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절벽과 병력 감소 현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5년 잠정치 기준 0.80명 수준으로, 세계 최저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여파로 상비병력은 2019년 56만3000명에서 2025년 7월 기준 45만 명으로 이미 10만 명 이상 줄어든 상태다. 국책연구기관은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40년에는 상비병력이 35만 명대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행 징병제만으로 병력을 채우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정치권·군 안팎에서 공유되는 이유다.
![모병제는 답인가, 또 다른 고민인가…선택의 기로에 선 병역 [박수찬의 軍] | 세계일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7/CP-2025-0398/image-6b78414b-0859-48e1-8b08-108f2283580d.jpeg)
이재명 정부의 ‘선택적 모병제’ 구상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국민개병제를 유지하되, 병역 대상자가 징집병(18~21개월 단기 복무)과 기술집약형 전투부사관(4~5년 장기 복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서해 최전방 해병대 연평부대를 찾은 자리에서도 “징집병을 최소화하고, 모병을 통해 자기 직장으로 군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히며 이 구상을 재확인했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징병제는 그대로 두되, AI·드론·사이버 등 첨단 분야에 오래 복무할 인력을 모병 형식으로 뽑겠다는 방식이다. 병역 이행 여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를 어떤 방식으로 이행할지 선택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기술집약형 전투부사관, 무엇이 다르나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설명하는 선택적 모병제의 핵심은 “병사로 18개월 짧게 복무할지, 기술집약형 전투부사관으로 4~5년 복무하며 첨단 분야 교육을 받을지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전투부사관은 유·무인 복합체계, AI, 드론, 사이버·전자전 등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분야에 배치하고, 전역 후에는 관련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경력·자격체계를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런 인력을 최대 5만 명 수준으로 확보해 첨단 무기 운용의 ‘상근 전문인력’으로 삼겠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현역병 복무기간(육·해병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1개월)을 당장 줄이진 않겠다는 점에서 청년들의 ‘군 징집 단축’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여당·야당, 장성 출신도 갈라진 평가
군 출신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갈린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의원은 선택적 모병제를 “인구 절벽 시대 국가 생존전략”이라고 부르며, 짧은 병 복무만으로는 첨단 무기를 충분히 운용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18개월 훈련 후 전역하는 구조로는 AI·사이버·유무인 복합체계 숙련이 어렵고, 최소 4~5년은 같은 분야에서 근무해야 전투력이 나온다”고 말한다. 반면 육군 중장 출신 한기호 의원은 “선택도, 모병도 모두 자발성을 전제하는데 ‘선택적 모병제’라는 말 자체가 개념적으로 모호하다”며, 이 제도를 선택한 이들의 신분·계급·복무기간·생활 규범이 어디에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그는 “의무를 부과해 놓고 선택이라고 부르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상충한다”고 지적한다.
![인구 감소로 떠오른 모병제… “월급, 최소 중소기업 수준 돼야 지원”[인구가 모든 것의 모든 것이다] | 서울신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7/CP-2025-0398/image-03564516-d2cd-4021-8d75-2e6c376e3fe9.jpeg)
기존 부사관 제도와의 충돌과 현실적 한계
야권과 군 일각에서 나오는 또 다른 비판은 “이미 부사관도 지원제로 운영 중인데, 선택적 모병제가 기존 제도와 어떤 점이 다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현재 부사관은 단기(4년), 장기(7년), 임기제 등 다양한 형태로 운용되고, 병역을 마친 뒤 하사로 다시 복무하는 경로도 존재한다. 문제는 이런 제도가 있음에도 부사관 지원이 급감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육군 부사관 충원율은 2020년 95%에서 2024년 42%로 떨어졌고, 2024년 선발 정원 8100명 중 실제 충원은 3400명에 그쳤다. 한기호 의원은 “기존 간부 자리도 채우지 못하는데, 새로운 장기복무 인력을 어디서 구하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김병주 의원은 이런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선택적 모병제는 단순한 부사관 확대가 아니라 ‘첨단 분야 특화+사회 경력 연계’에 초점을 둔 별도의 트랙이라고 차별점을 강조한다.

