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105층 유경호텔 붕괴 우려와 속도전의 한계

북한 평양에 위치한 105층 규모의 유경호텔은 남한과의 체제 경쟁 과정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지난 1987년 8월에 첫 삽을 떴으나 자금난과 안전성 문제로 여전히 완공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현재 이 거대한 건물은 외벽을 활용하여 세계에서 가장 큰 전광판으로 임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건축사이자 북한학 박사인 이종석 대표는 북한의 건축 체계와 속도전의 위험성을 다방면으로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 대표는 북한이 주택 건설 과정에서 공기를 비상식적으로 단축하는 행태가 장기적으로 건물 안전에 치명적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북한은 은하 주상복합 아파트를 포함한 53층 높이의 초고층 건물을 불과 9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완공했다.

남한에서 유사한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를 안전하게 지으려면 최소 3년에서 4년이라는 정상적인 공사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은 콘크리트를 강제로 빨리 굳게 만드는 혼화제를 다량 사용하여 하루에 한 층씩 올리는 속도전을 펼쳤다. 체제 우월성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이러한 속도전은 결국 무리한 부실시공과 대형 붕괴 참사로 빈번하게 이어졌다.
과거 평양 평천 구역에서는 무리하게 건설하던 23층 규모의 아파트가 갑자기 무너져 수백 명의 주민이 사망했다. 북한 당국은 이례적으로 주민들에게 공식 사과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으나 숨겨진 건설 현장 사고는 훨씬 더 많다. 전문성이 결여된 군인 건설업자와 돌격대를 대거 공사 현장에 동원하면서 건축물의 기초적인 품질과 안전은 철저히 무시됐다.

평양 종합병원의 사례만 보더라도 당국은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맞추기 위해 불과 200일 안에 완공하라고 군대를 다그쳤다. 24시간 동안 현장을 쉬지 않고 가동하여 겉모습은 완성했으나 병원으로서의 정상적인 기능 수행은 전혀 불가능한 상태다. 이처럼 품질과 안전 검증 단계를 완전히 생략한 채 날림으로 지어지는 북한의 건설 시스템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특히 북한의 아파트들은 외형만 번듯하게 지어 올릴 뿐 내부에 전력과 수도 같은 기본적인 사회간접자본 인프라가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고층 아파트에 정전이 일상적으로 발생하여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수돗물이 상층부까지 도달하지 못해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는다. 심지어 1층에서 물을 직접 길어 올려 생활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 때문에 고층 입주를 기피하고 꽃제비들이 방치된 아파트에 무단 거주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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