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천광역시 탄소중립 청년 서포터즈
그린로그의 강희수입니다.
이번에 다뤄볼 내용은 앞으로의 혁신이 기대되는
탄소 정제소와 탄소중립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굴뚝 속 이산화탄소가 건물이 된다? 세계 최초 탄소 정제소와 탄소중립의 새 길

출처 : Dcceew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20ppm을 넘어섰습니다. 지구 역사상 무려 1,400만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랍니다. 태양광 패널을 늘리고, 전기차를 보급하고, 개인이 분리배출을 열심히 해도 지구 온도계 숫자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철근 한 개, 시멘트 한 포대, 유리 한 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호주에서 이 고질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뚫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상업 가동을 시작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산화탄소를 흡입해 단 3시간 만에 고체 건축자재로 만들어버리는 탄소 정제소입니다. 석유 정제소가 원유를 갈라 연료와 화학제품을 만들듯, 이 시설은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탄소 가스를 원료로 삼아 쓸모 있는 물건으로 바꿔버립니다. 오늘은 이 놀라운 기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목표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함께 살펴볼게요.
세계 최초 탄소 정제소, 호주 뉴캐슬에 문을 열다
출처 : MCi Carbon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뉴캐슬의 쿠라강 아일랜드. 이곳에 MCi 카본(Mineral Carbonation International)이 10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세계에서 가장 앞선 미네랄 탄산화 실증 플랜트 머틀(Myrtle)을 완성하고 상업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름이 탄소 정제소인 이유가 딱 맞아떨어집니다. 바로 옆에 있는 세계적인 폭약 제조 기업 오리카(Orica)의 공장과 파이프라인으로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굴뚝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기 전에 곧장 탄소 정제소로 빨려 들어옵니다. 트럭이나 탱크로 이산화탄소를 이송할 필요 없이 파이프 하나로 포집과 활용이 한 번에 이뤄지는 매우 효율적인 구조랍니다.
이 머틀 플랜트는 연간 약 2,500톤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해 약 1만 톤의 탄산화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규모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호주, 브라질, 일본 기업들과의 고객 실증 캠페인이 이미 완료됐고, MCi 카본의 공동 설립자 소피아 햄블린 왕은 이곳에서 만든 콘크리트 샘플을 직접 들고 2025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COP30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3시간 만에 돌이 되는 이산화탄소, 미네랄 탄산화란?
출처 : hielscher
이 기술의 핵심은 미네랄 탄산화(Mineral Carbonation)라는 화학 반응입니다. 이름이 낯설 수 있지만, 사실 자연에서 늘 일어나는 현상이랍니다.
자연 상태에서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포함된 암석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서서히 흡수하면, 수십만 년에서 수백만 년에 걸쳐 단단한 탄산염 광물로 굳어집니다. 지구가 스스로 탄소를 가두는 방식이죠. 문제는 자연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겁니다. 인간이 내뿜는 탄소의 속도를 자연이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MCi 카본은 이 수백만 년짜리 반응을 단 3시간으로 압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고압·고온 환경이나 화학 촉매를 사용하지 않고 저온·저압 조건에서 특수 마그네슘 규산염 광물과 이산화탄소를 반응시키면, 탄산마그네슘(Magnesium Carbonate)과 규산염(Silicates)이라는 흰색 고체 덩어리가 만들어집니다. 기체였던 이산화탄소가 돌덩이로 변하는 셈이죠. 이렇게 고체가 된 탄소는 대기 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영구적으로 격리됩니다.
이 공정이 대기 중 탄소 감축에 얼마나 효과적이냐고요? MCi 카본에 따르면 현재 머틀 플랜트는 순 이산화탄소 감축률 80~90%를 달성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면 이 수치는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땅에 묻는 CCS vs 자원으로 바꾸는 CCU, 무엇이 다른가
탄소 정제소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탄소 포집 기술의 두 가지 방향을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에 주류였던 방식은 CCS, 탄소 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입니다. 공장 굴뚝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고압으로 압축하여 바닷속 깊은 곳이나 폐유전, 지하 암반층에 묻어버리는 방식입니다. 한국도 2017년 포항 해상에서 세계 세 번째로 소규모 해상 지중저장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CCS는 몇 가지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저장 공간이 제한적인 데다, 지진 등 지각 변화로 가스가 다시 유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탄소를 묻는 데 돈을 쓸 뿐 아무런 경제적 가치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탄소를 처리하는 것이 비용이 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구조이죠.
출처 :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에 비해 머틀 플랜트가 채택한 방식은 CCU, 탄소 포집 및 활용(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입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단순히 묻는 게 아니라 유용한 자원으로 바꿔 산업에 돌려보내는 방식입니다. 탄산마그네슘과 규산염으로 변환된 고체 탄소 물질은 콘크리트, 시멘트, 석고보드 같은 건축자재의 원료로, 또는 유리와 종이를 만드는 재료로 산업 현장에 재판매됩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로 돈을 버는 완전한 순환경제 모델이 완성되는 셈이랍니다. 탄소가 단순한 오염물질에서 수익을 내는 원료로 탈바꿈하는 것이죠.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2024년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25년 2월부터 시행하며 CCUS 기술 지원 체계를 갖춰가고 있습니다. 다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속도로는 한국이 2030년 CCUS 목표치의 10분의 1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경고하고 있어, 호주 사례 같은 실질적 기술 투자와 상용화가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왜 이 기술이 중요한가, 탄소 감축이 가장 어려운 산업들
출처 : 인천광역시
탄소 정제소 기술의 진가는 탈탄소가 특히 어려운 산업들에서 드러납니다. 이를 난감축 산업, 영어로 하드 투 어베이트(Hard-to-abate) 섹터라고 부릅니다.