‘기회의 확대’인가, 계층 간 불평등 심화인가
정부·여당은 선택적 모병제를 “군 복무를 기술·경력을 쌓는 기회로 바꾸는 방안”이라고 홍보한다. 여유 있는 청년에게는 짧은 의무복무,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취업 부담이 큰 청년에게는 장기복무+기술습득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열어준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4~5년간 드론 운용·정비·AI 시스템 관리 경험을 쌓으면, 전역 후 물류·교통·농업·보안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그림이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이 선택이 경제적 여건에 따라 사실상 갈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안의 청년은 짧은 징집병으로, 취업이 막막한 청년은 4~5년 장기복무를 사실상 직업 선택지로 강요받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가 청년에게 공정한 기회로 받아들여지려면, 선발 기준·교육 기회·전역 후 자격·경력 인정 체계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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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우 개선, 말뿐이면 실패한다
선택적 모병제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기술집약형 부사관이 “월급 조금 더 주는 군인”이 아니라 “괜찮은 중견기업 초봉+경력경로”와 경쟁할 만한 직업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이미 초임 장교·부사관 기본급 인상, 2029년까지 초임간부 연봉을 중견기업 초봉 수준(약 4000만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 장기간부 도약적금 등 간부 처우 개선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기존 간부 체계에 대한 조정일 뿐, 새로 도입될 기술집약형 부사관의 급여·수당·연금·주거·가족 복지·전역 후 취업 지원까지 포함하는 구체 설계는 미정이다. “젊음을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보수 진영의 비판, “돈만이 아니라 기술·자격을 줘야 한다”는 여권의 반박 사이에서, 실제 예산과 제도 설계가 어디까지 따라줄지가 관건이다.
![여성징병제' 과반이 찬성? 여성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아무이슈] | 서울신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7/CP-2025-0398/image-e1f9b540-6a38-4f96-8d73-1d08deac0469.jpeg)
여성 징병·병역 형평성 논쟁까지 번진 이유
선택적 모병제 논쟁은 곧바로 병역 형평성, 특히 성별 형평성 문제로 번졌다. 일부 보수 정치인은 “병역자원이 부족하다면, 형평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는 오히려 여성 징병제를 더 공정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여성도 지원에 따라 장교·부사관·일부 특수 병과로 복무할 수 있지만, 현역병(병사) 단계까지 문을 넓히자는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개정안은 현역병 선발 시 남녀 구분 없이 지원자를 뽑을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자는 내용으로, 저출산에 따른 병력 공백 우려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운다. 하지만 여성 징병 논의는 단지 병력 확보 문제가 아니라, 일·가정·경력단절·양육 부담과 결합된 민감한 사회·문화 논쟁이기도 해서, 당장 제도화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사설]'기술군 중심' 국방 혁신 위해 선택적 모병제 검토할 만하다 - 경향신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7/CP-2025-0398/image-f811e2b2-c162-4e66-8c6c-5a8d1615f0e7.jpeg)
사관학교 통합 논쟁과 맞물린 ‘장교·병역 전면 손질’ 흐름
선택적 모병제 논의는 장교 양성 체계 개편과도 맞물려 있다. 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1·2학년 공통교육+3·4학년 각 군 특화)을 추진하자, 3군 총동창회와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장교·병사 양성 체계를 한꺼번에 뒤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방부는 합동작전·첨단전장에 맞는 장교를 키우기 위한 개혁이라고 설명하지만, 반대 측은 “합동성 교육은 중령급 이후 실무에서 더 중요하지, 사관학교 단계에서만 강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맞선다. 특히 2028학년도부터 통합 선발을 검토하는 것이 대입 사전예고제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으며, 국방부가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 발표를 막판에 연기한 배경에도 이런 반발과 내부 조율 난항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선택적 모병제와 사관학교 통합은 “병·간부·예비군까지 이어지는 전체 병역 시스템을 어디까지 어떻게 손볼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연결되고 있다.
징병제의 ‘부분 수술’로 충분할까
지금 논쟁이 격해지는 이유는, 선택적 모병제가 징병제를 전제로 한 ‘부분 수술’인지, 아니면 사실상의 제도 전환인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징병제는 유지하되 선택지를 넓히는 보완책”이라고 강조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징병제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인 구조 개편 대신 청년의 ‘선택’이라는 미명으로 책임을 떠넘긴다”고 본다. 분명한 것은, 인구 절벽과 전장 환경 변화 속에서 지금과 같은 병력·간부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다만 선택적 모병제와 여성 징병, 사관학교 통합까지 한꺼번에 꺼내든 현 방식이 청년·군 조직·사회 전체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그리고 실제로 ‘북한을 막을 수 있는 군대’를 만드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치열한 검증과 논쟁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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