이 6·25일에 맞춰 탄도미사일을 쐈는데, 한국은 왜 그날 말하지 못했나”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군이 말하는 대로라면, 탐지는 했지만 방사포·탄도탄을 정밀 구분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했다는 것이고, 정치적 의도나 숨기기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혼합 발사·정보 공유 변수·정치 일정이 얽히면, 앞으로도 유사한 ‘발표 지연’이 재발할 수 있다. 탐지·분석 체계를 기술적으로 보완하고, 발사 사실 자체는 신속히 알리되 세부 제원은 후속 브리핑으로 보완하는 방식의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못 봤는지, 안 말했는지”라는 의심이 쌓이지 않고, 북한의 상징적 도발에 대해서도 국민이 제때 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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