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기한은 음식이 상하는 날짜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대부분 식품 포장지에 적힌 날짜가 지나면 곧바로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의 유통기한은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 아니라 판매자가 제품을 유통·판매할 수 있는 기간을 뜻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2023년 1월 1일부터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됐다.
소비기한은 표시된 보관 방법을 제대로 지켰을 때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을 의미한다. 따라서 과거 방식으로 유통기한이 표시된 꿀과 식초, 일부 치즈는 날짜가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즉시 버리기보다 제품 상태와 개봉 여부, 보관 방법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꿀은 수분이 적고 당도가 높아 미생물이 증식하기 어렵다
순수한 꿀은 대부분 당으로 구성돼 있고 수분 함량이 낮아 세균과 곰팡이가 자라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꿀 속 당분이 주변의 수분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미생물이 생존에 필요한 물을 충분히 이용하기 어렵고, 자연적으로 산성을 띠는 점도 보관성을 높인다. 오래된 꿀이 하얗게 굳거나 알갱이가 생기는 현상은 상한 것이 아니라 포도당이 결정으로 변한 경우가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꿀의 결정화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안내하며, 50℃ 이하의 따뜻한 물에 중탕하면 다시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물이나 음식물이 섞이면 발효와 오염 가능성이 생기므로 항상 마른 숟가락을 사용하고 뚜껑을 밀봉해야 한다.

식초는 강한 산성이 부패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한다
식초가 오랫동안 보관될 수 있는 핵심 이유는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초산이다. 일반적인 식초는 산도가 높아 다수의 부패 미생물이 활발하게 증식하기 어려우며, 특히 증류식초는 수분 외에 변질되기 쉬운 성분이 적어 보관성이 매우 길다.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짙어지거나 바닥에 침전물이 생기고, 여과하지 않은 사과식초에는 젤리 같은 초모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부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
대신 뚜껑이 열린 채 오랫동안 방치됐거나 곰팡이, 이물질, 평소와 다른 불쾌한 냄새가 확인된다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식초는 직사광선과 열을 피해 뚜껑을 단단히 닫아 보관해야 맛과 향의 변화를 줄일 수 있다.

치즈는 종류에 따라 수분 함량과 보관 가능 기간이 크게 다르다
치즈는 꿀이나 식초처럼 모든 종류를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식품은 아니다. 파르메산과 체다 같은 숙성 경질치즈는 제조 과정에서 수분이 줄어들고 소금과 발효산이 포함돼 미생물의 성장이 상대적으로 느리다. 이 때문에 냉장 상태가 잘 유지됐다면 표시 날짜가 조금 지났다고 해서 반드시 바로 상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반면 리코타, 크림치즈, 생모차렐라처럼 수분이 많은 연질치즈는 세균과 곰팡이가 내부까지 빠르게 퍼질 수 있어 날짜와 보관 상태를 더욱 엄격하게 살펴야 한다. 개봉한 치즈에서 끈적한 점액, 암모니아 같은 강한 냄새, 포장 팽창이나 심한 변색이 나타났다면 종류와 관계없이 버려야 한다.

치즈에 곰팡이가 생겼을 때 모두 잘라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단단한 경질치즈에 작은 곰팡이 한 점이 생긴 경우에는 곰팡이 주변과 아래쪽을 넉넉하게 잘라낸 뒤 남은 부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식품안전 지침이 있다. 치즈 조직이 단단해 곰팡이의 균사가 내부 깊숙이 퍼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림치즈나 슬라이스 치즈, 잘게 간 치즈, 연질치즈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오염이 퍼질 수 있으므로 곰팡이가 발견되면 전체를 폐기해야 한다.
블루치즈처럼 제조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사용한 곰팡이와 보관 중 새롭게 생긴 정체불명의 곰팡이도 구분해야 한다. 치즈는 날짜 하나만 보는 것보다 종류와 냉장 온도, 개봉 후 경과 기간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국내 소비기한 제도도 불필요한 음식 폐기를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판매 가능 기간이었던 유통기한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음식까지 버려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했다. 식약처는 소비기한을 표시된 보관 조건을 준수했을 때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간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 제도가 식품 폐기물과 불필요한 가계 지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안내한다.
실제로 식약처의 식품별 설정 실험에서는 두부와 발효유, 빵류 등 여러 제품의 소비기한이 기존 유통기한보다 길게 산정됐다. 다만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개봉하거나 잘못 보관한 제품은 표시 기한보다 빨리 상할 수 있다. 꿀과 식초, 치즈 역시 날짜만 믿기보다 제품에 표시된 보관법과 냄새, 색, 질감, 오염 여부를 반드시 함께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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