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벌새가 날개를 활짝 펼친 듯 신비로운 남극의 영상이 공개됐다. 우주 마니아들의 시선을 잡아끈 이 벌새는 실제 생물은 아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공동 개발한 차세대 지구 관측 위성 나이사(NISAR, NASA-ISRO Synthetic Aperture Radar)가 남극 빙하를 둘러보는 과정에서 우연히 촬영했다.
NASA가 이달 21일 공개한 나이사의 첫 관측 자료는 동남극 자테르야브시이스야 누나탁 상공에서 얻은 레이더 이미지다. 누나탁은 두꺼운 빙하를 뚫고 바깥으로 드러난 암석 산봉우리다. 평범한 얼음 지형이지만, 레이더 영상에서는 주변의 빙하와 크레바스(빙하 균열)가 어우러져 부리를 내밀고 날개를 펼친 벌새처럼 보인다.
같은 장소를 일반 광학위성이 촬영한 사진에서는 그저 눈으로 덮인 산봉우리 하나가 보일 뿐이다. 나이사는 빛이 아닌 전파를 이용하는 합성개구레이더(SAR)를 사용하기 때문에 얼음 표면의 거칠기와 빙하의 흐름, 균열 구조를 훨씬 선명하게 구분한다. 사진을 뒤덮은 보라색은 실제 색이 아니라 레이더 반사 특성을 사람이 쉽게 구분하도록 입힌 의사색이다.


지난해 7월 인도 사티쉬 다완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나이사 위성은 원형 풀장처럼 생긴 거대한 안테나를 탑재했다. 완전 전개 시 지름이 12m나 되는 거대한 SAR 안테나는 NASA의 L밴드 레이더와 ISRO의 S밴드 레이더를 결합했다. 짙은 구름이나 빽빽한 나무로 뒤덮인 지표면을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선명하게 관측한다.
SAR 안테나 덕에 나이사는 날씨와 시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지구 곳곳을 들여다보고 있다. 일반 광학위성은 구름이 끼거나 밤이 되면 관측이 어렵지만, 레이더는 전파를 이용해 구름을 뚫고 밤에도 지표를 지속적으로 관측한다. 특히 얼음과 숲, 습지, 산악 지형의 미세한 변화를 장기간 추적하는 데 알맞다.
이번 벌새 영상은 단순한 착시 사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NASA는 이처럼 레이더가 포착한 빙하의 움직임과 균열 정보를 활용하면 남극 빙상의 변화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해수면 상승 예측은 물론, 빙하 붕괴와 기후변화 연구의 핵심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이사는 NASA와 ISRO가 공동 개발한 세계 최초의 L밴드·S밴드 이중 주파수 합성개구레이더 위성으로 기록됐다. 데뷔 1년을 맞아 첫 관측 자료를 공개한 나이사는 앞으로 지진과 화산 활동, 산사태, 산림 변화, 농경지와 습지의 변화까지 지구 곳곳을 센티미터 단위의 정밀도로 장기간 관측할 예정이다.
NASA 관계자는 “어지간한 대형버스 크기의 SAR 안테나를 이용하면 보다 선명한 이미지를 지구에 보낼 수 있다”며 “이 독특한 디자인의 레이더 안테나를 이용해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적인 관측 활동이 시작된 만큼, 벌써 진귀한 3D 영상이 많이 축적됐다”고 전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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