철강, 시멘트, 화학, 유리, 제지 같은 중화학 산업들이 대표적입니다. 이 산업들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만으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석회석을 고온에서 구우면 화학반응 자체에서 이산화탄소가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로 바꿔도 제조 공정 자체가 탄소를 뿜어내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됩니다.
이 문제는 한국에 특히 심각하게 해당됩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구조에서 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약 37%로, 전 세계 평균인 18%의 두 배에 달합니다. 전력 생산의 전환 부문(38%)까지 합치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5% 이상이 산업 활동에서 비롯됩니다. 그 중심에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라는 세 가지 대표적인 난감축 업종이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전환 부문은 2018년에서 2022년 사이 배출량을 약 20% 감축하는 성과를 냈지만, 산업 부문은 같은 기간 6% 감축에 그쳤습니다.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것은 빠르게 전환이 가능하지만,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탄소는 기술적으로 차원이 다른 문제인 겁니다.
MCi 카본의 머틀 플랜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혁신적인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현재 철강, 시멘트, 화학, 광업 등 다양한 난감축 산업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증 캠페인을 진행 중이며, 각 산업의 배출가스 조성에 맞는 탄산화 공정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머틀은 시작일 뿐, 오스트리아 알프스에 짓는 50배 규모 플랜트
MCi 카본은 머틀 플랜트를 첫 번째 증명이자 청사진으로 삼고, 이를 전 세계로 확산하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행 중입니다.
출처 : MCi Carbon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호흐필첸에 건설 중인 대규모 상업 플랜트입니다. 글로벌 내화물 재료 시장 1위 기업 RHI 마그네사이타(RHI Magnesita)와의 장기 협력 협약 아래 2028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이 플랜트는 연간 약 5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머틀의 20배 규모입니다. 여기서 생산된 탄소 기반 광물 소재는 RHI 마그네사이타 자체 공급망으로 다시 투입돼 순환 탄소 가치사슬을 완성하게 됩니다.
RHI 마그네사이타 측은 배출이 불가피한 산업에서 탄소 포집은 현재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유일하게 실현 가능한 경로라며, 포집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제품으로 전환하는 이 접근법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MCi 카본의 목표는 2030년대 중반까지 전 세계에 25~30개의 탄소 정제소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철강을 위한 탄소 정제소, 시멘트를 위한 탄소 정제소, 화학 산업을 위한 탄소 정제소. 각 산업의 굴뚝마다 탄소 정제소가 나란히 붙어 작동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머틀 플랜트에는 호주 정부가 CCUS 개발 기금과 탄소 포집 기술 프로그램을 통해 총 2,910만 호주달러(약 270억 원)를 지원했고, 이토추, 미즈호 은행, 스미토모 미쓰이 트러스트 은행, 미쓰비시 UBE 시멘트 등 일본의 대형 산업·금융 기업들도 민간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CCS에서 CCU로, 탄소 기술의 패러다임 전환
탄소 포집 기술의 역사는 땅속에 묻는 CCS에서 자원으로 활용하는 CCU로 패러다임이 이동하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출처 : 에너지 프로슈머
과거 CCS 방식은 이산화탄소를 기체 상태로 고압 압축해 지하에 저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저장 공간도 한정적이며, 지질 환경에 따라 누출 위험도 있었습니다. 반면 MCi 카본의 미네랄 탄산화 방식은 이산화탄소를 고체로 영구적으로 굳혀버리기 때문에 유출 위험이 원천적으로 없습니다. 저장 장소를 따로 찾을 필요도 없고, 오히려 만들어진 고체 물질이 건축자재로 팔리면서 수익이 발생합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연료로 전환하거나, 탄산리튬 같은 2차전지 원료로 만들거나, 광물 소재로 변환하는 다양한 CCU 기술들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어떤 기술이 특정 산업에 가장 적합한지는 배출 가스의 조성, 공장의 규모, 지역의 인프라 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공통된 방향은 하나입니다. 탄소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원으로 쓴다는 것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CCUS가 전체 온실가스 감축의 약 15%를 담당할 것으로 분석합니다. 특히 재생에너지만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난감축 산업들을 위한 실질적인 보완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 비중은 더욱 클 수 있습니다.
탄소 정제소 시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호주 뉴캐슬에서 시작된 탄소 정제소 이야기가 멀게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매일 사는 건물, 도로, 다리를 만드는 시멘트와 철근이 탄소 정제소에서 탄생한 친환경 자재로 채워지는 미래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 서포터즈로서 바라보면, 이런 기술 혁신은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닿기 어려웠던 산업 영역의 탄소를 해결하는 강력한 퍼즐 조각입니다. 개인이 분리배출을 하고, 대중교통을 타고,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생활 속 실천이 소비자 수요를 바꾸고, 그 수요의 변화가 기업의 생산 방식을 바꾸며, 기업의 탄소 감축 압박이 다시 이런 기술 혁신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기 때문이죠.
굴뚝 속 이산화탄소가 우리가 사는 집의 벽이 되는 세상. 그 세상을 만드는 기술이 지금 호주에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탄소 정제소 기술이 발전하여 탄소중립으로의 한 걸을음 내딛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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